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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어머니의 눈물탑
좀들이 같은 기도의 시간이그렁그렁 쌓였을 것이다쌀을 씻으며 함부로 섞인 쌀뉘를 고르듯빨래를 하며 상처 같은 때를 문지르듯끼니를 거르며 목숨 같은 삯일을 버티듯 밤늦도록 공부를 하는 내 옆에서낮의 노동을 꾸벅거리며바느질을 하던어머니의 눈물탑은,돌보다 단
전숙   2018-11-02
[기획/연재] 아버지의 회초리
아버지는 가끔 뒷산에 올라 시누대를 꺾어오셨다회초리를 만들어 천정에 걸어두고내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회초리를 꺼내 종아리를 때리셨다활화산처럼 쏟아지는 매질에통증은 붉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장딴지에 까맣게 식은 용암을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안티푸라민을 발
전숙   2018-10-26
[기획/연재] 싸리꽃엄마
뒷산에 싸리꽃 서럽게도 붉어초년과부의 하루는 싸리비를 묶어도 묶어도 저물지 않았다문설주에 기대어 새벽이슬에 젖던 싸리꽃 어스름한 윗방죽에 가슴을 풀어헤쳤다해가 뜨면 윤슬처럼 반짝이고 싶었던 엄마물새떼는 가슴의 문장을 물고허공으로 솟구쳐 쓸쓸히 사라져버
전숙   2018-10-14
[기획/연재] 도둑맞다
키 작은 화살나무 푸른빛사이로언뜻언뜻 비치는 샛노란 빛부지런한 벌레가 벌써 다녀갔나보다구멍 두엇 뚫린 이파리에단풍이 샛노랗게 물들었다소년소녀가장의 캄캄한 귀로길이다고문당하는 투사의 구멍 난 가슴이다꽃기억들이 뭉텅뭉텅 빠져나간 치매환자의 뇌수다초록을 끝
전숙   2018-10-07
[기획/연재] 풍경 너머
요구르트 파는 엄마곁에 다섯 살 꼬마, 쭈그려 앉았다손을 꼬고 몸을 비틀고 하품을 하는 사이 심심한 구름 몇 채 목구멍에서 폴폴 기어나온다묘목을 어르는 엄마눈동자에 이슬 몇 방울 다녀가신다젊고 고운 엄마아파트 단지 초입에서 다디단 아파트를 올려다본다거
전숙   2018-09-14
[기획/연재] 둘째마당: 북소리
쾅쾅쾅 쾅쾅쾅 북소리가 들렸지요태풍이 몰려오는 소리인 줄 알았지요아니에요 아니에요 미친바람이 몰아쳤지요밭에서 호미질하던 부지런한 꽃잎 한 장마당에서 팔방놀이하던 철부지 꽃잎 한 장우물에서 물을 긷던 살림꾼 꽃잎 한 장아버지를 걱정하던 효녀심청 꽃잎 한
전숙   2018-09-07
[기획/연재] 꽃잎의 흉터
전숙시인의 가사시 “꽃잎의 흉터”가 이영조 전 연세대 교수에 의해 칸타타로 작곡되어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님들을 위한 헌정음악회’가 9월13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것을 기념하여 전숙시인의 가사시 “꽃잎의 흉터” 다섯마당을 5회에 나누어 싣
전숙   2018-08-31
[기획/연재] 무슬포의 유혹
유혹하려면 꼬리쳐야 한다꼬리 아홉 달린 밤고깃배가 휘황하고 왁자하다하늘의 축제, 번개에 천둥에멸치들은 취하기 시작했다천둥에게로 번개에게로은빛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올랐다심장은 쿵쾅거리고뒤처질까봐 종종거리다가정작 나를 놓치고그물에 끌려올라간 하늘헛지느러미질
전숙   2018-08-26
[기획/연재] 폐지 보석
폐지 한 장이 빛나는 보석이라도 된다는 듯이나이든 산이 굽은 등허리를 더욱 굽혀쓰레기봉지에서 폐지를 집어내고 있다평생 무엇을 저토록 간절하게 파냈던 것일까주름진 길이 폭삭폭삭 주저앉아있다괭이 끝에 걸리는 쓸모없는 쓰레기를 능숙하게 피해폐지 한 장을 찾
전숙   2018-08-19
[기획/연재] 울어라 여름
누군가에게는 우는 게 축복일 수 있다매미는 일주일을 울기 위해무덤의 수행을 칠년 동안 한다득도하는 순간 울음이 솟구친다나무마다 울음이 납작 붙어있다여름은 블랙홀처럼 울음소리에게로 빨려든다울음소리가 하도 곡진해서세상의 모든 고막은 함께 울고 만다속수무책
전숙   2018-08-13
[기획/연재] 청려장*
누군가의 지팡이가 되겠다고 서원한 명아주는 꽃시절에도 거울 들여다보고 립스틱 한 번 발라본 적 없어서지나가던 바람은 꽃인 줄도 몰랐습니다나에게 의지하는 그이 팔이 힘들지 않도록 더욱 가볍게혹여 내 허리가 부러져 그이 넘어지는 일 없도록 더욱 단단하게하
전숙   2018-07-22
[기획/연재] 수박
목마른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는 수박은처음에는 손바닥바가지를 만들어 타는 혀끝을 적셔주었다그것으로는 성이 안차자수박은 마르지 않는 옹달샘이 되고자 하였다손바닥바가지에서 옹달샘이 되기까지직선의 몸이 동그랗게 말아져서기어이 온몸이 남실거리기까지육천매듭이 물
전숙   2018-07-08
[기획/연재] 나주벌 어머니
나주벌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겨운시절이 있었다아흔아홉골 산골짜기가 친정이던 엄마는쌀밥은커녕 화전으로 일군 잡곡도 귀해서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이었다엄마는 시래기죽이 밥인 줄 알았다고모할머니 주선으로 나주벌로 시집온 엄마는 넓은 들녘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전숙   2018-07-01
[기획/연재] 뿌리
연리지나 연리목처럼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마음을 열고 살을 열어기어이 펄떡거리는 혈관을 잇더니 급기야 네 것 내 것 구분 없이 닮아가는 것들이 어디 한두 인연이겠습니까만우리 마을 노안아짐도아짐처럼 바지런한 햇살이엉성한 문틈을 비집고 한숨회초리에 멍든
전숙   2018-06-10
[기획/연재] 천년의 사랑 2
우리 사랑 시간의 칼날에 해지고 해져어떤 바늘로도 더 이상 기울 수 없을 때막무가내로 천년을 견뎌 미움도 그리움도 이빨처럼 삭아내려잇몸뿐인 돌멩이도 애틋해질잊혀도… 잊지 못할 그때에저기 서성문 앞초가주막 문고리 가만히 흔들어주어요버드나무
전숙   2018-06-03
[기획/연재] 천년의 사랑
그대여 천년이여 역사의 바람이여마한의 사랑이 강물로 흘러오오곱디고운 비단에 천년향기 수를 놓아어여쁜 사랑을 가슴 가슴 펼치오니장화왕후 스란치마 사락사락 걸어오오사대문 물마루에 청사초롱 높이 걸고하늘 불러 차일 친 혼인잔치 그립나니아름드리나무 사이 스치
전숙   2018-05-27
[기획/연재] 사랑보험
열에 떠서 헐떡이다가이마를 짚어주는 손길에 살며시 눈을 떠본다내려다보는 눈동자에 걱정이 파도처럼 일렁인다스물다섯 꽃이던 울 엄마꽃인 것도 잊어버리고다섯 살 어린 것의 이마를 짚고구십이나 먹은 노파처럼 이마에 먹구름 떠간다엄마 손길을 확인한 나는 배부른
전숙   2018-05-20
[기획/연재] 봄눈
때가 되었으면 곱게 가실 일이지부활을 꿈꾸며 수직으로 솟아오르던 물관들 뜨끔하다구순九旬의 귓바퀴에 날카로운 비수가 스쳐간다쏘옥 우듬지 내밀던 어린 것들 바짝 긴장한다봄날에 내리는 눈은 해묵은 쌀가루 같다빛바랜 구순의 머릿결에 다시때늦은 아니면 너무 오
전숙   2018-05-13
[기획/연재] 촉수의 시간
90이 넘으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같다고?90을 모르는 풋것들의 헛소리에 90 고목 단단히 뿔났다모든 구멍이 제 기능을 잃어서 눈멀고 귀먹어세상에로의 출입구가 닫혀버린 고목죽은 혈관을 딛고 새 혈관이 꽃을 피우듯 비상구인 촉수가 길어난다촉수의
전숙   2018-05-06
[기획/연재] 시는 안 되고
아파트를 계약한 다음 달 1억5천이 올랐다는 소문을 듣고나는 아직 중도금도 받지 않은매도자로서 멘붕에 빠진다내 연봉 6년 치에 해당하니나는 한 달 새에 6년을 더 일해야 하는 시베리아수형자가 되었다무심결에 절약의 습관에 목매다가이까짓 몇 천 원 아껴서
전숙   20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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