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공공의 업무를 취급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서 상당한 엄격성을 유지해야 그 조직이 신뢰를 받을 수 있다. 말하자면 옳음에 투철해야 하고 그름에 냉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범부라 해서 이 부분을 간과 할 수는 없겠지만.....,

공과 사를 구별한다는 것은 인간적 고통이 수반되는 일인데, 이 구별만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의한 보편타당한 상식이 곧추서 사람사회가 윤택해 질 수 있다.

지난 3·11일 전국동시 조합장선거가 막을 내리자 여기저기서 많은 사연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함평축협 직원의 축협 조합장 불법선거 비리 고발이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문제점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직원은, 현직 조합장이 300여개의 소(牛) 사골을 나주에서 구입하여 조합원들에게 선심을 쓰자 불법 기부행위로 선관위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이 고발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그의 신분이 역(逆)으로 알려지게 된다.

그런데 자신이 고발한 현직 조합장이 재선에 성공하자 사퇴 압력은 사필귀정, 처자식과 먹고 살기가 팍팍해 질 것 같다는 사연이다. 이와 전혀 반대로 나주축협 직원은 조합원 자격의 상실 여부에 대해서 특정인을 비호 했었는데 처자식과 먹고 살기는 별로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아 문제다.

애들 말로 하자면 웃긴다는 말이다. 함평축협 직원은 공공의 의(義)를 위해서 고발 했는데 먹고 살기가 힘들게 되었고, 나주축협 직원은 자신의 직무를 철저히 유기하면서까지 불법적으로, (불법 여부는 검찰에서 가려지게 되겠지만) 피 선거권에 문제가 일 수 있는 사람의 조합장 출마 등록 등에 디딤돌을 역할을 했는데도 신분에 아무런 변동이 없다면 확실히 고장 난 사회가 맞다.

이러한 기현상은 미개한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인데 그 책임은 오롯이 사정기관과 지도자들에게 있다. 그리고 그 지역사회에 속한 시민들의 건강한 의식의 마비도 이러한 과정을 부추기기도 한다. 옛말에 ‘친 아버지 장작 패는 데는 갈 것이 못 되어도 의붓아버지 떡메 치는 데는 갈만 하다는 말이 있다’.

장작 패는 데 가봐야 득 될 것이 없다는 우리네 못된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데 함평축협과 나주축협의 행태를 살펴보자면 여지없이 들어맞는다. 사회의 공공성을 위한 고발이 되레 부메랑이 되는 사회라면 법치(法治)를 기대하기 힘들다.

법치의 근간은 만인의 평등에 있다. 똑 같은 잣대로 과(過)를 재단하여 맞춤한 다스림이 사회의 안녕을 보장해 준다는 의미다. 그런데 의(義)를 추구하는 자가 손해를 보고, 부정을 도모하는 자가 이익을 보는 사회구도라면 사람 사회라 할 수 있겠냐는 반문이다. 개판이라는 뜻이다.

나주축협이 이번엔 답을 할 차례이다. 아직 등등의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아 지금 당장 신분의 변동은 어렵더라도 보직은 반드시 이동 시켜야 줘야 정답이다. 징벌적 의미를 확실히 심어 주어야 유사한 일들이 재발치 않는다는 말이다.

하루아침에 지난 일들의 잘못된 잔상을 제거 할 수 없지만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해 나간다면 마침내 나주축협은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에 큰 공헌이 있을 것이나, 유아무야라면 나주 축협의 장래를 이야기 하는 것은 큰 모순이다.

이러한 부분은 나주축협에 국한된 일만 아니다.

나주지역사회에서 여러 유형의 잘못된 부분이 널려 있다. 불법적 ‘먹거리’를 지적하는 일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들 하는데, 민감하게 반응하는 쪽의 사람들이 확실한 사회성을 갖고 도덕적 관념에 강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와 정 반대라면 참 난감한 사회가 맞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동물들의 세계가 아닌, 인간들이 인간적 품위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회다. 그런데 인간의 품위는 정사(正邪)의 구별에 의한 마땅한 처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다시 강조 하지만 화이부동(和而不同) 할 것 인가, 아니면 부화뇌동(附和雷同) 할 것 인가는 다른 사람의 강요나 못난 눈치 보기가 아닌 자신의 인격적 문제다.

이 부분에서도 나주 축협은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 인사조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