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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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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1호] 승인 2012.05.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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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고, 말붙이기 어렵고
건방지게 보이고 ‘자때바때’ 해
성격이 대중적이지 못하고 내성적
칼럼이 ‘소통’보다는 ‘소탕’적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모두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는가

 

며칠 전 저녁,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친구를 만났다. 차창을 열고 안부를 묻는데 술만 한잔 하잔다. 친구 옆에 내가 모르는 일행이 함께 있었는데 친구가 자기와 친한 선배라며 같이 하잔다. 며칠간 계속 마신 술로 숙취의 연속이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 선배라는 분이 나를 잘 아신다며 같이 한잔 하자며 거든다. 친구와 단둘이라면 다음을 기약했을 텐데 처음 만난 친구 선배분이 나를 잘 안다고 하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어 자의반타의반으로 근처 술집에 자리를 잡았다.

   
▲ 이철웅 편집국장
생고기 한 접시에 소주를 시켜 한잔씩 하는데 선배 분 대뜸 하시는 말씀이 내 칼럼을 빼놓지 않고 보고 있는 애독자라며 내가 글은 무척 잘 쓴단다. 그런데 평소 내가 좀 거만하게 보인다는 말씀이다. 술을 어느 정도 하신 것 같았지만 이제까지 쓴 칼럼들을 대충 기억하면서 말씀을 하는 것을 보니 내 칼럼 펜이라는 말은 취중 립 서비스는 아닌 듯 했다. 하지만 한 번도 개인적으로 만난 기억이 없는데 거만하게 보인다고 하기에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선배 분 말씀이 나를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고 가끔 길에서나 행사장 같은 곳에서 우연히 마주친 내 모습이 그렇게 보인다는 것이다. 즉 말 한마디 걸기가 어렵고 전라도 말로 내가 ‘자때바때’ 한다는 것이다. 한두 번 들은 얘기가 아니지만 이 날만은 정말 내가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직업상 자주 접하는 시청 공무원들한테도 그와 유사한 말을 가끔 들은 게 사실이다. 지역사회에서 17년 동안 언론인 생활을 하면서 시청 직원들하고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술자리를 비롯한 기타의 자리를 거의 하지 않고 지내왔지만 우연찮게 나와 같이 술자리를 한 남녀 직원 대부분의 첫 마디는 내게서 “찬바람이 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도 붙이기가 어렵고 속으로 “지가 뭔데 목에 힘주고 다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만나서 대화해보니 그게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다들 의외였다며 ‘겉으로 나타나는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이다’라는 것이 나를 처음 만난 대다수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물론 개중에는 끝까지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한번 만나 인연을 맺은 이들 대부분과 계속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다.

구렁이 제 몸 추는 말 같지만 지역사회에서 20년 가까이 언론하면서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권력’을 행사해 본적이 없었다고 자부한다. 사소한 교통단속에 걸려도 처분을 받았지 단 한 번도 신분을 밝혀 빠져나가려고 해 본적이 없었으며, 공무원들에게 타인의 민원을 대신 청할 때도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편리를 봐달라고 정중하게 부탁했지 신분을 앞세워 위세(威勢)를 부리적도 없었다. 물론 언론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달리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나 자신은 그랬다. 덧붙여 지난 17년 동안 공무원들이나 관내 기관사회단체 그리고 관내 기업체 등에게 내 자신을 위한 민원은 거의 청하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즉 지역사회에서 언론인이라는 신분 앞세워 공사(公私) 간에 사이비(似而非)하지 않았으며, 목에 힘주지 않았고, 거들먹거리지도 않았다.

다만 성격이 대중적이지 못하고 내성적이어서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소통하지 못한데다 특히 내가 쓰는 칼럼이 ‘소통’보다는 ‘소탕’의 성격이 짙어 나와 직접 대면하지 못한 이들이 ‘이철웅 국장은 그럴 것이다’라고 속단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또한 나와는 무관한 남의 일에 관여해 ‘너는 나쁜 놈’이라고 ‘재판’을 해버리는 오지랖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고 있다. 그냥 눈 딱 감고 모른 척 하고 지나치면 될 일을 남의 다툼에 관여해 본의 아니게 적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의 본모습과 다른 평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순정도 있고, 눈물도 있고, 부끄럼도 많이 탄다’라고 흉 아닌 흉을 보는데, 나의 껍데기만 본 일부 사람들이 친구 선배처럼 나를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분들에게 추호도 서운하다거나 섭섭한 마음 없다. 경상도 사람 중에서 전라도를 한번이라도 다녀간 사람은 전라도를 부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데 한 번도 다녀가지 않은 사람들이 전라도 욕을 한다고 하지 않던가. 

친구 선배의 지적에 중국의 고전 시가집 「초사(楚辭)」에 나오는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서 굴원이 한말로 답한다.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온 세상 사람들은 모두 취하였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擧世皆濁我獨淸, 衆人皆醉我獨醒,).”

우리 속담 중에 “구렁이가 제 몸 추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저 잘 났다고 제 자랑만 늘어놓는 사람을 비아냥거릴 때 사용하는 말이다. 그것이 본래는 “굴원(屈原)이 제 몸 추듯 한다“라고 하는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혹시 내가 굴원의 어부사의 일부처럼 ‘내 몸 추’는 글을 쓰지 않았나 자문해 보면서,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는 어부의 말을 심각하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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