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오는 6·4 지방선거 대첩을 불과 5개월 앞둔 나주지역의 정치판이 점점 혼탁해 질 기세다. 하나 같이 이구동성으로 내가 아니면 누가 나주를 지키겠냐는 사탕발림 같은 애향심이 선뜻 마음에 와 닿지 않는 뚜렷한 이유 한 가지가 있다. 그들이 평소 나주를 그렇게 사무치게 사랑 했다는 기색이지만, 전혀 ‘아니 올 시다’다.

다가오는 6·4지방선거에서 나주시장 군(群)으로 시중저자바닥에 회자되고 있는 인물들 중에 마땅히 표를 줄 후보가 없다는 시민들의 마뜩치 않는 심기는, 민심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고 그들만이 유독 향원(鄕員)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향원(鄕員)은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말인데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나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필독이 요구되는 심서(心書)이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회적 위험인물은 남의 물건을 탐내고 훔치는 작은 도적이 아니라, 여하한 국록을 먹는 자들이나 그에 버금가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본분을 망각하거나 아예 직위의 의미조차 생각지 못하는 사람들의 여러 유형의 이중적 몰지각한 작태에 있다.

말하자면 겉으론 정의를 열변하고 불의를 미워하는 척하면서 그 뒷구멍으론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불의를 눈감는다든지, 축첩(蓄妾)등의 사회적 지탄 행위는 개인의 일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사회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류의 사람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을 위험하게 만들고 그 조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매도당하는 등 사회 제 윤리와 도덕적 질서를 어지럽히게 되어있다. 향원(鄕員)이 사회 지도자가 되어서는 왜 안 되는지 2000여년의 시공을 뛰어넘어 논어를 살펴보면 향원 덕지적야(鄕原 德之賊也)라고 일갈한다. 즉 향원은 자기 고을에서는 점잖고 바르게 보이는 사람이지만 위에서 말 했듯이 어두운 구석방에서는 스스럼  없이 모사에 열중하기에 덕을 해치는 사이비(似而非)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향원)에 나주의 ‘인물님’ 등을 겹쳐보면 2,000년 전의 말씀과 어쩜 그리도 맞아 떨어지는가 여간 신기하다. 지금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부정부패의 백화점 판이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미래산단과 관련된 ‘째마리’ 정치인들의 발언이나 행동양상을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향원이 누구인지 흰 바탕에 떨어진 먹물처럼 선명하다. 온갖 의혹의 당사자인 임성훈 시장을 비롯하여 홍위병 노릇을 자처했던 김종운 나주시의회 의장, 그리고 몇몇의 의원들이 대표적 향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표를 달라고 아우성치는 나주시장 후보를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 또한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 묶음이다.

나주시가 흙탕물에 허우적거릴 때 의향 나주라는 고을에 애정을 가지고 진솔한 나무람이 있었냐는 물음에 답할 사람이 없다면 스스로 향원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쉽게 말하자면 호랑이는 무섭고 가죽만 욕심내는 소인들에게 시민들이 곁을 쉽게 내어 줄 것 같지 않다는 의미다. 여기서 세 사람은 제외다. 불의(不義)를 불의라고 말하며 의원직을 내 던진 문성기, 정찬걸, 임연화 의원은 당시의 행적만으로도 피폐한 지역정치에서 일정부분의 신선한 이정표를 제시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있을 6·4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향원들에게 한 표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시민 의식이 대단히 중요하다. 또한 여하한 선거는 나주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고향을 위하여 사심 없이 자신의 아름다운 역량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는 장(場)이 되어야지, 외지에서 권력에 빌붙었다는 경력이나 돈 좀 벌었다고 느닷없이 밀고 들어와 지역에서 어른 노릇 하려는 못된 장난은 임성훈 시장 한사람으로 마무리 되어져야 한다는 겍 시민들의 중론이다.

그리고 나주라는 고향에서 가장 존경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존경받기를 거부하는 참사가 바로 선거라는 판에서 벌어졌다. 그 만큼 권탐(權貪)이 사람을 상하게 한다는 방증이다. 오는 6·4지방선거에서는 고향 나주에서 뼈를 묻을 사람이 선택되어져야 할 것이고, 조금은 부족하더라도 소소한 고민과 인간적 아픔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시민들은 선택하여야 한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말이 있다. 많이 안다는 놈, 많이 알고 있다는 놈, 그 자체가 근심과 걱정 보따리가 되어서야 되겠는 가란 물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 나주를 엉망진창으로 만든 장본인들이 죄다 식자(識字)를 자처하니 말이다.

조금은 천천히, 더디 가더라도 사람의 정으로 고향을 따뜻하게 보듬고 갈 수 있는 이웃사촌 형님, 아제, 동생 같은 그런 사람을 시민들을 기대한다.

제 흥에 겨워 멋대로의 도깨비춤사위에 열중인 사람을 좋아할 시민은 아무도 없다.

깊은 밤 삼경(三更)에 절집의 풍경소리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다시 돌아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