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달리는 기차에 뛰어들었다
집단 폭력에 절단된 지체들이 흩어졌다
흩어진 지체를 향하여
깃발처럼 나부끼는 푸석한 머리카락과
버리고 온 고향처럼 꾀죄죄한 옷가지와
오갈 데 없는 주인처럼 축 무너진 슬리퍼가
그녀를 입고 있었다
재빠른 도둑들이 남루한 신발을 묻어버렸다
그녀의 행적을 알고 있는 신발이 사라졌으므로
증거불충분으로 도둑들은 여전히 도둑질에 골몰했다

장막 저편에서는 오라비가 된 남편이 부끄러운 숨을 몰아쉬고
장막 이편에서는 누이가 된 아내가 다른 남자의 몸을 받는다
지켜야할 것을 지키지 못하는 바람의
울음이 목구멍을 넘어갈 때
우두둑 목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남편이 쌀뒤주처럼 비었다
다음날은 아이들이 식량배급표처럼 사라졌다
그녀를 세상에 잡아 묶던 끈들이 툭.툭.툭. 끊겼다

길 아닌 땅에 떨어진 풀씨
뿌리를 뻗을 땅속도 주인행세를 하는 도둑이 지키고
햇볕 한 줌도 도둑의 허가를 받아야 쬘 수 있는 땅
덫 위에 덫이 놓인 땅
배고파서 도망치는 조각달도 댕강댕강 목이 잘리는 땅

도둑을 피해 도둑처럼 국경을 넘던 밤
풀꽃의 다리는 운해에 떠있었다
침목이 부러진 선로를 희망이 질주했다

다시 풀씨로 돌아간 그녀를
흰 소맷자락을 펼친 달빛이
다시는 길 아닌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감싸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