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뒷동산에 올라 소나무의 뒷모습을 본다
울룩불룩한 생채기를 아기처럼 둘러업은 나무
양팔이 뇌성마비환자처럼 꼬이고
샛길에 튀어나온 가지가 여섯 번째 손가락처럼 아리다
궁둥이를 뒤로 빼고 어기적거리며
허공을 걸어가는 저 육자배기 가락들
아무리 느리게 걸어도
제 운명을 뿌리에서 들어올리지 못한다

신랑을 맞는 신부처럼 남쪽으로 마음을 굽힌
나무는 앞으로나란히다
떨치고 선 신부의 앞모습은
과연 머리도 단정하고 옹이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나붓한 앞모습은 어떤 문장도 기록하지 못해
나는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다

눈물을 다 드러낸 휘어진 생을
등뼈에 부조처럼 새겨 넣은
나무는 그저 구부정한 뒷모습만으로
한 편의 시가 되어 서있다

깻다발 콩다발 둘러업은 대동할매
상처가 샛별이 되고 흉터가 초저녁별이 된
옹이들이 그윽하게 일렁인다
그 별빛 그렁한 등허리에
머리가 센 늦가을 단풍 같은 노을이 무심히 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