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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다듬기-26「선친, 불효를 범하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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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호] 승인 2006.09.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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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선친께서 내일 한번 뵙자고 하십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이게 납량특집이구나!' 하고 생각할 일이다. '선친'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저희 아버님(옛날에는 '가친, 엄친'이라고도 했다)' 쯤으로 쉽게 써야 뜻하지 않게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는 불효자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네 선친께서는 정이 참 많은 분이셨는데…"라는 말을 들었을 때이다. 이때는 묘한 표정을 짓다가 이 말을 한 사람에게 넙죽 절하고 "형님!"이라고 부를 일이다. '선친'은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를 가리키는 말이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를 '선친'이라고 부르는 사람이라면 아버지가 숨겨 놓은 자식이 분명하다.

선친은 '남에게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므로 '너의 선친'이나 '그의 선친'이라는 표현은 될 수가 없다.

오직 '나의 선친'일 뿐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글에서 '선친'이라는 말을 썼다면 그 '선친'은 무조건 글 쓴 사람의 아버지, 그것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가리킨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사망 기사를 보면서도 기사 내용을 새기기보다는 '선친'이란 말이 가진 뜻 때문에 피식거리는 것이 바로 교열기자의 직업병이다.

'17일 오후 서울 잠실의 한 상가건물 지하2층에서 방음재부착공사를 하던 부자父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신씨의 가정은 선친으로부터 물려받은 환기장치 설비회사를 운영할 때까지만해도 남부러울 게 없었다.…○○○기자'

○○○기자는 '선친'을 '신씨의 돌아가신 아버지'라는 뜻으로 썼겠지만, 이 기사를 해석하면 '…신씨의 가정은 돌아가신 나(○○○ 기자)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이라는 뜻이 된다는 걸 전혀 몰랐을 것이다. 말 한마디 잘못 쓰면 이처럼 뜻하지 않게 불효자식이 될 수도 있다. 이미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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