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의 전쟁, 쌀과의 전쟁

한국인의 조급성 문화는 ‘품떼기’라는 이름으로 벌이는 공사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 교민들이 현지에서 그쪽 사람들과 갈등을 겪는 부분도 다름 아닌 한국인들의 근면한 조급성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 조급성은 빠른 성과에 대한 기대나 남보다 앞서기 위한 극성스러움과도 통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다 한국인들의 타고난 재능은 다른 나라사람들과는 비할 바가 아니게 뛰어나고 명민하다. 세계의 솜씨장이들이 실력을 겨루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회만 해도 한국은 첫 회부터 내리 20회까지 도맡아 우승을 했었다. 그 내로라하는 기능인들의 불꽃 튀는 결전의 그라운드에서 한국 사람들의 우수성은 이처럼 유감없이 증명되었던 것이다.

예를 더 보자. 우리는 목하 국토의 허리에 철조망을 치고 동족과 대치하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이다. 그런데 살아가는 모습에선 남과 북이 천양지차다. 줄여서 말하면 한쪽은 살과의 전쟁 중이고 한쪽은 쌀과의 전쟁 중이다. 그러니까 한쪽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에서 경제력 10위권에 진입한 경제대국이고 다른 한쪽은 끼니 잇기가 어려운, 세계에서 최 극빈국 중의 하나이다. 한 핏줄로 이어 내려온 같은 민족인데 살아가는 현실은 하늘 땅 만큼이나 현격한 것이다. 굳이 남과 북의 차이 난 부분을 비교하자면 남쪽은 품떼기를 중심에 둔 자유시장경제체제인데 북쪽은 사회주의를 근간으로 한 日當체제의 경제이다.

달리 말하여 南은 개인이 경제의 주체이지만 北은 집단 내지는 전체가 경제의 단위를 이루고 있다. 현상으로만 보면 한국사회도 국민의식이나 사회정의 차원에서는 아직 요원한 곳이 많다. 그런데도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부의 척도가 달라지는 터여서 가히 기적적이다 싶게 계속해서 좋아지고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이다. 허나 북한 사회는 일을 더해도 덜해도 돌아가는 혜택은 동일하니까 더 이상 흐르지 못한, 고여 있는 사회가 되어 고질적인 궁핍의 굴레를 운명이나 되는 양 벗겨내지 못하고 있다. 오늘 날 한국이 이룬 이 기적적인 발전의 이면에는 조급증과 품떼기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막말로 한국인이 뛰어오른 오늘의 바탕에서 이 같은 조급증을 빼고 나면 내세울게 무엇이 있을까? 세상판세가 제대로인가. 정치가 제 몫을 하는가. 절망스럽다는 표현이 합당할 만큼 지금도 총체적인 부정부패가 현실에서 엄존한 데도 한국의 발전상은 가히 눈부시다.

봄도 허리에 와 있다. 어디선가 산 꿩이 울고 젖꼭지 같은 새싹들이 금시라도 터질듯이 하루가 다르게 부풀어 오른다. 아지랑이가 세상의 환상을 연주하면서 가까운 이웃처럼 사람 사람을 손쳐 부른다. 새로운 기적의 언어들이 예서제서 수다 떠는 시간에 초록세상은 짙어만 간다. 천지사방이 소란스럽기에 사색하기에는 적합지 않지만 욕망과 향상의 근육질이 새삼 느껴지고 세상을 항변이라도 하듯 삼라만상은 우거지고 또 우거질 것이다. 이 모두가 고스란히 자연적이거나 인간적이어서 분에 넘치게 기운차다. 

*추억과 욕망 속에 4월은 가고 있다

팔 벌려 가슴을 펴고 이 계절의 대기를 호흡한다. 더 많은 설레임 곁에 눈 들어 구름처럼 다가간다. 산야의 관능을 상대하여 “덮치고 싶을 만큼 섹시하네요! 사바 세상이라고는 해도 이 무슨 해괴한 사설인고!“ 폭죽 같은 봄꽃들의 품세가 꼭 이 같다. 출출세간을 향하여 눈 비비고 나아가자면 너도나도 한 그루 나무처럼 손 흔드는 자리에 가자. 조급한 김에 뛰어든 4월! 추억과 욕망은 뒤섞이고 잔인하다잔인하다 하면서도 라일락 피는 4월은 가고 있다. 환상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