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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1.목숨 건 표해(漂海)(1) 땅 끝 관두량(館頭梁)에서 탄 배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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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호] 승인 2006.11.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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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부(崔溥)의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다. 고래 등 같은 대궐의 기와집들이 켜켜이 포개져 즐비하다. 최부는 성종대왕을 직접 뵙고 부임인사를 드리러 경복궁에 이르렀다.

일반적인 5품의 버슬아치들과는 달리 나라님을 직접 뵐 수 있는 추쇄경차관(椎刷敬差官)으로 사령장을 받아 임지로 가려는 것이다.

조정의 신하로서 외직 보임자들이나 외국의 사신들이 궁을 떠날 때는 궁궐의 섬돌 아래에서 임금에게 하직인사를 했다. 그러나 경차관의 사령장을 받은 최부는 당시의 직책이 홍문관 부교리였기 때문에 종5품에 해당된다.

외직 근무로 떠나가는 자들은 3품에 대하여 섬돌 아래에서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이지만 임금님이 파견한 경차관이었으므로 나라님을 직접 만나 뵙고 하직 인사를 드린 것이다.

  "상감마마, 만수무강하시옵소서."

그는 한양을 떠나가기 전 배알한 성종의 용안이 잔상으로 떠오르며 임금의 걱정 어린 얼굴이 떠나지 않는다. 용상에서 일어선 임금이 최부 앞으로 다가섰다.

  "경차관!"

고개를 들지도 못한 최부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러나 대답소리에는 결연한 의지와 굳은 각오가 베어선지 또렷했다.

  "예-이."

 "아무리 멀리 떨어진 섬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근무를 마치고 오시오. 다만 몸조심해야 할 것이오."

 "상감마마! 명심하겠사옵니다.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신임이 두터운 최부는 가까이 다가서는 임금의 곤룡포가 자신의 발 앞에 멈추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임금은 큰 팔을 벌려 최부를 껴안았다. 붉은 색의 옷자락이 최부를 감싼다. 성은을 가득 입은 최부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시 마루바닥에 엎드린 최부는 큰소리로 아뢰었다.

 "전하! 힘껏 근무하겠사옵니다."

최부는 발길을 서둘렀다. 전주감영에 들러 함께 갈 사람들을 골라 팀을 구성할 때까지 벌써 달포가 지났는데도 짙고 붉은 색의 곤룡포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전라도 관찰사는 조선 8도에 파견되어있는 지방통치의 최고 책임자였다.

당시에는 전라도가 남, 북도로 나누지도 않았고 제주도도 전라도에 속했던 시절이다. 지방장관 관찰사(觀察使)는 제주로 부임하는 최부를 위해 뱃길을 주선하고 최부의 고향 나주지방을 중심으로 함께 갈 추쇄 팀의 사람들을 구성해 주었다.

최부는 먼저 전례에 따라 여섯 명을 뽑아 제주도까지 함께 갈 사람들을 골랐다. 나주목 금성산(해발 451m)주변의 사람들을 골라 함께 가고 싶은 최부는 화순현리의 김중(金重)과 나주목사고을 자신의 집에서 성밖으로 조금 떨어진 청암역리에서 근무하고 있는 힘센 젊은이 최거이산(崔巨伊山)도 뽑았다.

그는 힘도 셀 뿐만 아니라 말을 조용하게 잘 다룰 줄 아는 천부적인 마부(馬夫)였기 때문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뛰어난 무사고관용차 운전기사인 것이다. 청암역리에는 많을 때는 스무 마리의 말이 있을 때도 있었지만 일단 최거이산의 손에 고삐가 잡힌 말은 준마로 새롭게 태어났다.

나주성안에 있던 최부의 집에서 한식경 거리에 있는 청암역에는 언제나 최거이산이 돌보던 준마들이 살찐 궁둥이를 흔들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나주의 배리 손효자(孫孝子)는 마음씨가 곱고 집안에서 어른을 잘 공경했다.

이름도 효자이고 효심이 강한 그를 특별히 뽑았다. 광주목리 정보(程保)는 나이는 최부 자신보다 훨씬 더 먹었지만 리더십이 강하고 사람들을 다룰 줄 알아서 최부가 아끼는 인물이었다.

이 무렵 문관인 승사랑(종8품) 이정(李楨)은 기운이 넘칠 뿐만 아니라 주변상황 판단이 남보다 빠르고 기민하다.

잡심부름이나 곁에서 시종처럼 도와줄 호노 만산(萬山)까지 각각 특장이 있고 나름대로 특기와 가락수가 있는 자들로 구성된 최부의 경차관 제주출장 팀은 막강했다. 최부까지 모두 일곱 명이다. 날뛰는 호랑이라도 맨손으로 잡을 만하고 태산이라도 옮길 만큼 패기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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