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황해도 관찰사와 한성부(漢城府) 좌·우윤(左右尹)을 거쳐 사헌부 대사헌까지 오른 윤효손이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를 봉양하겠다며 외임(外任)을 자처하였다. 고향과 가까운 곳에 가서 어머니를 봉양하겠다는 윤효손의 효성을 높이 평가해 그를 나주목사로 제수하였다. 그러나 나주목사로 부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가 죽던 날 인근 여러 고을에 잇달아 큰비가 내렸는데, 유독 장사를 지낼때까지 7-8리 사이에 구름만 끼고 비가 내리지 않다가 장사가 끝나자 큰비가 내렸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정성스러운 효도에 감동한 것이라 얘기하곤 하였다.

윤효손은 효성이 남달랐던 인물이다. 사인(舍人)으로 있을 때 어버이를 봉양하겠다며 사직서를 제출하자 조정 대신들이 그의 효성에 감동하였다. 다시 관직에 나아가 전주부윤으로 제수 되었을 때에도 그는 어머니와 함께 부임할 정도로 효성이 지극하였다. 집에 있을 때는 아침저녁으로 손수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을 정도이다. 아버지가 정해년에 출생한 관계로 그는 죽을 때까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

 1503년 윤효손이 죽자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천성이 조심하고 정성스러우며 말과 웃음이 적고, 어버이 섬기기를 효성으로 하여 여러 번 돌아가 봉양하기를 청하였다. -중간 생략-.
초하루 보름에도 반드시 제사 지내고 기제(忌祭) 때는 반드시 곡하였다. 새로 난 음식을 얻으면 올리지 않고서는 감히 먼저 맛보지 않았으니, 그의 정성과 효도는 다른 사람이 따르기 어려운 것이었다.

다만, 비루하고 인색하여 꽤 재물을 모으므로 수령으로 있을 때 청렴하다는 말이 없었다. 만년에는 창녕대군이 그 집에 나가 거처함을 이용하여 아내 형제의 아직 나누지 않은 노비를 자기 것 같이 뇌물을 썼다. 또 궁인들에게 후하게 뇌물을 주어 높은 반열을 차지하고 그 아들을 벼슬시키기까지 하니, 사람들이 이 때문에 비루하게 여겼다."
 
 나주목사로 오기 전 윤효손은 경상도 감사로 있을 때 부정사건에 연루되어 한 자급(資級) 강등되어 동지중추부사로 좌천되었다. 나주목사로 3년 동안 재임한 그는 1498년 김일손의 사초(史草)를 봤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다가 이듬해 한성 부판윤으로 임명되었으나, 병을 이유로 사직하였다.

시 짓는데 능통

 어렸을 때 일화를 통해 그가 시를 짓는데 능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윤효손의 아버지 윤처관(尹處寬)은 겨우 의정부의 녹사(錄事-吏屬)로 일하면서 의정부의 심부름을 주로 맡았다. 어느날 좌의정 박원형(朴元亨-1411~1469)의 집에 심부름을 갔다.

조그마한 종이에 이름을 써서 그 집 청지기에게 전했다. 그러나 박원형은 아직 일어나지 않아 다시 오라는 것이었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 아무 소식이 없자 저녁때가 되어서 밥도 굶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화가 난 윤처관은 어린 아들 효손(孝孫)에게 "나는 글을 못 배워 이런 고생을 하고 있으니 너는 공부를 잘해 아비의 한을 풀어 달라."라고 말하였다.

윤효손이 말없이 아버지가 가지고 갔던 종이를 한참 보더니 아버지 몰래 종이 뒤에 시 한 수를 썼다.

해는 중천인데 상공은 깊이 잠들었고,
문 앞의 명함은 이미 오래 묵었구나.
꿈속에 옛날 주공을 만나면,
그 당시 먹던 밥도 도로 놓고 나간 수고를 알리.

相國憾眠日正高 상국감면일정고
門前刺低己生毛 문전자저기생모
夢中若見周公聖 몽중약견주공성
須問當年吐握勞 수문당년토악노

다음날 윤처관이 그 종이를 그대로 가지고 가서 박형원 앞에 내놓았다. 이를 본 박원형은  윤처관을 불러 종이에 적은 시를 보이며 "네가 지었느냐"고 물었다. 당황한 윤처관은 놀라 아들의 장난이라고 사죄하였다. 

그러나 박원형은 윤효손을 불러 본 뒤 그 인품이 범상치 않음에 감탄하여 사위를 삼겠다고 하였다. 부인은 한사코 반대하였지만 사위로 정해 놓았다.

얼마 후 윤효손은 과거에 급제하고, 박원형의 사위가 되었다.
 

윤효손은 1473년 호조참의·예조참의를 역임하고 전주부윤에 제수되어 고원등제(庫員等第) 실시를 건의했으나 실패하였다. 전주부윤으로 있으면서 선정을 베풀어 백성이 포상을 청하자 성종은 감탄해 당(唐) 나라 옷감을 하사하였다. 1476년 공조참의로 승진되고, 이듬해 형조참판으로 옮겨졌다가 곧 경상도관찰사로 전직되었다.
 

1490년 정조사(正朝使)로 명나라에 다녀오면서 '활민대략'과 '속자치통감(續資治通鑑)'·'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등의 책과 조맹부(趙孟琅)의 족자(簇子) 1첩을 가지고 왔다. 또, 문묘의 찬탁(饌卓)을 창설하고, 세자의 관(冠)과 도포의 제도를 정하였다.
 

그 뒤 황해도관찰사를 역임했으며, 1493년 형조판서를 거쳐 우참찬에 임명되었다. 1494년 빈전도감제조(殯殿都監提調)와 지의금부사로서 지춘추관사와 실록청당상을 겸해 '성종실록' 수찬(修撰)에 참여하였다.

≪참고문헌≫ 端宗實錄, 世祖實錄, 睿宗實錄, 成宗實錄, 燕山君日記, 國朝榜目, 新增東國輿地勝覽, 二樂亭集, 虛白亭集, 國朝人物考, 燃藜室記述, 海東雜錄, 大東奇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