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그대여, 혹여라도
늦가을의 상수리처럼 소담하게 쌓인 그리움이 되어
내 마음 기다렸는지요

송이송이 눈물로 피어난 들국화처럼
보내는 순간의 간절함이
마중물처럼 흘림 없이 건너가서
그대 심중에 고여 있던 외로움을
환하게 흔들었는지요

잘 말린 씨앗처럼
우리들 심장에 갈무리해둔 사랑의 악보들
추억의 무명지로 더듬으면
마디마디 멈추어선 음표들이
걸음마를 시작한 애기단풍처럼 설레었는지요

열매도 맺지 못하고 뭉그러졌던
그 캄캄한 시간들을 끌어안는 가을햇살처럼
그대여, 허기진 사랑을 따뜻하게 배웅하고 있는지요

하늘이 내려와 쪽을 물들이듯이
세상의 바람들이 문득
코스모스처럼 억새처럼 가을을 물들이면
불현듯 목이 메이는 은행나무의 발등을
그대여, 낙엽의 신열로 뜨겁게 안아주고 있는지요
 
가을비 그렁한 어느 젖은 날에 내 마음 보내오
스치는 달빛의 옷자락을
차마 잡지 못하는 구름처럼
그대에게 물든 마음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