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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영산강이야기 28-도갑사도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 도갑사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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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호] 승인 2006.09.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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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름자에 첫째 갑자를 넣어서 자신의 명예를 걸고 지은 절이 도갑사다. 영산강변의 월출산에서 그가 태어난 고향 땅에 세운 도갑사를 찾아가 보자.

영암의 진산 월출산에서 최고의 길지에 자리 잡은 도갑사는 언제나 비둘기 떼의 울음소리 넘쳐 들리는 구림에서 영산강의 넉넉한 물은 주변 경작지를 기름지게 하는 젖줄처럼 사시사철 넘쳐흐른다. 조용한 산사 도갑사!

아침나절 계곡에서 흐르는 물이 모여 도갑 저수지에 물안개를 피워 오르게 한다. 하루의 날씨가 맑을수록 짙은 아침안개가 낀다. 저수지에서 피워 오른 물안개가 산과 함께 골짜기를 메우고 모든 것들을 숨겨 버린다. 큰 절집 모두를 안개 속에 담았다가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서서히 걷어내는 모습은 도선이 만든 최고의 걸작품에 틀림없고 가장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어서 즐겁다.

갈대밭이 있는 미왕재에서 시작한 골짜기의 물은 도갑사의 동편을 감싸 안으며 흘러들어 거대한 용수폭포를 만들어 낸다. 도갑산(375m)에서 흐르기 시작한 도갑천은 도갑사를 껴안듯 흘러내리며 두 물줄기가 만나서 저수지로 모인다. 두 물이 만나는 곳의 안쪽 넓은 터에 도갑사가 자리했다. 가히 천하제일의 명당 터라 하겠다. 다만 물줄기가 터진 쪽이 조금은 허하기 때문에 높다란 일주문을 세워 상서로운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았다.

 

아침안개 걷힐 때 가장 아름다운 도갑사

도선은 도갑사를 창건하면서 화기단속을 당부했다. 월출산이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악산이라서 화기가 강하기 때문에 불조심을 예언했는데도 이를 미리서 막지 못한 수 차례의 화재사건이 우리들의 슬픈 감정을 짓누른다.

대웅보전 뒤쪽으로 불에 타고 없어진 흔적으로 줄지어 늘어선 주춧돌이 이를 증명해 준다. 띄엄띄엄 보이는 주춧돌은 화려했던 당시의 사찰규모를 말해준다. 유난히 높은 공터에 자리한 주춧돌의 말없는 아우성이 영산강까지 울려 퍼진다. 도갑사의 정취는 아침나절 자욱한 안개가 서서히 걷힐 때 가장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볼 때마다 월출산의 느낌과 아름다운 모습이 다르다.

이른 아침 햇살이 역광으로 비치면서 봉과 봉사이의 안개를 밀어낼 때면 마치 산수화에서 수묵의 번지기 효과처럼 주변이 또렷이 살아날 때가 도갑사의 모습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

일주문을 지나 소박한 돌담사이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해탈문이다.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지는 법당까지의 경관이 시원하고 경쾌하게 다듬어졌다. 해탈문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단층 맞배지붕의 주심포 건물이다. 이렇게 평범하며 크지 않은 목조 건물이 어떤 이유로 국보일까?
이유는 건물의 천정에 있다.

대들보를 지탱하는 포대공의 양식이 주심포이면서 다포집 공포와 같이 여러 개를 걸친 형태는 우리나라의 어떤 건축물에도 없는 특이한 모습으로 목조 건축역사상 매우 귀중한 자료이기 때문이다.

대웅보전의 앞마당에는 커다란 배가 올라와 있었다. 무슨 배가 땅바닥에 올라와 있을까? 너무 놀란 나머지 가까이 가서 보니 배가 아니고 돌로 만든 물그릇 석조였다. 도갑사 석조(유형문화재 제150호)는 큰돌의 내부를 파낸 모습이 일하는 황소의 밥그릇 나무여물통과 흡사했다.

석조는 물을 담아 쓰거나 곡물을 씻는데 쓰이던 일종의 돌그릇이다. 석조는 화강암으로 만든 장방형으로 네 귀의 모서리를 매끈하게 깎았으며 밑바닥도 반원형으로 둥그렇게 처리했다. 석조의 전체적인 모습은 작은 통나무배와 같은 모습으로 안쪽의 가운데에는 밑바닥 물을 뺄 수 있게 작은 구멍이 나 있었다. 제작연도가 1682년으로 만들 당시의 번창했던 사세를 자랑한 듯하다.  
 

'한국풍수의 메카' 월출산 자락

최근에 완성한 도선 국사 성보박물관에는 도선 국사와 관련 있는 모든 것들을 모아둔 문화재를 전시하는 유물관이다. 성보관은 도선의 생애와 관련 있는 설화 등을 그래픽 영상으로 볼 수 있게 해서 대중들이 쉽게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대웅보전 바로 앞마당에는 5층 석탑이 단정한 모습으로 화장기 없이 수수한 자태를 자랑한다. 탑은 산스크리트어로 Stupa를 소리나는 데로 탑파라고 했는데 다시 이를 탑이라고 줄여서 부른 것이다. 탑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석조물로서 불자들의 정성과 신앙이 결집된 예배의 대상이 되어왔다. 기단에 5층의 탑신과 옥개석을 갖추었고 상륜에 노반과 보주를 갖추고 있다.

이 탑은 고려시대 석탑 형식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화려하면서 절제되고 정교한 기법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부드럽고 볼수록 듬직하며 싫증이 가지 않았다. 단단하고 안정감이 있으며 체감율이 매우 뛰어난 균형미 잡힌 석탑이라 하겠다.

도갑사 도선비는 도선 국사의 행적을 기록한 높이 5.17m의 석비로서 비석의 상면부에 올려진 용머리를 실감나게 조각한 이수가 가까이서 보면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실감적이다. 비석 제작에 무려 17년이나 걸렸다니 당시의 쏟아 부은 공력이 대단하다.

비석의 측면에 조각된 구름에 쌓인 용의 꿈틀거리는 모습이 당대 최고수준의 작품으로 조선후기 조각사의 귀중한 사료로 평가된다. 비신의 글씨도 또렷하게 새겨 졌고 귀부의 보존상태가 좋고 조각수법도 뛰어나 사적비 보물로는 대작이라고 하겠다.

월출산 자락의 영암은 ‘한국풍수의 메카’라고 부른다. 그것은 도선 국사가 태어난 곳이 이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도선은 도참사상의 대가이며 불교적 깨달음에 근간을 둔 선리를 혁파해 큰 지혜를 얻으신 민족의 선각자이자 자연사랑을 기본으로 하는 생명존중의 실천자이셨다. 도도하게 흐르는 영산강과 함께 풍광이 빼어난 월출산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이 넘치며 기가 살아있는 도선과 같은 인물이 태어남은 당연한 귀결이며 어쩌면 사필귀정이라 하겠다.

 

왕인像 역사적 고증 있어야

유장한 강물과 함께 월출산을 끼고 있는 영암 땅은 신령스러움과 기개로 따져볼 때 승지로서의 지리적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래서 훌륭한 인물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곳이다.

양택 입지로 최고의 명당이라 역사적으로 길이 추앙 받는 왕인과 도선 같은 걸출한 인물을 태어나게 했다. 그렇지만 왕인박사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나 저술이 남아있지 않다. 3∼4세기경의 오래된 일이라서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지만 그를 기리는 각종 복원사업이나 기념행사가 붐을 이루고 있다. 일본에 남아있는 왕인에 관한 기록과 사기들을 그대로 받아 들였기 때문이다.

도선 국사가 탄생한지 천년이 넘었다. 그동안 우리들은 무엇을 했는지 반성할 일이다. 구림리라는 마을은 도선의 탄생과 함께 생긴 지명인데도 왕인의 탄생지로만 알려졌고 문산재 위에 위치한 석상은 왕인 상으로 창작된 이름을 갖게 된 역사의 아이러니라 하겠다. 거꾸로 가는 역사의 단편인 셈이다.

전국의 곳곳을 빠짐없이 다녀본 필자는 선인들의 인물상을 돌에 새긴 유물은 아직 찾아보지 못했다. 우리 땅 어디에도 없다. 그것도 3세기경의 왕인 상이라는데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다. 현재 왕인 입상으로 명명된 돌에 새긴 인물상은 미륵입상 ‘문수보살’이 아닌지 정밀한 역사적 고증이 있어야 할 것이다.

넉넉한 두루마기와 두 손을 모아 잡고 옷소매가 길게 늘어졌다. 꽉 다문 한일자 입과 전형적인 한국인의 코를 갖고 있는 석상은 귀가 얼굴전체 길이 만큼 크다. 역사적 검증이 확인되지 않은 채 어처구니없는 오류는 바르게 고쳐가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바른 역사적 사실이 미래에 전해져 민족적인 역사의식이 똑바로 서도록 바로 잡아 가야 한다.

우리세대에 저지른 잘못은 지금 그 자리에서 바로 잡아가야 한다. 가장 적절하고 올바른 역사적 규명이 있어야 정의로운 세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흘러가는 영산강물은 우리가 깨끗이 지켜야 하듯이 도선의 생명존중사상은 지금 여기서부터 본받아 지켜가야 한다. 무설설 무법법….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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