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514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기획/연재] 보름달에게
네가 어린 초승달일 때아마 두 살쯤이었을 거야죽은 엄마의 콧구멍을 후비며설움의 구멍을 파던칠흑의 밤이 네 울음소리에 업혀 지나고빛을 식별할 상현 무렵의붓엄마에게 쫓겨난너는 훌쩍 마을을 떠났지숨차게 언덕을 뛰어오르다가 헛디디고 굴러 떨어지는네 상처의 시
전숙   2019-03-21
[기획/연재] 몸갚음은 반려에게
반려라고똥 싸면 화장지 들고 쫓아가서 물티슈로 마감하고“쉬~”하라고 양탄자 깔아주고푹신히 주무시라고 양모방석 대령이다밤잠 헐어가며 기저귀 갈아주고새벽출근 야근해가며 도시락 서너 개씩 싸서 학교 보내고마이너스통장 바닥 치며 결혼시키니부모는 요양병원에 보
전숙   2019-03-15
[기획/연재] 말言 그늘
팔월의 노간주나무는 배부르다날아올라 바늘잎이 우거진다바늘도 힘을 합치면 그늘이 만들어진다따갑다고 핀잔주던 다람쥐도 그늘에 든다87세 한겨울 노간주나무는 사지마비환자다바늘잎은 우수수 떨어져 구멍마다 바람차지다새들이 앉으려다가 여윈 가지만 흔들고 사라진다
전숙   2019-03-10
[기획/연재] 말言
요양원에 출근하니 애운엄마가 토사곽란이 났단다여전히 토하고 설사를 한다역류되어 흘러내리는 어제의 흔적들오리탕이 맛있다고 두 사발을 먹었다는데중풍으로 사지가 마비된 애운엄마언어중추까지 마비 된 엄마는눈으로 말하고 나는 숨은 말을 찾는다얼굴은 창백하고 식
전숙   2019-03-01
[기획/연재] 독립의 꽃, 유관순
얼마나 아리따웠는지 잊은 꽃얼마나 향기로웠는지 잊은 꽃통곡하는 상처는 눈물강에 떠가는데허물어지는 조국을 눈물로 꽃 피운 이 꽃을 어이하리두 팔을 펼치면 한아름 안겨오는 독립의 꽃다발 만세의 향기삼천만의 촛불이 켜질 때까지 꺼지지 않는 성화로 타올라겨레
전숙   2019-02-22
[기획/연재] 힘줄
“참외 한 봉지에 삼천 원”스피커는 한 옥타브씩 볼륨을 높이다가 목울대에 피가 맺히는지 목쉰 잡소리를 내더니기어이 “두 봉지에 오천 원”으로 가격 조정을 한다횡재한 기분으로 봉지를 연다참외들은 뇌성마비에 걸린 것처럼 손 따로 발 따로 제대로 서 있는
전숙   2019-02-15
[기획/연재] 사람, 사람이 문화다
좀들이 같은 기도의 시간이 그렁그렁 쌓여넘어진 사람에게 향기처럼 내미는 손길이 문화다옳은 길을 가고자 고난을 택하는 것이 문화다서로의 눈물과 서로의 아픔을 핥아주고 위로해주고상처를 싸매주는 것이 문화다쌀을 씻으며 함부로 섞인 쌀뉘를 고르듯촛불을 밝히고
전숙   2019-01-28
[기획/연재] 당기다
근무력증에 걸린 화심이가 걸어간다한 걸음 뗄 때마다 우주가 젖혀진다바람은 받침대가 된다무릎을 잡아주고 허리를 지탱하고어깨를 안아준다한 걸음을 위해 온 우주를 뒤틀어야 겨우 채송화의 키를 넘는다불은 국수가닥처럼 흐물거리는 근육들이 수십 미터 크레인에 매
전숙   2019-01-18
[기획/연재] 우리 서로 섬기자
물난리가 나서 돼지들이 모두 떠내려갔다주인들은 자기 돼지를 못 알아보고 우왕좌왕하는데돼지들이 주인을 찾아왔다나의 주인은 누구일까?내 삶의 주인은 누구일까?주인을 찾기 위해 우물에 마음을 비추어본다천사가 보이다가괴물이 보이다가야누스처럼 변한다어느 것이
전숙   2018-12-28
[기획/연재] 햇밤을 삶다
햇밤을 삶는다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 날것의 시간을 익힌다냄비 뚜껑을 여니 밤의 일생이 색인표처럼 빛깔로 정돈되었다선명한 밤색, 검은색, 누르스름한 색, 검다가 희다가 밤색이다가 한 밤제 타고난 빛깔을 잃은 것은 벌레에게 점령당했거나 병든 밤이다이토록
전숙   2018-12-07
[기획/연재] 풀뿌리 경전
유리창이 박살나고 가로등이 부러지고수백 년을 버틴 나무가 뿌리째 뽑히는 태풍에도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야차 같은 억센 바람에도 선승처럼 흔들리지 않는 저 풀뿌리가 경전이다풀의 뿌리는 중심이 없다어느 한 줄기 우뚝한 놈 없이 뿌
전숙   2018-11-30
[기획/연재] 월출산
바위가 되어보지 않은 눈물 있으랴표정을 지우고 단단해질수록실금처럼 그어져 내리는 생의 어깃장들휘청거릴 때마다 삼십과부의 졸라맨 허리띠를 빨아대는 어린것들이논두렁밭두렁을 밀고 가는 길이 되었다노을에 발을 담근 논물을 바라보노라면월출댁도 벌겋게 물들고 싶
전숙   2018-11-23
[기획/연재] 바람의 가슴
온몸이 똘똘 뭉쳐한 가지 기능만 하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그러하듯 바람은 온몸이 가슴이다꽃가루부터 온갖 궂은 심부름을 다 한다펄럭여서 끌고 가는 쪽지편지에실낱의 당부를 적어 실핏줄까지 전해준다느지막한 봄날에 송홧가루도 세상에 소식을 전한다밥 먹어라밥 먹
전숙   2018-11-16
[기획/연재] 어머니의 눈물탑
좀들이 같은 기도의 시간이그렁그렁 쌓였을 것이다쌀을 씻으며 함부로 섞인 쌀뉘를 고르듯빨래를 하며 상처 같은 때를 문지르듯끼니를 거르며 목숨 같은 삯일을 버티듯 밤늦도록 공부를 하는 내 옆에서낮의 노동을 꾸벅거리며바느질을 하던어머니의 눈물탑은,돌보다 단
전숙   2018-11-02
[기획/연재] 아버지의 회초리
아버지는 가끔 뒷산에 올라 시누대를 꺾어오셨다회초리를 만들어 천정에 걸어두고내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회초리를 꺼내 종아리를 때리셨다활화산처럼 쏟아지는 매질에통증은 붉은 용암처럼 끓어올랐다장딴지에 까맣게 식은 용암을 쓰다듬으며 아버지는 안티푸라민을 발
전숙   2018-10-26
[기획/연재] 싸리꽃엄마
뒷산에 싸리꽃 서럽게도 붉어초년과부의 하루는 싸리비를 묶어도 묶어도 저물지 않았다문설주에 기대어 새벽이슬에 젖던 싸리꽃 어스름한 윗방죽에 가슴을 풀어헤쳤다해가 뜨면 윤슬처럼 반짝이고 싶었던 엄마물새떼는 가슴의 문장을 물고허공으로 솟구쳐 쓸쓸히 사라져버
전숙   2018-10-14
[기획/연재] 도둑맞다
키 작은 화살나무 푸른빛사이로언뜻언뜻 비치는 샛노란 빛부지런한 벌레가 벌써 다녀갔나보다구멍 두엇 뚫린 이파리에단풍이 샛노랗게 물들었다소년소녀가장의 캄캄한 귀로길이다고문당하는 투사의 구멍 난 가슴이다꽃기억들이 뭉텅뭉텅 빠져나간 치매환자의 뇌수다초록을 끝
전숙   2018-10-07
[기획/연재] 풍경 너머
요구르트 파는 엄마곁에 다섯 살 꼬마, 쭈그려 앉았다손을 꼬고 몸을 비틀고 하품을 하는 사이 심심한 구름 몇 채 목구멍에서 폴폴 기어나온다묘목을 어르는 엄마눈동자에 이슬 몇 방울 다녀가신다젊고 고운 엄마아파트 단지 초입에서 다디단 아파트를 올려다본다거
전숙   2018-09-14
[기획/연재] 둘째마당: 북소리
쾅쾅쾅 쾅쾅쾅 북소리가 들렸지요태풍이 몰려오는 소리인 줄 알았지요아니에요 아니에요 미친바람이 몰아쳤지요밭에서 호미질하던 부지런한 꽃잎 한 장마당에서 팔방놀이하던 철부지 꽃잎 한 장우물에서 물을 긷던 살림꾼 꽃잎 한 장아버지를 걱정하던 효녀심청 꽃잎 한
전숙   2018-09-07
[기획/연재] 꽃잎의 흉터
전숙시인의 가사시 “꽃잎의 흉터”가 이영조 전 연세대 교수에 의해 칸타타로 작곡되어 ‘일본군 종군위안부 피해자님들을 위한 헌정음악회’가 9월13일, 나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것을 기념하여 전숙시인의 가사시 “꽃잎의 흉터” 다섯마당을 5회에 나누어 싣
전숙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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