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무소속 대표 간 협상 지지부진

지난달 26일 나주시의회는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위한 임시회를 개회했으나 개회 5분 만에 정회에 들어갔으며 결국 이날 저녁 12시를 넘겨 자동 산회됐다.

이로써 나주시의회 후반기 의장단 구성은 언제, 어떻게 이뤄질지 불투명한 가운데 민주통합당과 무소속이 협상대표단을 내세워 합의점을 찾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나주시의회는 3일 정례회를 개회하고 업무보고를 청취하는 6일까지만 의사일정을 진행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정례회 의사일정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식물의회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나주시의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의장자리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주시의회는 민주통합당 6명과 통합진보당 1명, 무소속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기에 민주당이 무소속으로 무소속이 민주통합당으로 총선 이후 입장이 바뀌고 말았다.

민주통합당 소속으로 의장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정찬걸 부의장은 “당 차원에서 김덕중 의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동료 의원들의 권유로 의장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이어 “의장은 단순한 의사일정 진행자로서 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의장은 시장과 의회의 가교역할로 그동안 치유되지 않은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을 봉합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소속에서 내세운 의장후보인 김종운 의원은 “시의회의 역할은 집행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뿐만 아니라 시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의회와 집행부 간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현시점에서 의장이 된다면 시민의 화합과 소통을 바탕으로 집행부와 의회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나주의 새로운 희망을 안겨주고 진정한 민의를 대변하는 의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보이지 않는 손 의회운영 깊숙이 개입

하지만 시의회의 이 같은 파행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대다수 시민들의 생각이다. 여전히 나주라는 지역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인사들로 시의회 의장단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로선 물증은 없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칭되고 있는 인사들의 행보를 보면 쉽게 파악된다.

모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자신을 지지했던 도·시의원들을 동반 탈당대열에 합류시켰으며 지역에 내려올 때마다 함께 뜻을 같이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한 인사는 현재도 민주통합당 당적으로 가진 단체장으로 탈당파 시의원들과 자리를 갖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인사들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무소속 시의원들을 보이지 않게 지원하고 함께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의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총선 이후 배기운 국회의원 선거운동원이 검찰의 조사를 받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혐의가 배 의원에게 적용될 경우 재선거를 치를 수 있다는 발상에서 이처럼 조직을 관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탈당했던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복당작업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탈당파들이 복당할 경우 이들을 규합해 2년 후에 있을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함으로 풀이되고 있다.

무소속과 암묵적 연대 비례대표 논란

본지도 지방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에의 문제점을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정당공천제가 지속되는 이상 지방의원들은 당론에 따르는 것이 합당하다.

시의회 의장단 선거가 파행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민주통합당 소속이면서 무소속과 암묵적으로 연대하고 있는 김판근, 박순복 의원이다.

김판근 의원은 민주당 입당과 탈당, 복당을 반복하면서 항상 양지만을 찾아다닌 철새정치인으로 이번 후반기 의장단 선거에서도 당 소속 의원들과 협의 없이 소신껏 부의장에 출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이는 결국 민주통합당 소속이면서도 무소속 의원들을 지지한다는 것이며 부의장 자리를 사전에 약속받은 것이라는 주장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박순복 의원은 비례대표다. 비례대표는 자신이 선거운동을 해서 당선의 영광을 안은 것이 아니라 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의 선택에 의해 의원배지를 단 것이다.

다시 말해 민주통합당 옷을 입고 있으면서 무소속 의원을 지지하는 것은 민주통합당을 지지했던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며 비례대표 시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시의회의 파행은 의원 14명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하지만 지난 5대 의회까지 의장단 구성 과정을 살펴보면 의장후보를 둘러싼 논쟁은 없었다. 다만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자리에 대한 배분으로 논쟁을 벌였던 전례는 있다.

지방의회의 모법은 국회다. 국회도 원구성에 앞서 정당 대표들이 만나 협의를 통해 상임위를 구성하고 위원장 자리를 배분한다.

일부에서는 의원 누구나 의장후보가 되어 의무적으로 후보등록제를 통해 비밀투표로 선출하는 교황선출방식을 주장하고 있지만 의원 상호 간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의회의 파행은 결국 시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의 모법인 국회의 원구성 절차를 따르고 정당정치의 기본을 무시하는 아집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