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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 선생의 영산강 이야기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연재를 마치고, 선생의「소설 표해록(漂海錄)」을 다음주부터
연재합니다. 소설 표해록은 조선전기의 문신인 최부(崔簿1454∼1504)가 모친상을 당해 제주도에서 귀향하는 도중, 뜻밖에 흑산도 부근에서
태풍을 만나 명나라의 절강 연안까지 떠밀려 가서 일행 43명과 함께 혹한 속에서 살아남기까지의 체험담을 기록한 것이다. 「소설 표해록」을 통해
다른 문헌에서는 찾을 수 없는 당시 중국 명나라의 생생한 모습을 최부의 붓끝에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편집자주
조선사대부의 절대지존 최부(崔溥)
숨겨진 은둔의 땅 남도에는 영산강이 유장하게 흐르면서 웅혼한 멋을 풍겨줍니다. 그리고 영산강의 복판에 나주가 자리했으며 호남인들의 자긍심을
일깨워 줍니다.
사통팔달로 교통망이 엉켜있는 나주는 천년의 전통을 이어오는 목사고을로 호남의 인재를 키워내는데 애써왔습니다.
더구나 최근에는 나주에 광주전남의 새로운 혁신도시를 건설하기로 확정했으니 이는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습니다.
영산강이 굽이 지며 흐르는 곡강(曲江)변에서 태어난 최부는 남도의 젖줄 영산강이 너무 그리워 죽어서도 강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선생의 무덤이
자리했습니다.
묘 옆으로 흐르는 강물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생생하게 들려옵니다. 수도 없이 여러 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긴 선생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우리들에게 알리는 외침이라 하겠습니다. 아울러 조선사대부의 지조 있고 행동하는 양심인 것입니다.
최부는 조선사대부의 표본이었습니다. 그의 효심은 너무도 지극했습니다. 오로지 아버지[錦城]와 어머니[海南]만을 생각하며 효심이 지극했던
그는 부모의 땅을 그리며 자신의 호도 금남(錦南)이라 정하고 그렇게 불리기를 좋아했습니다.
불의와 타협할 줄 몰랐던 그는 죽음 앞에서도 소신을 굽힐 줄 모르는 강골이었습니다.
과거에 합격한 그는 추세경차관으로 제주도에서 근무를 할 때였습니다.
마침 부친이 사망했다는 불의의 소식을 듣고 고향 땅 나주로 돌아오는 뱃길에 그가 탄 배는 풍랑을 만나 멀리 중국 땅까지 표류하고
말았습니다.
난파선에 물이 차 오르는 위험한 순간에도 효심이 가득했던 그는 돛대에 자신의 몸을 꽁꽁 묶었습니다. 자신이 죽은 후 시신이라도 찾기 좋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해적을 만나 목에 칼이 들어오는 순간에도 조선관리의 기개를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끝까지 상복을
입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서운 결단이라 하겠습니다.
생사의 고비를 넘기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그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소설로 쓴다는 것은 흥미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들이
해야 할 몫이라 하겠으며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지라 여겨집니다.
선생은 조선인으로서는 최초로 중국남부대륙을 종단한 용기 있는 젊은이였습니다. 양자강에서 황하 강까지 다섯 개의 강물을 서로 연결한
경항[北京 杭州]대운하를 건너가면서 조국의 농사꾼들이 가뭄에 시달리는 모습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의 애민과 목민 정신은 결국 풍차를 보고 배워 귀국 즉시 가뭄극복을 위해 직접 풍차를 만들었습니다. 진정 그는 뜨거운 피의 소유자였으며
아는 것은 기어이 행동으로 실천했던 사대부였던 것입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위험한 상황에서도 바른길을 지킨 그는 시대가 필요로 하는 나주인의 양심이었습니다. 숨쉬는 영산강과 함께 나주의 전설
속에 살아있는 인물 최부!
그는 진정 동양의 마르코 폴로였습니다. 대쪽같은 선생의 기개는 오늘의 우리들이 본받아야할 것입니다.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난파선 속에서
기록해온 쪽지는 그가 쓴 표해록(漂海錄)의 줄거리였으며 성종 임금에 의해 한 점도 거짓 없이 사실대로 찬진 되었습니다.
오늘날 인터넷 세대나 젊은이들도 읽기 쉽도록 다시 쓴 소설을 피 끓는 양심의 선생무덤 앞에 바칩니다. 정의로운 삶을 살다 가신 최부와
관계되는 모든 자료를 챙겨주며 적극적으로 후원해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합니다.
탐진 최씨, 그리고 나주 나씨 종친회와 무량서원 도유사 여러분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보내주신 자료들은 소중하게 보았습니다.
나주의 자랑인 선생은 현대인들에게 지조와 정의감으로 우리들 삶의 자세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조용하게 퍼지는 영산강물소리 속에 선생의 올곧은
외침이 함께 들려오는 넒은 들판은 마음을 집중하며 살아가야 할 터전입니다. 대쪽같이 올곧은 그의 철학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시급한 화두라고
여겨집니다.
우리들의 가슴을 열어봅시다. 그리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와 불꽃처럼 타오르는 그의 열정을 찾아 소설 속으로 빠져봅시다.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은이 淸山 윤 영 근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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