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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 그들은 지금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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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호] 승인 2006.10.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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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편집국장
‘386세대’라는 말만큼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용어는 흔치 않을 것이다.

이 용어의 본래 의미는 단순하다. 1960년에 태어나,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로 이 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한 1990년대 초반의 30대를 뜻했다.

개념상 60년대 태생이니 이들이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히 소멸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 용어다. 이제는 그들의 나이가 40이 넘었으니 ‘486세대’라고 불러야 옳을지도 모른다.

80년대 도서관 유리창을 깨고 ‘학우여 모여라’를 외치던 투사들.
‘백골단’에 머리통이 깨지고 멱살을 잡혀 끌려가면서도 “민주주의 만세”,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오열하던 그들. 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광범위하게 저항한 최초의 세대였다.

비록 내부적으로 저항의 이데올로기와 동기는 달랐지만, 그들은 유시민이 ‘항소이유서’에 쓴 것처럼 “열여섯 꽃 같은 처녀가 매주일 60시간 이상을 일해서 버는 한달 치의 월급보다 더 많은 우리들의 하숙비”를 부끄러워하며 거짓된 현실을 향해 온몸을 던져 항거한 세대였다.

 

실종된 386의 정체성

이러한 386세대가 위기를 맞고 있다.

진보정치연구소와 한길리서치가 얼마 전 벌인 여론조사에서, 386의원들은 17대 국회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집단 1위(78.8%)를 차지했다.

개혁의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집단으로서의 정체성마저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자아비판에 가까운 그들의 회한의 소리는 처참하기 그지없다.

이른바 100만 학도의 선망을 얻었던 신화적 인물들이, ‘도덕성과 참신성’이라는 메이크업으로 치장하고 화려하게 등장한 젊은 세대들이 이렇게 된 것은 슬픈 일이다.

386세대(실제로는 486세대) 운동권과 80년대의 역사적 체험에 대한 부정적 편견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존재한다.

일부 386세대 정치인의 변절, 정권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일부 386세대의 행태, 80년대의 체험과 기억에 상대적으로 밀착되어 있는 정권의 난맥상 등이 이제 386세대와 80년대의 역사적 기억을 결코 떳떳하게 말 할 수 없는 정황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사회 전반적으로 불어닥치는 탈역사, 탈이념의 흐름은 80년대의 저항운동을 이제는 청산해야 할 낡은 유산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좌우고면(左右顧眄)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결국 처세를 위주로 하는 기성세대의 행태 뿐이었다.

그들은 기성세대를 미워하지만, 미워하면서도 닮아갔다. 그룹으로서의 정체성이 사라지면서, 국민과의 거리도 날이 갈수록 멀어진 것이다.

이와 함께 ‘386’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 없고 모호한 ‘개혁’은 ‘그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일컫는 것으로 들렸으며, ‘개혁을 위해 우리가 주류가 되어야 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우리가 주인 되기 위해 우리는 주류가 되어야 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그들은 자신들의 빠른 출세를 지상목표로 그 소중했던 80년대의 이념을 무시하고 기성의 사회 권력구조에 그대로 순응하면서, 386의 횡적 유대는 오로지 그 목적에 도움되는 도구로서만 이용하려고 하는 일부의 시행착오도 있었다.

이들에게서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벌써 기성세대의 풍모가 비치기 시작했다는 비난도 그 때문이었다. 진정한 386의 정체성이 실종된 것이다.

 

스스로의 역할전환에 대한 인식이 필요

다수의 386세대 운동권 출신들이 사회 곳곳의 곳간열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국민들이 그들의 민주화에 이바지한 공로와 구태정치 청산에 대한 기대, 그리고 무엇보다 권력과 돈에 오염되지 않은 그들의 도덕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386세대나 운동권 출신이라는 ‘마패’가 더 이상 갑옷이나 면죄부가 되어주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주의의 진전을 비롯해서 80년대와 386세대가 성취한 소중한 가치들을 원천적으로 부정하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느 시대나 그러하듯이 80년대와 386세대에게도 명암이 있다.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의 화신이 된 386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사회의 소수자와 사회적 대의를 위해 헌신하는 386도 많다.

사실 지금 우리사회가 누리고 있는 백화제방(百花齊放)으로 표현될 수 있는 다양한 담론들, 사소한 정치인의 언행조차도 철저한 감시의 대상이 되는 비판적 사유(思惟)의 진전 등이 바로 80년대의 역사가 없었다면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야 말로 정말 80년대의 대차대조표를 면밀하게 만들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번의 여론조사결과를 계기로 386세대들은 “이제 386세대는 체제에 저항하는 세대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제로 건설해야 할 중심세력으로 스스로의 역할 전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특히 과거 권위주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총체적 변화를 꾀할게 아니라 현실과 여러 가지 제약에 기초를 둔 대안을 통해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한 최장집 교수의 충고 를 귀담아 들어야 할 것 같다.

386이 80년대에 스스로 얻어낸 정치․사회적 의식을 저버리는 것은 그 숱한 죽음과 희생에 담긴 뜻을 저버리는 것이기에. 나주의 대표적 386세대 신정훈 시장도 이번의 여론조사결과를 겸허하게 반추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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