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문 국제펜 한국본부 이사장

시간을 입에 문 새떼가 서녘 하늘로 날아오르면 그리움이 눈처럼 쌓이고 쌓입니다.

새해인가 했는데 금세 끝자락입니다. 밤이면 바람이 어둠 속에 숨어 나무들을 붙들고 가슴 시리게 웁니다.

참으로 벗이 그리운 시간입니다.

서로의 손짓과 눈빛이, 서로의 발소리가 웃음소리가, 긴 시간 서로의 가슴 속에서 풍화작용을 일으켜 오롯이 그리움으로 남았습니다.

그대만큼 나를 아득하게 한 사람을 본 적이 없으니, 이번에는 기어이 그대를 초대하려 합니다. 생각을 가슴에 가두고 산지가 그 얼마인가요. 사흘 밤낮으로 눈보라가 치더라도, 이제 우리는 헤치고 가서 만나야 합니다. 세상에서 오로지 그대만을 그리는, 세상에서 최고의 이기적인 가슴으로 꼭 만나야 합니다. 젊은 날에 서로를 가장 정직하게 했던 가슴으로 만나야 합니다.

부글부글 술독에 이제 막 술이 익었고
질화로에 벌겋게 불도 이글거리는데
해 저물면서 눈이 내리시려나 보네
여보게 한 잔 하지 않으시려나
                 
백거이 「문유십구(問劉十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