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삼분은 말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누군가의 마음을 통째로 살 수 있는 시간
등치 큰 산이 질끈 눈을 감았다가 뜨는 시간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는 시간
군인이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
귀빈구름이 축사하는 동안 하품하는 시간
고관바람이 기념사하는 동안 한눈파는 시간

한 청년에게 삼 분은 나라를 지켜낼 수 있는 시간
한 나라에서 삼 분은 국민을 구할 수 있는 시간

1절만 부르면 오십여 초
4절까지 부르면 사 분이 채 못 걸리는데
우리는 언제나 시간관계상 ‘1절만 부르겠습니다’

4절까지 불러주지 않으니
나머지 가사는 망각의 동산에 묻혀버리고

삼 분을 아끼는 동안에
불변하는 기상은 진토 되어 흩어지고
일편단심은 오만잡념이 되고
나라사랑은 시간관계상 사분의 일 쪽만 해도 되게 되었다

지금쯤 생략된 애국의 팔다리는
어느 무명용사의 묘처럼 이름모를 잡초에 덮여서
잊혀진 제 역사를 불러내주기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군번: 234번, 이름: 애국가’가 심마니의 삽 끝에서 대답하는 날
산삼처럼 약효를 숙성시킨 민족통일이라는 꽃이 피어나리라

오늘도 시간관계상 ‘1절만 부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