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9년(성종 10년) 2월 24일 성종은 나주 목사로 제수된 김춘경을 친히 불러 백성을 잘 돌보라고 당부한 뒤 나주목사로 내려 보냈다. 이날 성종은 전에 집의(執義)로 일하면서 일 처리에 신중하면서 소신이 뚜렷했던 점을 칭찬하면서 “내 뜻을 본받아 마음을 다하여 백성을 돌보라”면서 독려까지 하였다. 

김춘경이 집의(執義)로 있을 때 성종은 성절사(聖節使) 행차에 예물이 많이 든다는 폐단을 알고 사사로이 주는 선물이 없도록 검찰(檢察)하도록 지시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성종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김춘경은 나주목사로 내려 와 판관 오한과 함께 잘못된 폐단을 없애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고을이 평화로워지자 관사를 중수할 계획을 세운 그는 자신의 녹봉을 내어놓고 목수를 시켜서 재목을 모아오게 한 뒤 먼저 객사의 동헌(碧梧亭)인 벽오헌을 중수하였다.

동헌이 중수되자 김춘경은 아들을 서거정에게 보내 벽오헌 중신기를 부탁하였다. 서거정이 쓴 중신기 첫 머리에 조선 초기 나주목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는데, 전라도에서 가장 큰 고을로 사방에서 장사꾼들이 모여드는 상업의 중심지로 묘사하고 있다.

“나주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고을이다. 경지가 넓고 백성과 물산이 번성하며, 지역이 또 바다를 끼고 있어서 벼가 넉넉하게 나고, 그밖에 생산된 것이 풍부하여 한 지방 조세가 나오는 요지이며, 사방에서 장사꾼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중신기(重新期)에는 또 “환하게 트여 그 널찍함이 예전에 비해 배나 되었다. -중간 생략-... 이 고을에 관사가 생긴지 무릇 몇 해가 지났으며, 그 이후로 여러 사람이 수령을 맡았을 것인데, 이 일을 거행함이 옛날에 있지 않고 오늘에야 이루어졌으니 어찌 때를 기다림이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적고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고려 말기에 건립된 객사의 동헌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조선 태종 3년 1403년에 전라관찰사 이행이 객사 동헌 뜰 앞에 다른 고을에는 없는 벽오동나무가 있는 것을 보고 ‘벽오헌’이라는 이름을 지었다.

노비 빼앗아 의금부로 끌려가

 나주목사로 있을 때 백성에게 선정을 베풀어 성종 14년 지평 김종이 “김춘경(金春卿)은 지금 나주 목사(羅州牧使)가 되었는데 또한 명성(名聲)과 공적(功績)이 있다.”라고 그를 높이 평가했다. 박성건이 지은 금성별곡에도 통판 오한과 함께 선정을 칭송하는 작품이 전해지고 있다.

금성별곡 제3장

金牧伯 吳通判 一時人傑     목사인 김춘경과 통판인 오한은 한때 뛰어난 인재로

九重分憂 千里爲州 克勸克儉   임금님의 근심을 나누어 주매, 천리땅 한고을을 능히 부지런하게 능히 검소하게 잘 다스리니

善政善敎 仁聲人聞 時致三異   잘하는 정치는 백성들에게 재산을 얻게 하고, 잘하는 가르침은 민심을 얻게 하고, 인자하다는 평판과 인자하다는 소문은 그때 마다 세가지 기이한 일에 이르게 되도다.
 
爲 以德化民 景幾何如  아! 덕으로써 백성을 교화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修明學敎 尤致意焉   학문을 닦음으로 휼륭하게 되어가는 학교는 더욱 뜻에 이르게   되는구나

爲 養育人才 景幾何如   아! 지식과 능력이 뛰어난 이들을 양육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목사로 재임할 당시 개인적인 경사도 있었다. 김 목사의 둘째아들 김숙훈을 비롯하여 10인이 생진과에 합격하였는데, 나주향교 교수 박건생이 금성별곡으로 기쁜 마음을 표현하였다. 김숙훈과 함께 합격하였던 김숭조는 중종때 나주목사로 내려왔다.

 1484년 성종 15년에 나주목사를 지냈던 이유인과 함께 천거되어 승직(陞職)한 그는 2달 후 통훈대부(通訓大夫) 사헌부 집의로 자리를 옮겼다. 1년 뒤 통정대부(通政大夫)로 장례원판결사(掌隷院判決事)로 있으면서 삼촌숙(三寸叔) 홍극치의 노비를 빼앗아 의금부로 끌려오게 된다.
의금부에서....

“경국대전에 의하면 이 죄는 결장(決杖) 1백대에 도(徒) 3년에 처하고 고신(告身)을 죄다 빼앗아야 합니다마는, 일이 사유(赦宥) 이전에 있었으니, 역가(役價)만을 거두어서 주인에게 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의금부의 요청에 따라 간신히 살아남은 그는 이후 벼슬길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