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연재 | 이재태 논설위원의 혁신도시, 빛가람에서 길을 묻다
2008년 '혁신도시 재검토' 논란
이재태 논설위원  |  today1689@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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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호] 승인 2013.11.22  15: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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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태 논설위원

혁신도시 재검토 반발 전국적으로 ‘확산’
“혁신도시 지키자” 전국대회 나주서 열려
대통령도, 장관도 아닌 '유령'이 중단시킨 40조 국가사업
혁신도시 조성 중단은 지역간 불균형 심화 초래
나주 시민들 “혁신도시 중단없이 계획대로 건설해야”

 

'영산강 르네상스'를 이끌 혁신도시 조성사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15개 이전기관 중 14번째로 이달중 신사옥을 착공하는 등 한전을 비롯한 이전기관들이 신사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나주행(行)을 서두르고 있다. 명품도시로의 비상을 꿈꾸는 '혁신도시의 꿈'이 점차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정착에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나주혁신도시의 밑그림은 어떻게 그려졌고, 지금은 어떤 모습이며 또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20회 기획연재 ‘혁신도시, 빛가람에서 길을 묻다’를 통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2008년 4월15일 <조선일보>가 감사원 감사 보고서를 근거로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를 크게 부풀렸다"고 보도한 뒤 혁신도시 논란이 불붙었다. 

혁신도시 백지화가 기정사실화되는 듯 싶었고 이에 대한 지자체들의 반발이 극심해졌다. 그러자 17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국표준협회 주최 최고경영자 조찬회에서 "현재 혁신도시가 제대로 작동되고 실효성 있게 되도록 고민하고 있다"며 "혁신도시 재검토는 없다"며 파문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들까지 "더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압박을 가하고 나섰다.

국토부는 이날 정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혁신도시를 전면적으로 백지화하는 방향의 재검토는 아니고, 혁신도시 등 지방발전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여 실효성 있게 추진하는 방향으로 재검토 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16일 저녁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혁신도시를 유치한 지자체들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 "혹시 혁신도시가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해서 지자체에서 반발한 게 아닌가 싶다"며 "도시 건설은 하되 다만 거기에 자족도시로서의 기능, 도시 경쟁력 기능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계획을 뒤엎을 목적으로 친여 매체에 관련 정보를 흘렸다가 여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자 내부 방침을 철회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권의 기류 변화는 여당 대변인의 논평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조윤선 대변인은 16일, 감사원 보고서를 근거로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허구였음이 드러났다"며 "잘못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처음부터 재검토하여 미래의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조 대변인은 17일 오전 논평에서는 "한나라당은 정부가 과거의 잘못된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며 "한나라당과 정부는 지방균형 발전에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18대 국회에서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장관이 이날 오전 "재검토는 없다"고 말한 뒤 여당 대변인도 전날 "처음부터 재검토"에서 다음날 "문제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는 대책 마련"으로 표현을 바꾼 것이다.

한나라당의 논평은 정부여당이 혁신도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것으로 해석됐는데, 이 문제의 주무부처 장관은 그 다음날이 돼서야 "재검토는 없다"고 파문의 진화에 직접 나선 꼴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무효화?”

혁신도시 논란은 <조선일보>가 감사원 전략감사본부의 보고서를 근거로 "노무현 정부가 혁신도시 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 175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를 크게 부풀렸다"고 보도한 뒤 표면화됐다.

청와대의 모 비서관도 문제의 기사가 나온 날 춘추관에 들러 "처음부터 문제 많은 사업이었다,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혁신도시 백지화' 논란의 군불을 지폈다.

이튿날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먼저 풀고 혁신도시들의 주택공급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국토부에서 흘러나왔고,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같은 날 오후 참석하기로 예정된 부산 혁신도시 건설 기공식에 불참했다. 이재균 국토부 제2차관이 기공식에 대신 참석했는데, 그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는 담당 차관이 아니라서 업무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이명박 정부가 비 수도권을 육성하는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을 뒤엎고 수도권 편향의 발전 전략으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토지보상비로 2조4천여억원이 벌써 지급되고, 혁신도시 10곳 중 6곳의 공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혁신도시 재검토가 무모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정훈 나주시장도 4월16일 ‘정부는 혁신도시 건설정책에 대한 정략적 논의를 중단하라’는 긴급성명을 발표했다.

신 시장은 “혁신도시정책은 참여정부시절, 전문가, 정부기관의 타당성 검토를 거쳐 ‘국민 토론회’, 정부와 공기업 노조 등 정책 ‘당사자 간 사회협약’ 등 민주적 과정을 통해 확정된 것이며,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후보시절 나주 혁신도시를 방문하는 자리에서 국민에게 약하고 분명하게 공약한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특히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정부정책이 무효화된다면 누가 정부를 믿고 따르겠는가? 토지보상이 95% 이상 완료되고 사업이 착공된 시점에서 더 이상 정략적, 정파적, 소모적 논쟁은 이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대열의 선봉에 서온 나주시는 전국 혁신도시협의회, 이전기관 노조 등과 함께 ‘명분과 실익 없는 공기업 민영화 저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지속 추진’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이며 또한 시행사와 힘을 합쳐 당초 계획대로 혁신도시 건설공사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임을 천명하고 나섰다.

당시 부산과 대구, 울산, 진주(경남), 김천(경북), 원주(강원)는 한나라당이 지방정부를 맡고 있는데, 해당지역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도 일제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총선 과정에서 '혁신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약속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혁신도시가 백지화될 경우 제2의 '뉴타운 사기극' 논란까지 감수해야 할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계진 한나라당 의원(강원 원주)은 "원주의 경우 토지보상 비율이 87%에 이르고, 예정지 주변 땅값이 다 올랐는데 지금 그만두면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며 "정권은 바뀌어도 정부 정책은 연속성을 가져야 믿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여야는 혁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06년 12월 22일 혁신도시지원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는데 한나라당이 집권 뒤 입장을 바꾼 것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찬성 133표 중 35표가 남경필·유승민·전여옥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던진 것이었다.

유승민 의원은 "혁신도시는 한나라당이 노무현 정부 시절에 국회에서 찬성해준 정책이다, 이것이 무산되면 그 당시 어떤 이유로 표를 던졌든 한나라당에도 책임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대선을 치를 때도 혁신도시의 재검토·전면수정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고, 인수위도 혁신도시는 그대로 하겠다고 했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서 이번 일은 한나라당의 말 바꾸기로 비칠 수밖에 없다. 정책 신뢰의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혁신도시가 들어설 진주의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도 "10년만의 정권교체로 들어선 정부가 왜 이렇게 미숙한 모습을 자꾸 보이는 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 2008년 6월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혁신도시협의회는 ‘혁신도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혁신도시 건설 나주시민대책위 구성

2005년 4월 18일 신정훈 시장을 포함한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단은 국토부를 항의방문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10개 혁신도시가 들어서는 전국 14개 시·군·구청장으로 구성된 전국혁신도시협의회(회장 박보생 경북 김천시장)은 성명을 내고 "최근 일부 언론이 혁신도시 조성에 대한 원칙적 논제를 뒤흔들어 안타깝다"며 "규모의 축소 또는 백지화 등이 논의된다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지역에서는 강력한 저항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 21일 새정부의 혁신도시건설 재검토 발언이 나온 직후 차질없는 빛가람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나주지역 약 1백여개 시민사회단체는 ‘혁신도시건설 나주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화합상생연석회의와 자치분권나주시민연대, 혁신도시 주민보상대책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대책위원회는 4월 22일 오후 5시 나주시 중앙로 남고문 앞에서 5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혁신도시건설 촉구를 위한 나주시민 결의대회’를 갖고 “국가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혁신도시 건설을 한 치의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을 새 정부에 촉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한두현 나주노인회장은 대회사에서 “광주전남 시도민이 지역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차원에서 유치한 혁신도시를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헌신짝 내버리듯 재검토 운운하고 나서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이명박 대통령과 새 정권은 혁신도시 건설을 위해 삶터를 양보한 이주민의 심정을 헤아려 계획대로 공기업 이전과 혁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 10개 혁신도시 주민대책연합회의 임윤빈(충북 음성)공동대책위원장은 격려사에서 “빛가람 혁신도시를 비롯한 전국 10여개 혁신도시 주민들 모두 새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 발언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공기업 민영화와 통폐합 때문에 공공기관들이 당초의 계획대로 이전할 수 없다며 재검토를 언론에 흘린 것은 정치적으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임 위원장은 또 “집권당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었다고 국민이 선출한 국회가 제정한 법률을 뒤흔든다면 누가 이명박 정부하에서 시행하는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혁신도시 건설을 종래 계획대로 진행할 것 ▲감사원, 국토해양부, 국토연구원은 정권에 빌붙어 춤추는 꼭둑각시 놀음을 중단할 것 ▲이명박 정부는 몰락해가는 지역의 균형발전을 꾀하고 지방경제를 활성화 시킬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단체회원들과 시민들은 남고문에서 원광병원 4거리까지 대행진을 벌인 뒤 원광병원 4거리에서 금천 4거리까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광-목간 갓길을 이용, 인간띠잇기 행사도 벌였다.


나주에서 열린 지방 살리기 및 혁신도시 건설 촉구 전국대회

그리고 6월 10일에는 5천명의 시민들과 전국에서 모인 지방분권운동가들이 모여 “지방 살리기 및 혁신도시건설 전국대회”를 나주에서 개최했다.

지방 살리기 및 혁신도시 건설 촉구 전국대회는 이명박 정부의 혁신도시 재검토에 대해 “지역균형발전을 이해하지 못한 정부의 국정 철학 부재”라며 쇠고기 파동에 이은 전국적 이슈로 주목받았다.

전국대회를 주도한 ‘혁신도시 건설 촉구 나주시민대책위원회’는“수도권과 지방, 전국이 고루 균형있게 잘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국가균형정책의 목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우리의 소망이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지속적 추진을 촉구하고, 혁신도시의 흔들림 없는 추진을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회에는 혁신도시가 들어설 전국 10개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혁신도시추진국회의원 모임, 전국혁신도시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를 비롯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국회의, 수도권과밀화반대대책위원회 등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대열의 선봉에 서온 단체들도 대거 참여했다.

언론이 혁신도시를 무력화시킬 조짐을 보이자 나주시민이 나서서 순발력 있게 대응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의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6월 18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는 전국혁신도시협의회 주관으로 “혁신도시 어떻게 할 것인가”세미나를 개최하고  긴급 성명서를 발표하여 혁신도시 무력화에 대한 강력하고 발 빠른 대응이 이어졌다.

당시 '촛불정국'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7월 21일 지역발전정책 추진전략보고회에서 “혁신도시를 광역경제권과 연계하여 성장거점도시로 육성하고 필요시 지자체가 중심이 되어 보완방안을 제시하고 중앙정부가 지원하도록 최종 결정”하는 혁신도시 정상화 추진계획을 발표하여 재검토 논란을 종식시켰다


이재태(자치분권 나주시민연대 정책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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