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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 아름다운 항구도시 목포는 서남해안의 중심도시다. 영산강 물줄기가 마지막으로 굽이치며 바다로 흘러든다. 개항백년의
역사와 다도해 관광전진기지로 개통된 서해안 고속도로와 함께 은둔의 도시에서 깨어나는 항구다. 목포와 함께 해온 유달산은 말없이 지켜온 세월의
흐름을 온몸으로 말해준다.
선사시대부터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온 남도문화의 본 고장이자 선비정신이 살아 숨쉬는 고장으로 유구한 역사와 함께 예술이 꿈틀대는 고장이
목포다. 시가지와 맞닿아있는 유달산은 강과 함께 바다를 동시에 볼 수 있고 사람과 자연이 어울려 이루고 있는 천혜의 관광도시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골짜기마다 그윽한 유달산을 올라가 보자.
호남의 금강산 유달산
노령산맥이 뻗은 산이 무안반도 남단에 이르러 마지막 힘을 쏟듯 솟구쳐 오른 바위 봉이 유달산이다. 유달산(해발228m)은 크지도 높지도
않은 산이지만 도심 속에 오똑하게 서있는 편으로 남도인들에게는 끊임없는 예술의 혼을 일깨우는 친근한 산이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멋을 부린
기암절벽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첩첩이 포개진 바위들이 저마다 모습을 자랑하며 뽐낸다.
유달산에 오르면 목포시 전체가 내려다보이고 탁 트인 다도해와 함께 영산강의 물줄기가 시선을 끈다. 점점이 떠있는 섬들이 물위에 떠있는
노둣돌처럼 한없이 이어져 보인다.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데 낮지만 너무도 독특한 암벽으로 된 산이라서 영산강변에 모여 사는 모든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광주광역시, 담양, 장성, 나주, 무안, 함평, 영암, 목포, 신안을 사이에 둔 영산강은 어느 누구도 무자비하게 파괴할 권리는 없다.
있다면 그것을 소중하게 보존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 영산강 하구지역은 육상에서 모여드는 각종 영양염류와 담수, 해수가 혼합되는 장소이가 때문에
생태적으로 대단히 풍요롭고 중요한 곳이다.
영산강 하구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이 지역은 온갖 여러 가지 생물들이 지천에 가득 널려 있었다. 또 하구 지역은 상류에서 운반된 토사에
의해 삼각주가 형성되거나 모래펄, 개펄이 발달되었다.
영산강 하구 쪽에서부터 외해(外海)로 발달된 개펄은 연안류가 흐르는 안쪽인 압해도, 하의도, 증도, 지도, 임자도까지 넓고 풍요롭게
펼쳐져있고 지금도 무한한 생산성을 지니고 있다. 영산강과 개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맺어져 있다.
1982년 하구언 둑이 막히면서 담수와 해수가 확연히 구별되고 생물들도 이동해야할 길을 잃어버려서 단순해 졌다. 그 결과로 육상에서 내려온
유기물은 하구에 축적되고 연안에서 발생한 오염물들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축적되어 환경오염의 악순환이 계속되어왔다.
사리 때는 수위상승으로 목포시내가 바닷물로 침수되고 물난리의 날벼락이 떨어지곤 했다. 영산강 하구둑 건설은 강안이나 바다 쪽 모두에게
고유한 물질순환을 변화시켜 생태계변화의 질서를 파괴하고 말았다. 흐르고 싶은 강물을 억지로 막아 호수로 변화시키기보다는 강의 순기능 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는 부드러운 길을 찾아야할 것이다.
산에 오르기 전에 먼저 질펀한 포구의 갯내음에 젖어보기 위해 선창가를 찾았다. 비린내 가득한 동명동 선창은 여기가 선창임을 말해준다.
제2여객터미널에서 제1여객터미널 사이에는 길을 넓혀 훤하게 정리했다. 작은 어선들이 얼키설키 출렁이며 편하게 매어있다.
길가에는 어시장이 2㎞쯤 형성되어 있었고 분주하게 오가는 이들과 물건값을 흥정하는 이들이 벌이는 실랑이가 여기저기서 왁자지껄 하다.
생선특유의 비린내가 짙게 풍겨나고 있었으며 어물전가게 앞에는 커다란 생선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일제치하의 수탈흔적 동양척식 목포지점
유달산을 향해 한참동안 걸어가자 허름한 이층의 돌로 지은 건물이 돌보는 이가 없어서인지 너저분하다. 일제하의 동양척식목포지점으로 사용되던
청사 건물인데 당시의 뼈아픈 식민치하의 보지 말아야 할 비극을 본 듯하다.
이 석조 건물은 후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이층으로 일본인에 의해 건립되었다고 한다. 조선을 침탈한 일본이 한국경제를 독점하고 착취하기
위해서 설립한 특수 국책회사로 조선의 막대한 농지를 강탈하고 가난한 농민들에게 노동력을 빼앗고 비싼 이윤의 고리대금으로 농민수탈의 앞잡이 역할을
해왔다. 영산강유역 사람들의 고혈을 착취하는 한편 조선의 경제를 부흥시켜준다는 거짓으로 온갖 못된 짓을 저지르기도 했다.
목포개항 100주년을 맞이하여 일제잔재를 청산하는 의미로 뼈아픈 과거를 결코 잊지 말자고 이 건물을 여태까지 헐어내지 않았다고 한다. 옛
모습을 되살려 일치된 민족정신을 선양하는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믿는다.
유달산 자락 옆의 큰 길에는 도로원표가 있었다. 국도1호선은 목포에서 서울, 평양, 신의주까지(939㎞)이며 국도2호선은 목포에서
부산까지(378㎞)이다. 도로원표는 각 도시간의 거리기준이 되는 기점으로써 목포도로원표 진위치 좌표는 동경126도22분52초,
북위34도47분1초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도로의 원점을 목포를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세력이 조직된 거점 도시로 여겨지지만 오늘날의 목포는 슬픔과 한으로 애달픈 사연만
아프게 남았다. 지금부터는 준비된 서해안 시대의 기수로 찬란한 내일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근대 목포문학의 꽃으로 부르는 박화성 문학관(국가사적289호)의 독특한 양식의 건물이 보였다. 박화성 문학 기념관은 한국문학의 선구자이신
선생의 유품을 전시했다.
어느 분야에서나 개척자의 생애가 그러하듯 외롭고 어려운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과 정진으로 우리 문학사에 우뚝 선 여류 문인이었다.
우리문단에 등장한 최초의 본격적인 여성작가였고 장편소설을 집필한 최초의 여류작가로 선구자적 길을 걸어왔다.
문학 기념관을 오른쪽으로 돌아 담장을 따라 올라가자 노적봉이다. 몇 해 전까지 그곳에는 라디오 방송국이 자리했던 곳이지만 깔끔하게 정리하고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서 한눈에 드러난 노적봉이 우람한 모습이다.
노적봉은 유달산의 정문격인 산 능선 좌측 변 주차장 옆에 볼록하게 솟아있는 커다란 바위 봉이다. 노적봉은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뛰어난 전술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고 있으며 한때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소개되어 더 유명해진 곳이다.
시가지 쪽으로 길쭉하게 뻗어 나온 커다란 바위덩이가 있는 해발 60m지점의 둥그스름한 노적가리 같은 봉우리다. 이곳에서 진을 친 충무공
이순신장군은 빼어난 전략적 지혜와 슬기가 담겨진 유별난 곳이다.
충무공께서는 적은 군세로 많은 왜적을 물리치기 위하여 바위 봉우리를 짚 마름으로 덮어 군량미를 쌓아둔 노적가리처럼 꾸몄다. 이를 멀리서
바라본 왜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결국 겁에 질린 왜군은 싸워보지도 못하고 목포 쪽으로 쳐들어오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러한 일이 있은 후부터 봉우리의 이름을 노적봉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아울러 길 건너편에는 쥐처럼 생긴 바위가 하나 있는데 이는 쥐바위라고 부른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먹을 것뿐인 노적가리 속에는 당연히 쥐란 놈이 숨어살기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생긴 모습도 영락없는 쥐다. 뒷발로
버티며 고개를 쳐든 쥐라하겠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살뜰한 이야기를 꾸며 전해오는 목포인들의 진지한 삶이 묻어난 전설이라 하겠다. 작은 바위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인격을 부여한 멋진 발상이 참신하다. 돌아오는 미래에는 더 친하게 자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할 것이다.
왜군 물리친 노적봉도
노적봉 남쪽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웅성거리며 떠드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에 존재가 밝혀진 신비한 나무를 보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든 것이다. 유달산공원 신비의 나무는 노적봉 아래 성기를 노출한 채 요염한 거시기를 자랑하는 여자나무로 두 다리를 쫙 벌린 채 앉아
있는 모습이다.
여자나무는 50년 생 느티나무로 지난 80년 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훼손이 우려되어 철저히 감추어왔다. 최근 새천년
종각을 설치할 때 나무 앞의 잡초를 제거하면서 여자나무의 모습이 외부로 드러나게 되었다. 유달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무라 하겠다.
여자나무는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었다. 은밀한 여자의 그곳을 닮았다는 소문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수난을 겪고 있다.
노적봉 아래는 높은 터를 다듬어 시민종각을 지은 다음 커다란 종을 매달았다. 목포항이 열리고 우리나라가 근세사의 전면으로 나서면서 좌절과
보람의 역사를 지니면서 한이 쌓인 항구!
이제 희망과 영광의 새로운 목포가 되리란 부푼 꿈이 기어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전 시민의 앞날을 기약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새롭게 태어나는
모두의 소망으로 종을 달았다.
거대한 동종의 몸통에는 세 마리의 학이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날개 짓하는 모습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애잔한
삼학도의 슬픈 이야기를 현실로 이루려는 의지가 담긴 듯 하다.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