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덮였다가 47년 만에 복원된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러 정치적인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혜택을 보지 못해 아랫배가 사르르 아파 오는 사람들도 분명 좋은 일이라고는 생각할 것이다. '지신밟기'하는 심정으로 두 가지만 짚어 본다.

청계천의 과거사에 대해 '복개, 복개'하지만 사실은 복개가 아니라 '부개'다.

한자로는 '覆蓋'. 이게 '복개'가 아니냐 싶겠지만, 아니다. '覆'은 음이 둘인데 '엎다, 넘어뜨리다, 뒤집다'는 뜻이라면 '복'으로 읽고, '덮개, 덮다, 가리다'는 뜻이라면 '부'로 읽는다.

그래서 오줌을 누면 오줌동이(盆)가 뒤집어진다(覆)는, 남자들에게 좋다는 열매(子)는 '부분자'가 아니라 '복분자(覆盆子)'다. 여기에다 '蓋(개)'는 '뚜껑'이니, '복개'로 읽으면 뚜껑을 뒤집어엎는다는 반대의 뜻이 된다.

'부개'라야 '뚜껑을 덮는다'는 제 뜻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이는지라, 많은 사람이 '부개' 대신 '복개'로 읽으니 그만 '복개'가 '덮는다'는 뜻이 돼버렸다.

청계천 주변을 소개하는 몇몇 신문을 보면 '신당동 떡볶기집'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떡볶이'가 옳다. '떡볶기'는 '떡을 볶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는 '구두닦기-구두닦이, 손톱깍기-손톱깍이'가 있다. 둘 다 앞은 '구두를 닦거나 손톱을 깍는 행위'를 가리키고 뒤는 '구두닦는 사람'과 '손톱 깍는 기구'를 이야기한다.

'먹기'와 '먹이'도 같은 꼴이다. '먹기 없다'와 '먹이 없다'를 구별한다면 '떡볶기'와 '떡볶이'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단, '흙받기'는 '-기'로 끝나지만 '행위'가 아니라 '물건'이므로 속지 말 것. 미장이들이 흙손을 들고 미장일을 할 때 다른 손으로 이긴 흙이나 시멘트를 받쳐드는 연장이나, 자동차 바퀴 뒤에 붙어서 튀어 오르는 흙을 막는 바로 그것이 '흙받기'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