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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입(無信不立)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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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승인 2012.06.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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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운 의원의 묵묵부답에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상실
한 인간이 신뢰가 없다면
어떤 장점도 높이 평가 안돼
두 사람의 구속과 관련해서는
도의적으로 책임지는 자세 필요

 

4·11총선이 끝난 뒤 배기운 후보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사람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지난달 5월에 구속된데 이어 이번에 또 한사람이 구속됐다. 지난 20여 년간 나주에서 치러진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 조합장 선거 등에서 선거운동원이 구속 수감되는 일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그것도 특정후보 한사람의 운동원 두 명이 연거푸 구속된 사례는 나의 기억으로는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이 구속된 사건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배기운 의원은 가타부타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실망스럽다. 본인의 연루여부는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최소한 자신의 선거 운동원이었던 두 사람이 구속된 것에 대한 입장표명은 있어야 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다’, 아니면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라는 생각해 아무 언급이 없는지 모르지만 한 조직의 리더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신뢰가 없다.

   
▲ 이철웅 편집국장
지난 수 십 년 간 지역사회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전례가 없었던 두 명 구속이라는 사단(事端)이 났음에도 자물통을 채우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하다못해  ‘본인의 부덕한 소치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시민들에게 심려 끼쳐 죄송하다’라는 류(類)의 입에 발린 발언이라도 있어야 했다. 국회의원 당선증의 잉크도 채 마르지 않았을 텐데 벌써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뢰는 서울 아파트 장롱 속 깊숙한 곳에 모셔둔 모양이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시쳇말로 이제는 ‘느끼’한 모양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그의 묵묵부답(黙黙不答)에 그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신뢰는 이미 상실됐다. 

‘무신불립(無信不立)’, 신뢰가 없다면 조직의 존립기반이 무너진다는 논어의 한 구절이다.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라는 말이다. 유비(劉備)가 군사를 가지면 마음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공융(孔融)의 우려에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 공자의 말을 인용하여 대답한 경구다.

「논어」에 보면 공자의 제자였던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라며 “첫째는 먹는 것 즉 경제, 둘째는 자위력 즉 군대,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다.”라고 대답한다. 공자가 말하는 경제, 국방, 신뢰는 현대 정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그 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라고 한다. 자공이 다시 물었다.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어떤 것을 빼야 합니까?” 공자는 경제를 빼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한 것이다.” 오늘날도 변할 수 없는 금언(金言)이다.

인류 역사는 결국 죽음의 역사였다. 배가 고파서, 힘이 없어서,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전쟁발생 등 죽는 것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였다. 그렇지만 한 조직이 마지막까지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신뢰였다. 국가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 리더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는 마지막까지 그 조직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신뢰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덕목이다. 회사는 고객의 신뢰, 직원의 신뢰, 사회의 신뢰 등이 뒷받침 되어야 하듯이 배기운 의원도 당원의 신뢰, 지역사회의 신뢰, 지역주민의 신뢰가 담보되어야 배기운이라는 조직이 존립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방면이라도 신뢰가 없어지면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다시 한 번 논어에서는 개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신뢰라고 강조한다. ‘인의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基可也).’ 한 인간이 신뢰가 없다면 그 인간의 어떤 장점도 높이 평가할 수 없다. 신뢰가 없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도, 지위도, 품격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가 없는데 서울대를 나왔으면 뭐하고, 국회의원이면 뭐하며, 품성이 유순(柔順)하면 뭐하겠는가. 배기운 의원의 그 어떤 장점도 신뢰상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설 곳이 없다.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은 자기 자신을 가리켜 “본 의원…”이라고 말한다. 자연인 아무개가 아니라 헌법의 보호를 받는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라는 뜻이다. 자연인 배기운도 8년의 기다림 끝에 “본 의원”이 됐다. 그러나 8년의 세월이 길었는지 국회의원이 주권자인 지역주민의 머슴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이 나라 최고의 헌법기관은 자신을 선택해준 지역유권자 즉 나주시민임을 잊어버린 것 같다. 알았다면 이런 사단에 입을 다물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19대 국회 등원한 지 한 달도 채 못됐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이곳저곳에서 배기운 의원에 대한 불협화음이 나온다. 지구당은 지구당대로. 당직자는 당직자대로. 지역주민은 지역주민대로 볼멘소리가 들린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구당위원장으로서 책임감도 리더십도 결여됐단다. 후회한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들린다. 몇 번 말하지만 신뢰를 상실하면 존립기반을 잃는다. “본 의원”을 만들어준 지역주민들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 편신(偏信)하지 말고 겸청(兼聽)하기 바란다. 그리고 두 사람의 구속과 관련해서는 어떤 식으로든지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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