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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다-탈북4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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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7호] 승인 2015.06.07  16: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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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문 너머로 등불이 가물거렸다
아바이의 숨소리가 들렸다
숨소리는 구들장처럼 집을 데우고 있었다
후유,
집에서만은 온기에 기대고 싶은 아들

열네 살 아들에게, 배고픔보다 추위보다 더 배고프고 더 추운 것은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빈집이었다.
두만강을 헤엄쳐 가슴에 품은 빙두*를 거간꾼에게 건네고,
목숨 값으로 얻은 술 한 병을 들고 돌아온 아들은 숨소리의 온기에 몸을 기댄다.

마을은 날마다 한 집씩 비어가고
어머니는 장사 나간 후 감감이고
장삿길에 어머니치마폭에 묻어온 먼지 같은 의붓아버지
빈 술병 친구 삼아 곯아떨어진 저녁
술을 기다리며 호롱불을 켜둔 의붓아버지,
꽃제비도 직업이라고
열네 살 아들에게 얹혀사는 의붓아버지
술 냄새 진동하는 숨소리도 숨소리여서,
아들은 이 저녁참이 따뜻하다
술 한 병을 일숫돈처럼 안기고
마룻바닥에 하루를 눕힌다

꽃제비 삼 년,
밟히고 얻어맞고 밥보다 욕으로 배부른 시간들이
손가락질과 침처럼 뱉어진 시간들이
삼 년 전 수챗구멍에서 주워 먹은 보리밥이
땟국처럼 가슴의 처마에 눌어붙어있다

눈을 감는다
아바이 숨소리가 솜이불처럼 따뜻해서
아들은 꿈처럼 몽롱해지는데
눈물처럼 뜨거운 별들이 폭포처럼 쏟아져내렸다. 

*빙두: 필로폰을 통칭하는 북한의 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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