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생이 답답하다고
절벽 아래로 마음을 날린 밤이네

당황한 나뭇잎들이 몸을 뒤집네
나뭇가지들이 답답한 생을 안아주려고
상처투성이 두 팔을 쭈욱 내미네
철없는 생과 충돌한 바람이 엉덩방아를 찧네
휴대폰이 우네
다시는 대답하고 싶지 않은 생이 우네
온 동네 개가 짖듯 온 별이 따라 우네

헤드라이트에 명멸하는 날개들
보이지 않는 곳에도 눈물들이 있네
불빛에 비로소 추억으로 떠오르는 날개들
내 날개는 지금쯤
어느 별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을 기다리고 있나

보이지 않는 발자국
들리지 않는 숨소리
모두를 흔들어서 깨우는 달빛 한 줄기
달맞이꽃처럼 서로의 때를 기다리네

생이 답답하다고
절벽 아래로 마음을 날린 밤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