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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원(金弘遠)을 나주목사로 임명한다는 내용이 담긴 교지(敎旨)가 서울대학교 규장각(奎章閣)에 보관되어 있다. 이 교지에는
통정대부(通政大夫) 김홍원을 나주목사로 임명한다라고 적고있다. 나주목사 제수날짜는 만력(萬曆) (?)3년 윤 8월 초 9일이다. 직인 때문에
3년 앞에 숫자를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만력 43년이다.
광해군 일기에 광해군 7년. 1615년 윤8월 9일 심희수(沈喜壽)를 영돈녕부사로, 정준(鄭遵)을 예조 정랑으로, ()을 나주목사로
삼았다는 기록이 있다. 광해군 7년(1615년) 12월 1일에는 나주목사 김홍원이 '겨울철에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있다.'라는 치계를 올린다.
교지와 광해군일기를 종합해 보면 김홍원은 1615년 윤 8월 9일 나주목사로 부임해 왔다. 만력 43년이 1615년이기 때문에 직인 때문에
보이지 않는 숫자는 사(四)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겨울철에 무지개가 하늘에 걸리고 큰바람이 불어 여름 날씨와 같다는 기상현상이 나주에서 발생하자 김홍원은 전라감사 이덕형에게 이
사실을 보고한다. 김홍원이 보고한 이상현상은 다음과 같다.
"11월 16일 미시(未時)에 간방(艮方)에서 무지개가 하늘에 걸려 있었고 우렛소리가 한참 동안이나 우르릉하고 일어났으며 눈비가 섞여
내리고 큰바람이 불어 여름날 같았으니 이러한 겨울철에 비상한 변괴이다."
이 같은 이상 기상현상은 선조
37년에도 발생했었다. 나주목사 우복룡(禹伏龍)이 전라도 관찰사 장만(張晩)에게 올린 첩정 내용에 따르면 "지난 4월 30일 별로 구름도 끼지
않았는데 마치 안개가 낀 것 같이 부연 풍경이 연출되어 평상시와는 달리 햇빛이 매우 누렇게 변하였다.
신시(申時)에 보니 오른쪽에 마치 동자(童子)의 모습과 검은 흔적이 있었는데, 해가 질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이변(異變)이
이상하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우복룡은 나주목 관아의 정문인 정수루를 건립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영남에는 곽재우, 호남에는 김홍원'
18세에 진사가 되어 3년 후에는 별시 문과 초시에 합격한 그는 다음해 임진왜란이 일어나는 바람에 문과에 급제하지 못했다.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병환 중인 아버지를 돌봐야 했던 김홍원은 전쟁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군량미만 행재소(行在所)에 보냈다.
마침내 정유재란 때 김홍원은 왜군에 맞서 칼을 들었다. 변산으로 피난왔던 사람들을 설득하여 의병에 가담하도록 하였고 각 고을에는
격문을 돌려 의병을 모집하였다. 전라감사 황신을 만나 적을 막고 민심을 진정시킬 방책을 건의하자 왜군을 물리치도록 장사 수십 명을 주었다.
그는 원신과 채춘봉과 더불어 변산으로 침입하는 왜적을 물리쳤다. 고향을 지키는 데에 그치지 않고 퇴각하는 왜군을 순창군까지 쫓아가서 크게
이기고, 왜군들이 순천부까지 퇴각하자 그곳까지 따라가서 물리쳤다.
순천 석보창에는 울산에서 퇴각한 왜군의 한 부대가 있었는데 기세가 대단했다. 적진을 출입할 수 있는 백성을 시켜 적진 곳곳에 몰래 화약을
묻고, 포로로 잡혀 있는 백성과 내통하여 전투가 시작되면 협조하도록 하였다. 날랜 군사를 매복시켜 도망치는 적을 공격하게 하고 어선 100여척을
동원하여 후원토록 했다. 이렇게 치밀한 작전을 짠 후에 한 밤중 전투를 시작하여 모든 적을 섬멸했다.
김홍원이 전투에 승리하자 중국장수가 갑옷을 풀면서, "이 사람이 참 장수다"라고 평했다는 말이 『호남읍지』에 기록되었다. 당시에 그를
유명한 의병장 곽재우와 견주어 '영남에는 곽재우, 호남에는 김홍원'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커다란 전공을 세웠다.
왜군 무찌른 공으로 정3품 통정대부 벼슬 받아
석보창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자 조정에서는 그의 공을 인정하여 정3품인 통정대부로 임명하였다. 처음 관리가 되면 의례히 9품의
품계와 관직이 주어졌고 중견 문관 채용 시험인 문과에 장원 급제한 경우에만 특별히 6품에 해당하는 관직을 받았다.
김홍원이 정3품인 통정대부로부터 벼슬을 시작한 것은 정유재란 중에 전라도 순천부에서 왜군을 크게 무찌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백사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 같은 명인들도 그를 신임하여 조정에 천거하곤 하였다.
1599년(선조 32) 금산 군수를 시작으로 몇 고을을 거쳐 1615년(광해군 8)에 나주목사가 되었다. 또 1617년(광해군 10)에는
함경도 종성부사로 가서 국방을 맡았으며 그곳에서 다시 담양부사로 옮겼다가 여러 고을을 거쳐 54세(인조 2년)에 벼슬길에서
물러났다.
군수로 재임할 때 백성들에게 부역을 균등하게 부과하고 아전들이 백성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자 흩어졌던 백성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백성들이 힘을 다해 산과 들을 개간하여 부지런히 농사지었다. 탁월한 목민관으로 인정받아 왕으로부터 표리일습(겉옷과 속옷)을 하사받기도
했다.
원주목사로 재직하고 있을 때 사헌부 관원들이 김홍원의 파면을 주장하였다. 이유는 성품도 근신하지 않으며 관아의 재정을 잘못 관리하여 관고가
텅텅 비었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회양부사에 임명되자마자(인조 2년) 사헌부 관원들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줄 것을 왕에게 강력히 요청하였으며
왕은 이를 받아들여 곧바로 파면하였다.
무고로 유배된 황신과 가까이한다는 이유로 사헌부에서 김홍원의 지방관 임명을 심하게 반대했고, 광해조에 벼슬살이를 했다는 것도 그가
사헌부로부터 어려움을 당했던 이유였다.
그 뒤 그는 역모를 꾀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결과 역모를 도모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유배형에 처해졌다. 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유배지에 도착한 후 영욕으로 얼룩진 짧지 않았던 생애를 곱씹어 보며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4년 3개월의 유배생활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것은 63세 때였다. 말년에는 지금의 보안면 우동리 변산 속에 집을 지어 살았다.
부안면 보안면 우반동에 사는 김홍원의 후손들은 시대의 부름에 나선 선조들의 이야기를 문서로(보물 900호) 담아 간직하고
있다.
참고문헌: 牧鄕3, 정재철의 부안사람들<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