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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선택’이냐 ‘순장조’냐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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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1호] 승인 2012.03.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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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는
시,도의원들을 ‘나주판 소피’로
‘소피의 선택’이었든 ‘순장조’였든
택한 길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나아가고 물러남이 분명하면
화를 당하는 경우 절대 없어
 

얼마 전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철의 여인’으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수상한 메릴 스트립. 그녀에게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가 바로 ‘소피의 선택’이다. 나치의 학살 프로그램에 의해 한 여성이 겪는 삶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여주인공인 소피(메릴 스트립)는 아버지와 남편을 잃고, 애인이 레지스탕스였다는 이유로 아우슈비츠로 끌려간다. 그곳으로 갈 때 그녀에게는 두 아이가 있었다. 그녀 앞에 두 갈래 길이 놓인다. 수용소로 가는 도중 소피의 미모에 반한 독일 장교가 큰 선심을 쓰듯 제안을 한다. 두 아이 중에 하나만 골라라. 그러면 그 아이만을 가스실로 보내고 선택하지 않은 다른 아이는 살려주겠다는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심장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다. 우리가 만약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런 제안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무엇을 선택 할 수 있겠는가.

   
▲ 이철웅 편집국장
영화에서는 공포에 질린 소피의 눈동자가 우리에게 ‘당신이라면 과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고 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선택들 앞에 직면할 때 마다 소피는 “이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아무런 선택도 하지 않고 살기는 어렵다. 좋든 싫든 인간의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소피의 선택이 그랬듯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면 조금이나마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기를 쓴다. 그 선택의 결과가 미칠 미래에 대해 알지 못해 불안 해 하면서….

영화에서 소피는 딸을 선택했지만, 두 아이 중 누구를 골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홀로 살아남은 그녀의 촉기 잃은 텅 빈 눈빛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기 의원의 공천 탈락에 이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 선언으로 민주통합당 나주지역위원회소속 시, 도의원들을 ‘나주판 소피’로 만들었다.

최 의원은 지난 9일 무소속 출마를 위한 민주당 탈당과 함께 시의원 7명, 도의원 2명 등 9명을 대리고 동반 탈당했다. 문제는 최 의원의 탈당과 무소속 출마가 아니다. 최 의원을 따라 떠날 것이냐, 당에 남을 것이냐 양자택일을 강요당했을 ‘소피’들이다. 이번에 동반 탈당한 시, 도의원들은 나름대로 나주 지방정치에 꿈을 펼치기 위해 당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그것도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이 된다는 ‘지역여당’인 통합민주당을. 최 의원은 그들에게 ‘소피의 선택’을 강요했다. 그들에게 나주에서 민주통합당은 ‘당선의 보증수표’며 ‘입신출세’의 지름길로 선택 사항이 아닌 필수였을 것이다. 그런데 보증수표와 지름길을 일거에 빼앗아 버렸다. 당선이 된다면야 원위치 되겠지만 낙선한다면 그들의 정치생명은 장담할 수 가 없다. 한사람의 명예회복과 입신양명을 위해 치러야 하는 그들의 정치적 희생이 너무 크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들의 거취를 충분히 고민해야 했다. 본인이야 낙선하면 짐 싸서 상경해버리면 그만이겠지만 당적 잃은 그들의 정치여정은 누가 책임지는가. 솔직히 ‘상전’으로서 ‘아랫것’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는 것에 대한 선악은 나주역사에 맞기고 여기서는 왈가왈부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들에게 ‘소피의 선택’은 강요하지 말아야 했다. ‘대빵’으로서 할 일은 아니었다.
물론 탈당한 모든 이들이 ‘소피의 선택’이 아닌 ‘순장조(殉葬組)’라고 항변할지도 모른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 아마 최인기 의원을 따라 자의반타의반이 아닌 자발적으로 탈당을 한 이들이 ‘순장조’ 일터인데, ‘순장(殉葬)’했다면 그것은 더 놀라울 일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 관계가 뚜렷하고, 노예를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던 고대시대 때 잠시 관습으로 존재하다가 문명사회라면 결코 있을 수없는 것이라 사라졌던 순장을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그것도 나주 민주당에서 있었다면 충격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비판 하지는 못할망정 시,도의원 등이 최인기와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결의 정도로 희석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최 의원과 동반 탈당한 이들 중에서 정말 ‘순장조’가 있었다면 그것은 과거 최인기 의원의 나주 민주당이 얼마나 왜곡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당연히 나주 민주당 소속 시의원, 도의원들은 최인기 의원과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최인기 의원이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을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최인기 개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 순장은 지극히 주군을 위한 죽음이지 그 사회와 사람들을 위한 죽음은 아니었다. 나주 민주당 일부 시,도 의원들의 순장(?)은 최인기 충신이라는 뜻이 있는데, 왜 그들이 최인기 충신이 되어야 하는가? 민주당의 충신이고 나주의 충신이 되어야지.

각설하고 ‘소피의 선택’이었던 ‘순장조’였던 간에 본인이 택한 길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할 것이다. 선택한 길에 후회 없기를 바란다.

진퇴유절(進退有節), 나아가고 물러남에 절도가 있어야 한다. 옛날 선비들이 늘 가슴 속에 새기면 살았던 삶의 철학이다. 절(節)은 대나무 마디다. 대나무는 마디가 있어 옹골차게 높이 자라듯이, 우리 인생도 나아감과 아울러 물러남이 있어야 더욱 옹골찬 인생이 될 것이다. 나아가고 물러남이 분명하다면 인생에 화를 당하는 경우가 없을 것이다. 물러나야 할 때 나아가려고 하고, 나아가야 할 때 물러나는 것은 인생의 화를 자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진퇴(進退)를 잘못 알고 경거망동하였다가 쌓아놓은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린 사람들을 우리는 참 많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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