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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허공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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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호] 승인 2014.11.17  09: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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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태풍이 불었다
오백년 동안 마을을 품었던 정자나무 우듬지가 찢겼다
덜렁거리는 가지를 마을 청년이 잘라냈다
우리는 모두 아연했다

나무는 안쪽이 텅 비어 있었다
보물을 허겁지겁 도둑맞은 금고 같았다
아름드리 몸통을 들여다보니 아궁이처럼 캄캄했다
오장육부와 그것들을 감싸던 갈비뼈와 등뼈가 삭아 내려 
나무는 허공에 떠있었다

어떤 태풍도, 어떤 가뭄도 막아낸 그의 강건한 의지는
마을의 신앙이었다
누구도 그의 건강을 의심해 본 적 없었다

여름이면 깊은 그늘로
마을의 진땀을 식혀주던
나무는

제 안을 태워 소신공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뭇잎이 소신공양의 불꽃이었다는 걸
그늘이 불꽃의 눈물이었다는 걸 알게 된 우리는
나무의 허공을 채워주려고 울력을 해서 시멘트를 부었다

나무의 온몸이 안팎으로 썩어
그늘이 없어진 뒤에야
할아버지의 잇몸처럼
허공이 나무를 버티고 있었음을 우리는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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