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시인/화가

지난 주말에 집사람과 유채꽃 핀 영산강변을 찾았다. 나주는 목하 황금색 유채꽃이 수변공원 일대를 불태우고 있다. 저런, 일났구나. 노오란 불길을 퍼지른 저 질펀한 바다라니. 숨이 막힐 듯  유채꽃 군락지는 하늘의 별무리보다 몇 배나 반짝였다. 여기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밝은 색이 노란 색인 것도 같다.

사랑의 색 '노랑'을 나주의 상징색으로

시인 전숙은 '꽃의 불'이라는 시에서 영산강 수변의 유채꽃 군락을 이렇게 노래했다. '강이 노랗게 불타고 있다/얼마나 간절했으면 모래밭에/ 수수천만의 횃불을 밝혔을까…' 나주 시민의 염원인 皇國에의 꿈이 들불 같은 유채꽃 밀원을 불태우고 있음일까. 벌 나비가 돌아오고 영산강도 순결한 녹색처녀처럼 풋풋한 낙원환상으로 몸 바꾸며 꽃피어나리라. 강과 꽃이 한 몸 되어 어우러진 영산강 유채꽃 풍광은 보는 것만으로도 자못 흥성스러웠다.

내 고향 나주는 누대로 영산강이라는 볼만한 자연을 물려받은 천혜의 고을이다. 그 강변을 저리 타오른 유채꽃 풍광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미롭다. 유채꽃의 노란색은 우리의 전통 색채인 오방색의 하나다. 노랑은 오방위의 중앙이며 우주의 중심에 위치한 사랑과 그 권위를 상징하는 따뜻하면서도 화려한 색이다. 동양에서는 임금과 황제 외에는 감히 몸에 두르지도 못한 절대적 색채가 노란 색이었음에야.

이런 터에 나주시의 상징 색을 노란색으로 추천하고 싶다. 노랑은 이래저래 나주와 인연이 깊은 색이다. 나주의 대표브랜드인 나주배가 노란색이고 마한 54국을 호령하던 목지국이 나주였는데 그 목지국의 황실을 치장하던 색채 또한 황금 수실로 새겨진 노란색 봉황이 그 권위를 드높였겠다. 지금은 자연계에 흩뿌려진 유채씨앗이 싹터서 영산강 수변의 자연을 접수해버리고 말았다. 이런 낙원에서 호흡하는 우리는 황제보다 더한 환상을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흐드러진 유채꽃을 보며 가슴은 마냥 벅차오른다 영산강 350리 물길을 유채꽃 같은 황금빛 세상이 흐르기를 필자는 오래오래 소망한다. 유채꽃이 영산강 브랜드가 되는 일은 더더욱 마땅하겠다. 꽃도 보고 향기도 음미하고, 꽃씨에서 채취한 카놀라유와 그 기름으로 바이오연료도 제조하여 환경을 살리는 '도랑 치고 가재 잡는' 그야말로 일석 사조를 노릴 수 있으니 어깨춤이 절로 덩실할 밖에.

영산강은 이제 환상을 넘어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전설을 하나쯤 만들어갈 때다. 사람들의 입을 건너면 발 없는 말은 천리를 말 달리는지라 전설은 세월을 넘기면서 씨를 뿌리고 꽃을 피워 먼 훗날까지 사람들의 혈관에 멈출 수 없는 그리움으로 굽이쳐 흐를 것이다. 예컨대 연인의 손을 잡고 통나무다리를 건너서 사랑을 고백하면 반드시 이룬다는 전설 말이다.
  
'동섬 전설'의 향기 멀리 퍼져가라

영산강 생태하천사업으로 여러 개의 섬이 사라졌다. 강을 제대로 살리려면 강의 생태를 생김새대로 보존해야 했었는데 워낙에 밀어부친 사업인지라 전설 하나도 깃들일 수 없는 민둥 하천을 만들고 말았다. 이처럼 손발을 자르고 일사천리로 개발만을 앞세우다 보면 강은 또 다른 중증 장애를 앓게 되므로 정말 신중했어야 할 일이었다. 유채꽃밭을 어울린 길손들처럼 전설 하나 만들자는 제안이 지금처럼 간절한 때도 없겠다. 이름 하여 영산강 유채꽃밭의 스토리텔링 말이다.

나주에서 탯줄을 자른 작가 중에서 한 사람을 선정하여 자신의 문학적 영감을 풀어내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 섬의 전설'이 사랑을 고백하는 지구촌 연인들이 영산강 을 찾아 유채꽃 물결 같은 사랑을 펼쳤으면 좋겠다. 세계의 연인들아, 한국의 나주에 가서 사랑을 고백하라. 유채꽃불이 한창인 영산강에서 고백한 사랑은 유채꽃 불빛으로 영원히 불탄단다. 영산강과 어깨 늘어뜨린 왕버들과 유채꽃과 꿀을 찾아온 모시나비와 꿀벌들이 그 자리에 모여든 증인이란다.

 자, 사랑이여. 하늘 가득 날개 쳐라. 유채꽃 향기 따라 멀리멀리 퍼져가라. 사랑의 환상을 불 밝히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영산강의 물결'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