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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신(偏信)하지 말고 겸청(兼聽)하기를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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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호] 승인 2012.03.0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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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군주는 겸청하고
어리석은 군주는 편신한다
상식이하의 측근챙기기로
공직사회 의욕상실, 사기저하
임시장의 평소 인사방침 뒤집어
사과할 게 있으면 사과해야

모든 권력이 한곳으로 집중된 왕권시대의 왕이나 황제만큼 큰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뭔가 권한을 갖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일방의 정보만 들어오는 상태가 야기된다. 한마디로 정보가 차단되는 것이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는 현대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방향의 정보만 들어오든가, 들어와도 귀 기울이려 하지 않으면 같은 결과를 가져온다. ‘정관의 치’로 유명한 당 태종 이세민은 과할 정도로 이러한 정보차단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 이철웅 편집국장
태종 이세민과 신하들의 문답을 기록한 책 『정관정요』「군도」 2장에 이 문제가 나온다.

정관 2년, 태종이 간의대부(諫議大夫) 위징에게 물었다.

“현명한 군주와 어리석은 군주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위징이 대답했다. “현명한 군주는 겸청(兼聽)하고 어리석은 군주는 편신(偏信)합니다.” 겸청은 다른 사람의 솔직한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 가운데 옳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편신은 특정한 사람의 말만을 믿는 것이다. 겸청과 편신의 차이는 다양한 정보를 근거로 한 다양한 의견을 들을 것인지, 아니면 한 방향의 정보와 의견만을 믿을 것인지에 달려 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일지라도 모두가 예스맨이라면 이는 편신이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현명한 군주가 될 수도 있고 어리석은 군주가 될 수도 있다. 이것은 바로 리더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지난달 2월 16일자 나주시청 승진인사 후유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나주시공무원노조를 비롯해 시민단체 지역언론 등이 작심한 듯 승진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인사권자인 시장의 납득할만한 답변과 특혜인사 의혹에 대한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공무원노조는 박모 팀장의 승진철회를 요구하면서 이번 인사를 감사원에 감사의뢰를  요청했다고 밝히고 있어 나주시 인사문제가 작년에 이어 또다시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시장의 고유권한이라 할 수 있는 인사를 두고 공무원조직과 지역사회가 이처럼 시끄러운 적은 나주시 개청 이래 아마 처음인 것 같다. 인사란 게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메카니즘이 존재하기에 인사가 끝나고 나면 어느 정도의 불만과 잡음은 언제나 있어 왔다. 그리고 ‘찻잔 속 태풍’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사그라졌다. 하지만 이번 승진인사의 후유증은 상식 이하의 ‘측근 챙기기’로 인한 공무원들의 의욕상실과 사기저하가 표면화 되면서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공무원노조나 시민단체, 지역언론 등이 인사와 관련해 여러 문제점을 제기하지만 핵심은  한 가지다. 이번에 사무관으로 의결 승진된 박모씨 문제다. 박모씨는 다른 후보자에 비해 6급 경력이 현저히 짧고 불과 수개월 전 도박 사건으로 문책인사를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5급 승진의결로 동장직무대리로 보직했다는 것이다. 박모씨의 승진의결은 대다수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6급 경력 10년 이상의 사기저하와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낼 경우 우대 하겠다”는 임시장의 평소 인사방침을 뒤집는 것이어서 공직사회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지난해 단행된 인사와 관련해 행안부로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과 함께 관련 공무원의 징계요구와 더불어 경고까지 받은 임시장이 측근을 무리하게 사무관으로 승진의결 하는 ‘결단’에 ‘임성훈스럽다’는 신조어마저 생겨났다.

측근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특정인을 승진시키기 위한 납득할 수 없는 근무평정 등 임명권자로서 상식을 잃었다.

물론 박모 팀장의 승진이 인사위원회의 문제제기는 있었지만 법에 저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았다 해서 모두가 선(善)은 아니다. 상식이 수반되니 않은 법 논리는 ‘법대로’라는 독선과 아집에 빠지기 쉽다. 고유권한이라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한번 끝난 인사를 무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나 시민단체 지역언론 등의 문제 제기를 인사권 침해나 자신에 대한 음해 또는 헐뜯기로 폄(貶)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의 지적대로 측근을 챙기기 위해 솔직히 권한남용이나 인사전횡이 전혀 없었는지 뒤돌아보고 사과 할 것이 있으면 과감하게 사과해야 한다. ‘내 마음인데’ 라고 고집 피우지 말고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이번 인사에 대한 선악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되 편신하지 말고 겸청해야 한다. 이번 인사의 후유증도 궁극적으로는 임시장이 겸청하지 못한 결과물의 일부다. 임시장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인사문제를 비롯해 여론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르내린 이유가 겸청하지 안았기 때문이다. 즉 너무 편신했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일방의 정보만 들어와 반쪽 정보가 되고 결국 다른 반쪽 정보는 차단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그로 인해 임 시장의 소통에 문제가 생기고 소통에 문제가 생기다보니 시정이 자주 삐걱거리는 것이다.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편신에 빠지기 때문에 자기 경계를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임 시장은 인의 장막에 들러 쌓인 체 계속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시정을 더 이상 펼치지 말고 소통해야 한다. 이번의 인사 후유증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편신하지 않고 겸청하는 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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