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무색몽당치마를 입고 서있는
초라한 어머니를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잠을 아껴서 밤도와 베를 짜고
열두 이랑 긴긴 밭두렁을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삼복 뙤약볕으로 김을 매어서
살림을 키우고 자식농사를 짓는 동안의
어머니의 땀과 눈물을 모두들 모른 척 했습니다

명아주 어머니는
홀로 깨어나고 홀로 밥 차려먹고 홀로 잠들었습니다
그 고적한 시간들의 인내와 고뇌가
마디가 되고 옹이가 되어
여린 풀대궁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대나무보다 가벼운 청려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더해져서
생의 척추가 절단 나서 비틀거리는
모든 길들을 무량하게 지탱해주었습니다

이제 나주투데이는 강산도 변화시킬 나이가 되었습니다
여린 풀대궁은 무엇보다 단단하고 무엇보다 가벼워졌습니다
아무리 머나먼 시련에도 넘어지지 않고
어떤 굽이진 무게에도 버틸 것입니다
지팡이 하나 의지할 데 없이 적막강산으로 펼쳐진
고적한 길들의 눈물을 지탱해주는
든든하고 무량한 언로의 지팡이가 될 것입니다

그 지팡이에서 다시 가지가 돋고 잎새 무성하여서
뙤약볕에서 타들어가던 목마름들이
마음 한 자락씩 기대는 그늘 깊은 청려장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