▲ 김재식 국장

나주 저자거리 막걸리 집에서 만나는 호사가들의 화두는, 내년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선거에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명(人名)들의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각본은 두어 편 정도인데 천정배의 신당과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명패를 달고 뛰게 될 선수들 간의 가상대결이 자기 논에 물대기식으로 백가쟁명인데 정치에 청맹과니들에겐 상당히 그럴싸하여 사실로 오인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고 있어 혼돈과 혼란이 가중되고 상존한다.

두 편의 각본 중 하나는 현 나주?화순 새정치민주연합 위원장인 신정훈 의원을 중심에 두고 모사적 여론몰이이고, 다른 각본은 최씨?배씨?박씨?송씨 등의 나주패권의 탈환작전이다.

우선 신 의원에 대한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친노 그룹들이 신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할 가능성에 의해 천정배 신당으로 옮겨 갈 것 이고, 배기운 전 의원이 요즘 나주 나들이가 분주한데 그 이유는 박 정권의 오는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족쇄에서 풀려나 나주 기득권을 주장할 것이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최인기 전 의원이 정대철 등을 앞세운 무혈입성, 그리고 친 노의 적극적인 엄호사격아래 박선원 전 청와대 비서관이 마패를 찬다는 소설에 이어 이태리 대사를 지낸 송영오씨가 틈새를 비집고 나주에 입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극적인 소설은 당연 현 국회의원의 탈당론이다. 신 의원 본인은 본지와의 특별 인터뷰에서도 간단명료하게 철새정치는 없을 것이란 천명에도 불구하고 이 탈당론이 크게 대두하게 되는 이면은 정적(政敵)들의 교묘한 작란(作亂)을 유발하려는 작전에 방점이 크지만 내용은 상당히 치밀하다.

여기서 등장하는 조연들은 김대동 전) 나주시장과 강인규 현) 나주시장의 움직임의 시나리오이다. 듣고 있자면 제갈공명도 울고 갈 기막힌 병법들이다. 이제 무대는 선거판으로 옮겨, 눈물의 씨앗이 되었던 김대동씨와 최인기씨가 뜨거운 포옹 후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치게 되어 있고, 기세를 몰아 신 의원과 건곤일척의 진검승부를 가린다면 승산이 있다는 족집게도 등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올드 보이들의 컴백이다. 과거의 정치행태를 살피자면 짝짜꿍의 개연성은 다분하다. 실현될 가능성 여부는 취향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될 일은, 나주지역이 의로운 땅이라면 정치철새들에게 철저한 응징이 있어야만 지역의 위상과 가치가 바로 설 수 있다는데 동의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는 마약과 같은 것 이라는 속설의 의미는 바로 권력의 즐김일 것이다. 이 맛을 아는 부류들은 특히 해바라기 근성이 강한 사람들인데 중앙 정치판 주변부에 어슬렁거리다가 선거판만 도래하면 쭈빗하게 얼굴을 고향에 내밀고 자신이 맡겨 논 보따리인양 ‘표’를 달라고 ‘땡깡’ 수준을 넘는데 보기에도 연민이 철철 넘치게 되어 있다. 그토록 고향을 위함이 사무쳤다면 평소에 고향에 대한 애정을 철저하게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은 어린아이 수준의 상식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 할 수 있다.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이라고, 그러나 금의환향(錦衣還鄕)에서 그들의 문제점에 주목하자면 출세는 집안의 경사가 아닌 지역의 큰 자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출세라는 감투에 눌려  화의 부동하는 어른이 되지 못하고 독불장군처럼 군림하려는 못된 속아지가 결국엔 고향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어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저 혼자 잘나서 깨춤 추는 ‘놈’ 보담 이웃사촌처럼 서로 속내를 다독거릴 수 있는 다정한 ‘놈’이 박수를 받게 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나잇값에 충실해야만 돌아오는 욕이 적게 되어 있다. 나잇값에 포함되어 있는 경륜이나 연륜의 소중함을 사적 욕망으로 망가뜨려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존경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진리와 같다. 각자의 자질에서 보자면 지역의 불세출(不世出)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선비의 길에서 각자를 비춰 보자면 너무나 작은 그릇임을 거의 틀리지 않을 것이다. 작으나 큰 정치의 길은 오직 한가지이다. 사람을 편케 하는 것이고, 사람의 길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것이다.

나주 지역민들은 9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지역의 위상과 가치에 충실할 인물의 선택에서 정치철새는 반드시 배척해 줘야 나주가 살게 되어 있다.

배은망덕이란 고향을 등지고 살다가 고향이 필요해서 찾아드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은혜를 배반한 사람이 무슨 큰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제 지역의 위상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가장 중요한 바로미터가 내년 4월의 국회의원 선거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