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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줘도 열매는 주지 않는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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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호] 승인 2012.01.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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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실을 배제하고 뽑아 쓸 줄 알아야
용인술이 훌륭한 리더의 조건
수시로 변하는 고무줄 잣대가 아닌
뚜렷한 인사원칙의 쇠 잣대 필요
이번 정기인사는 안정적인 후반기
시정의 성패를 좌우할 터닝 포인트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은 ‘장량, 소하, 한신이 있었기에 천하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 세 사람의 뛰어난 지략(智略)과 오묘한 경략(經略) 그리고 걸출한 무략(武略)을 일찍이 인지하고 이들을 등용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서 천하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이 천하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시절, 두 사람의 인사 스타일에 따라 천하의 주인이 결정되는 계기가 되는 장면은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에 의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 이철웅 편집국장
누구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대군과 천하의 명 참모 범증, 그리고 용맹하기 이를 데 없는 장수들을 거린 항우였으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한 탓에 적재적소에 인재들을 배치하지 못한다. 반면 시골 건달 출신에 불과한 유방은 여러 방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에 자신의 역할 대부분을 할애한다. 이렇듯 인사 스타일의 분명한 차이는 전력상 엄청난 열세였던 유방이 최후의 승리를 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는 것에 후세의 사가들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즉, ‘사람을 올바로 쓰는 용인술이 통치기술’이라는 전언이다. 그래서 오늘은 인사 이야기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 했다. 인사철만 되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음미할수록 심오한 말이다. 조직사회에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나주시청 공무원들의 정기 인사를 맞아 다시금 그 의미를 새삼스레 생각게 하는 말이지만, 역시 예나 지금이나 인사는 조직사회의 주요 변수다.

사실 조직사회의 훌륭한 리더 조건으로 만사(萬事)의 근본인 인사능력을 꼽는 이들이 많다.  아부성 인물이나 사심이 깔린 충성도 등 정실을 배제하고 능력위주로 뽑아 쓸 줄 아는 용인술이 훌륭한 리더의 기본조건이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업(大業)’을 이루는데 기여한 측근을 버리라는 것은 아니다. 충성도 깊은 부하를 곁에 두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또한 논공행상(論功行賞)도 조직관리 테크닉의 한 축이다.

하지만 상을 주고 측근을 다독거리는 것과, 중요한 자리에 인재를 골라 배치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상을 내려 충성심을 묶어 둘 수는 있지만 능력 없는 맹목적 충성심에 기반한 인사는 조직에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인사에 측근배제 원칙이 자주 강조되는 이유다.

막부(幕府)를 개창하여 첫 쇼군이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의 인사정책 키포인트는 ‘꽃은 줘도 열매는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공(公)있는 자에게 상(꽃)은 주지만 아무리 생사고락을 같이 했던 창업공신이라도 능력이 없으면 절대 요직(열매)을 주지 않았고 한다.

임성훈 시장이 귀담아 들을 부분이다.

물론 100% 만족하는 인사는 없다. 그러나 인사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야 하며 나름대로의 철학과 이유가 있어야 한다. 연공서열, 능력별 평가, 적재요소 배치 등 수치로 점수를 다지는 고가 이외도 인사에 작용하는 것들은 많다. 이 많은 요인들 중 인사는 수시로 변하는 ‘고무줄 잣대’가 아닌 원칙과 소신 그리고 정당성이 부여된 뚜렷한 인사원칙의 ‘쇠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직원들이 납득한다.

임성훈 시장은 알아야 한다. 지금 나주시청에는 임 시장의 사람이 필요하겠지만 공무원들과 지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인사는 하지 말아야 한다. 공무원과 지역민이 등 돌린 인사는 인사가 아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사는 만사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은 적재적소에 사람을 잘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으며, 사람을 다루는 인사는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인사철만 되면 시장이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저기서 학연과 지연 혈연 그리고 선거 때의 인연 등을 앞세워 시장을 압박할 것이다.

하지만 훌륭한 참모는 뛰어난 리더 밑에서 나온다. 참모를 제대로 쓰지 못하면 리더도 흔들린다. 참모의 자질을 발견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능력은 참모를 부리는 리더의 몫이다. 국가의 흥망이 그랬듯이 조직 역시 가까운 데에 있는 측근이나 핵심들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성패가 거기에 달려 있다.

역사는 거울이다. 우리 역사뿐 아니라 중국역사를 돌아보면 용인을 잘한 이들이 성공한 황제나 왕으로 기록돼 있다. 세종이 그렇고 한고조 유방, 당태종 이세민이 그랬다.

인물을 잘 골라 쓰는 지도자는 성공한 지도자로 칭송을 받지만 적재적소를 배치하지 못하는 이는 실패한 지도자로 역사에 남는다.

임 시장에게는 이번의 정기 인사가 안정적인 후반기 시정운영의 성패를 좌우할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다. ‘꽃은 줘도 열매는 주지 않는다’는 도쿠가와의 인사 스타일을 다시 한 번 새겨보기 바란다. 인사가 만사가 되는 임성훈 시장의 탁월한 용인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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