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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날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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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1호] 승인 2014.10.19  09:5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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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밤을 삶는다
생밤은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빛깔로
올망졸망 냄비에 들어앉아있다
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 날것의 시간을 익힌다
냄비 뚜껑을 여니 비슷했던 얼굴들이 확 달라졌다
밤의 일생이 색인표를 달 듯 빛깔로 정리되었다
저를 대표하는 선명한 밤색,
검은색, 누르스름한 색, 검다가 희다가 밤색이다가 한 밤
어떤 색을 고를까 고민할 필요도 없이
손이 가는 쪽은 아무래도 윤기 자르르한 밤색이다.
제 타고난 빛깔을 잃은 것은
벌레에게 점령당했거나 병든 밤이다
이토록 선명한 자술서가 또 있을까 싶다
인증을 받듯 온몸으로 증명하는 밤의 한 생
심사위원이 되어 눈을 감고 들으면
발표자의 점수가 하늘에 숫자로 박히듯이
눈을 감으니 신의 마음이 읽힌다
별 다섯 개로 빛났던 오성호텔 같은 생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토실한 알밤을 건너서
병들고 벌레 먹어 검게 내려앉은
썩은 밤을 불러올리는 신
검은빛이 밤의 피눈물이라는 사실을 각성한 순간
나는 무릎을 꿇고
눈을 뚝 뜨고 죽은 소년병사의 눈을 감기듯이
밤의 검은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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