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꽃잠 든 꽃눈들 깨우느라 봄바람엄마는 이른 봄부터 바쁘다
‘오분만 더’를 사정하는 목련에게 귓바람을 불어넣고
칭얼대는 개나리를 안아 올리고
진달래 궁둥이를 토닥거리느라
봄바람엄마는 죽을 맛이다
이러다가 봄학교에 지각하겠다고
아무리 흔들어도 실눈만 떴다가
홀라당 이불을 뒤집어쓰는 개나리에게
봄바람엄마는 최후의 방법을 강구한다
찬물 한 바가지 머리에 붓는다
에취,
꽃샘바람에 정신 번쩍 난 큰딸 목련이 하얗게 일어난다
개나리도 노란 눈망울을 굴리고
진달래도 붉어진 볼따구니로 부스스 깨어난다
후유,
엄마는 그제야 한숨 돌리고
아지랑이 아침상을 준비한다

때 되면 봄이 그냥 오는 줄 알았다
아침마다 전쟁을 치루는 우리집처럼
바지런한 봄바람엄마의 노심초사 끝에야
게으른 봄이 꽃가방 둘러메고 허둥지둥 달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