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천에서 동쪽으로 1.5㎞쯤 가면 대동면 향교리에 함평향교(지방유형문화재 제113호)가 있다. 지역 주민들이 아끼고 자긍심을 높여준 향교는 동네이름까지 향교리로 변하게 했다. 이곳에 있는 초등학교의 이름도 향교초등학교로 부른다. 함평향교도 조선시대에 건립한 중등관립 교육기관으로 건립되었다.

함평향교는 1627년 당시 함평현감이던 박정청이 십정지지라 하여 명당으로 많은 인물이 탄생될 것을 바라면서 터를 잡아 중건하려 했지만 정묘호란으로 중단된 채 방치되어오다가 완공했다. 일반적으로 함평향교처럼 평지에 자리한 향교는 전묘후학의 배치로 되지만 특별히 명륜당을 건물배치의 중심축으로 삼아 유능한 인재양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명륜당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우뚝 솟은 봉우리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화채봉으로 일컫는 수산봉이다. 화기가 너무 세고 힘 있게 타올라 이를 눌러야만 했다. 불은 물로 잡아야 한다. 봉의 이름에도 물 수자를 넣어 수산봉이다. 물 수자가 들어간 이름만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마을에 있던 나무들을 옮겨 수산봉을 가리게 심어야만 했다.

명륜당을 가로막는 나무들은 줄지어 심어서 줄나무라고도 불렀는데 주로 팽나무(2그루), 느티나무(13), 개서어나무(1), 푸조나무(1), 곰솔나무(1)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천연기념물 제10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이미 죽어버린 고목이 몸통만 드러낸 것도 3그루나 있었다. 수령이 400년을 넘는 고목들은 해풍과 함께 남쪽에서 불어오는 남풍을 막아주는 방풍림으로도 크게 역할해온 대동 팽나무 숲 천연기념물이 고마울 뿐이다.

수산봉에는 불 밝힌 나비가

수산봉은 송곳처럼 불끈 솟아올라 불꽃처럼 보여 타오르는 불덩어리다. 최근에는 함평의 상징마크로 나비를 그려 수산봉에 올리고 전기불로 밝혀 어두운 밤에도 밝은 나비를 볼 수 있게 했다. 형상화된 날으는 나비는 화채봉에 앉아 나비대신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조상들의 지혜가 현실로 나타난 경우라 하겠다. 과거와 현재가 풍수지리의 정확한 예지 속에 담겨진 상태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생활 속의 경험철학을 가슴에 깊이 담아야 할 것이다. 먼 옛날 생김새만 보고 화산으로 여겼던 수산봉이 오늘날에는 밤에도 불꽃이 튀는 화려한 불덩이 봉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타오르는 불기를 누르고자 나무를 줄지어 심고 가꾼 평범한 진리는 21세기가 된 오늘날에 비추어보아도 조금도 틀림이 없는 과학적인 처리방법이다. 감탄스런 신비가 아니라 선인들의 밝은 통찰력이라 하겠다.

처음으로 나무를 심었던 조선시대 당시의 유림대표 정방과 이양휴 등에게 감사와 함께 존경을 표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남긴 나무는 오늘날까지 우리들에게 많은 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향교 줄나무에 울타리를 치고 아무나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관리해야 한다. 진정한 숲의 주인은 미래의 후손들이기에 가꾸고 지켜야 한다. 명륜당을 올곧게 지켜온 함평에서는 장래성 있는 젊은이들의 탄생을 기다릴 차례다.

당시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공부할 명륜당을 제일 좋은 자리에 짓기 위해서 위로 올려 명 터를 잡아 지었으니 훌륭한 인재가 태어날 것이란 기대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나주 중앙초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