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피다/피우다'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묻는 독자가 가끔 계신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우리가 우리말을 얼마나 어렵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절실하게 느낀다. 하지만 너무 어렵게 생각하면 되레 쉬운 문제도 풀기 어려운 법.

우리말은, 몇몇 예외만 빼면 아주 정교한 수학 공식과 다름없다. 하나만 알면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담배'를 '피는지, 피우는지'가 헷갈린다면 다른 비슷한 걸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면 '연탄불'을 한번 보자.

연탄불(a) 피다
연탄불(b) 피우다

여기서 'a, b'에 어떤 조사(토씨)를 넣는 게 좋을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a'에는 '이'를, 'b'에는 '을'을 넣어 '연탄불이 피다, 연탄불을 피우다'로 쓰는 게 옳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담배를 피다'가 맞겠는가, '담배를 피우다'가 맞겠는가. 당연히 '피우다'가 맞는 말이다. 이때 '-우-'가 사동 접미사인줄은 몰라도 된다.

이것을 응용하면 다른 헷갈리는 말들도 정리가 된다. 예전에 한 개그맨이 도둑으로 나와 '밤새지 말란 말이야'라고 말하는 컴퓨터 광고가 있었는데, 여기서 '밤새지'가 틀렸다는 것도 역시 간단히 알 수 있다. '밤새다'는 '밤이 지나 날이 밝아 오다'는 뜻이고, '밤새우다'는 '잠을 자지 않고 밤을 보내다'이므로 '밤새다/밤새우다'는 '밤(이)새다, 밤(을)새우다'꼴의 변형임을 알 수 있는 것.

여기서 한 번 더 응용하면 '지새다, 지새우다'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이제는 '밤이 지새다, 밤을 지새우다'가 된다는 것을 모를 독자는 없을 것이다.

자, 생각만 하면 이렇게 해결할 수 있으니, '우리말이 영어보다 어렵다'는 말은, 자신이 '생각 없는 사람'이라는 광고가 될 뿐임을 깨달을 일이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