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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쓰는 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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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호] 승인 2011.11.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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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물음, 당부의 말 다수지만
부정적 물음, 감정 섞인 다그침도
정서적 카타르시스 되긴 하지만
악연과 쓸쓸함을 쌓아가는 일
나 한사람의 힘이 보잘 것 없고
증오의 대상이 될지라도…


칼럼이 지난주까지 고작 다섯 번 나갔는데 횟수가 거듭 할수록 여기저기서 전화가 온다. 나주투데이 창간(2001년)이래 7년여 동안을 한주도 거르지 않고 칼럼을 연재하다 뚝 끊은 뒤, 4년 만에 다시 시작한 글이라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한 것 같다. 칼럼을 쉬는 동안에도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쓰기는 했지만, 연재(이철웅 칼럼)를 시작하고 보니 의외로 그 배경에 관심을 갖은 모양이다. 구구한 억측이 횡행(橫行)하고 근거 없는 말들이 떠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사는 ‘왜 쓰느냐?’였다. 애정 어린 긍정적 물음과 당부의 말이 다수였지만 색안경을 낀 부정적 물음과 감정 섞인 다그침도 있다.

너무 당연한(기자가 글을 쓰는) 걸 묻고 있다는 생각에 구체적으로 답을 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 “그저”, “그냥” 이런 식으로 대꾸를 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했던 큰 관심(?)에 한번쯤은 언급하고 넘어 가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 공개적으로 답한다. 

   
▲ 이철웅 편집국장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省心)편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남을 헐뜯는데, 그 내용이 그르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되고 그것이 옳다면 나는 그의 약점을 폭로하는 셈이 된다.’

지역신문 칼럼이라는 게 지역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될 만한 사안이나 이슈가 된 중심에는 ‘대상의 빈곤’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런 관계로 시장, 시의원, 시청, 시의회 등이 칼럼에 언급된 횟수가 잦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이슈의 중심에 서 있던 이들에 대한 글이 나로서는 그들에 대한 ‘촌철살인의 비평적 견해’였지만, 당사자들에게는 맨 날 자신들만 헐뜯는 것으로 간주돼 논란과 함께 시비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특히 지난주 ‘졸들의 경주’ 같은 정치적 칼럼쓰기가 더욱 그렇다. 

글의 내용이 그르다면 나는 거짓말을 하는 셈이 되고 그것이 옳다면 나는 그들의 약점을 폭로하는 셈이 돼 결국 칼럼을 쓰지 않는 한 그 내용의 진위에 관계없이 이해당사자들에게는 원한을 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다. 즉 칼럼 쓰기는 쌓인 얘기를 털어놓고 불만을 배설하여 정서적 카타르시스도 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악연과 쓸쓸함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기자라는 직업은 논리·도덕적으로 감당하기 무거운 짐이라는 점이다. 특히 열악한 지역언론은 더 그렇다. 지역언론을 하면서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을 떠올리며 솔직히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나는 칠 수 있다’는 얼굴 두꺼운 기자도 봐 왔지만. 하지만 대가성 없는 접대와 향응, 촌지가 어디 있겠는가. 모든 기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크고 작은 접대를 받았으면서, 타인의 불의를 질타하는 위선과 자기모순이 싫고 부끄러웠다. 기사를 촌지와 맞바꾸지는 않았다는 지극히 당연한 일을 전가의 보도(寶刀)로 휘둘러보지만 그것만으로는 절대 떳떳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기자라는 직업을 버리지 않는 한 기자는 침묵할 수 도 없다. 가능한 한 자신의 치부는 숨기고 공개적으로 남의 시비를 가려야 하는 갈등을 그만 겪고 싶지 않았다.

이와 맞물려 10년 전,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당시 나주권력과 ‘맞짱’뜨며 나주투데이 만들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2002년 나주권력 이동 후 지난 4년 동안 솔직히 싸우는 법을 잃어버렸다. 싸우는 근육을 잃어버리니 엉거주춤, 자세가 나오지 않았다. 탁류에 돌멩이 하나 던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칼럼을 중단했던 이유다.

외람(猥濫)되지만 나는 여러 사람의 궁금증을 루쉰(魯迅) 글로 대신하려고 한다.

“물론 보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글을 증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반응이 없는 것보다야 그래도 행복한 일이다. 세상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오로지 스스로 마음 편한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그저 편한 데로 놓아둘 수 없는 없는 일이어서, 그들에게 약간은 가증스러운 것을 보여주어 그들에게 때때로 조금은 불편을 느끼게 하고, 원래 자신의 세계도 아주 원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파리는 날며 소리 내지만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점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날며 소리 낼 수 있다면 기어코 날며 소리 내려 한다.” 루쉰이 자신의 첫 산문집 〈무덤墳〉을 발간하면서 여기에 붙인 머리말(題記)의 일부다.

기자는 호기심과 열정 못지않게 분노할 줄 아는 가슴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분노할 줄 모르는 지성은 이미 지성이 아니듯 지역언론인도 마찬가지다. 분노를 포기하면 지역사회를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자신만의 잣대만이 정의이며 자신과 다른 생각이나 이념은 그것 자체를 부도덕하고 옳지 않다는 도그마(dogma)를 경계하며 글을 쓰겠다. 사실을 살펴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속의 진실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견(見)하지 않고 관(觀)하는 칼럼으로 여러분들을 찾아 가겠다. 루쉰의 말처럼 나는 ‘나 한 사람의 힘이 보잘것없고 증오의 대상이 될지라도 나는 기어코 날아다니며 앵앵거리려 한다.’ 그로인해 파생되는 악연과 쌓여가는 쓸쓸함을 감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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