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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사랑보험
열에 떠서 헐떡이다가이마를 짚어주는 손길에 살며시 눈을 떠본다내려다보는 눈동자에 걱정이 파도처럼 일렁인다스물다섯 꽃이던 울 엄마꽃인 것도 잊어버리고다섯 살 어린 것의 이마를 짚고구십이나 먹은 노파처럼 이마에 먹구름 떠간다엄마 손길을 확인한 나는 배부른
전숙   2018-05-20
[기획/연재] 봄눈
때가 되었으면 곱게 가실 일이지부활을 꿈꾸며 수직으로 솟아오르던 물관들 뜨끔하다구순九旬의 귓바퀴에 날카로운 비수가 스쳐간다쏘옥 우듬지 내밀던 어린 것들 바짝 긴장한다봄날에 내리는 눈은 해묵은 쌀가루 같다빛바랜 구순의 머릿결에 다시때늦은 아니면 너무 오
전숙   2018-05-13
[기획/연재] 촉수의 시간
90이 넘으면 산에 있으나 집에 있으나 똑같다고?90을 모르는 풋것들의 헛소리에 90 고목 단단히 뿔났다모든 구멍이 제 기능을 잃어서 눈멀고 귀먹어세상에로의 출입구가 닫혀버린 고목죽은 혈관을 딛고 새 혈관이 꽃을 피우듯 비상구인 촉수가 길어난다촉수의
전숙   2018-05-06
[기획/연재] 시는 안 되고
아파트를 계약한 다음 달 1억5천이 올랐다는 소문을 듣고나는 아직 중도금도 받지 않은매도자로서 멘붕에 빠진다내 연봉 6년 치에 해당하니나는 한 달 새에 6년을 더 일해야 하는 시베리아수형자가 되었다무심결에 절약의 습관에 목매다가이까짓 몇 천 원 아껴서
전숙   2018-04-27
[기획/연재] 금성산
금성산은 사립문을 닫아건 적이 없다나주사람들은 힘들 때마다활짝 열린 금성에 들어가까만 손바닥으로툇마루 먼지 쓱 닦고“그냥 왔어”한 마디 하고 모로 기댄다잦아드는 어깨가 안쓰러운지산의 가슴에서“처얼썩 처얼썩”파도 치는 소리 들린다누군가 산에 기대면한수제
전숙   2018-04-22
[기획/연재] 음치의 기원
나는 음치다생의 박자를 호기롭게 맞추지 못한다전 국민이 가수인 나라에서 음치는 당황스럽다회합의 3차 순서인 노래방 차례가 되면 홀연히 사라져 주는 게 예의다음치유전자를 물려받은 불복不福의 처량이다북소리를 들으며 알았다북소리는 심장소리의 재생이라는데내
전숙   2018-04-07
[기획/연재] 부활의 꽃씨
봄이 부활하고 있다북풍한설 채찍질에 고드름왕관을 눌러쓰고 폭설십자가를 짊어지고 얼음으로 뒤덮인 삼동의 골고다를 올라차가운 못으로 겨울에 매달렸던 봄이꽃샘바람에 웃을 벗기우고 수염을 뽑히고 황사가 ‘카악’하고 밭은 모욕을 묵묵히 받아내며 목마른 강을 건
전숙   2018-03-30
[기획/연재] 연어
모천으로 회귀한 연어를 기다린 것은 두 평 남짓한 고시원이었다. 8살에 노르웨이 바다로 입양 간 연어는 불혹이 되어 모천으로 돌아왔다. 향기로 각인된 모천은 블랙홀이었다. 폭포를 뛰어오르고 자갈바닥을 타고 넘느라 몸은 만신창이어도 마음은 푸른 계곡을
전숙   2018-03-24
[기획/연재]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발을 헛디뎠다허공이었다14m를 추락하는 찰나에 밀물 같던 한 생의 문장이 찰칵찰칵 몇 개의 컷으로 재생되었다되감기는 필름에는 순간순간 추락하는 장면이 찍혀있었다한 번도 추락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의문표가 찍힌
전숙   2018-03-18
[기획/연재] “Me Too”
갈치의 날개를 꺾는다만원 전철에 시달리며 꿈꾸었을 바다의 시간이 날카롭다날카로운 시간에 목구멍이 찔려 눈물콧물 쏟아가며 허우적대다가갈치에게로 향한 식욕을 내려놓는다식욕은 너의 날개를 꺾어 내 허기를 채우겠다는 것은빛지느러미가 비상을 꿈꿀 수 있었던 것
전숙   2018-03-11
[기획/연재] 봄이 겨울에게
울음뿐이었던 너의 눈물을 벗고 꽃길을 거닐며아지랑이 같은 기쁨에 술렁인다어디에 숨어있었을까이 왁자한 수런거림들이 가벼운 옹알이들세상의 부모들이 그랬듯이꽃을 피우려고겨울아, 네가 울음으로 견뎌준 암흑을 기억할게아니, 잊을게암흑이 날개의 번데기시절이었다는
전숙   2018-03-03
[기획/연재] 목사골시장*
당신을 응원한다 무조건 응원한다제 쌀독이 비어도 남의 쌀독을 걱정하는, 마음을 다하여 응원한다좋은 먹거리 나누자는 당신을 밥주걱으로 응원한다행주치마처럼 나주의 새벽을 지키는 당신을 어머니처럼 응원한다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천 년이 배경이다천 년의 바람
전숙   2018-02-11
[기획/연재] 아파트 숲
수백수천이 모여 사는 아파트를 보아라위층 누가 기침하는지 아래층 누가 밥 짓는지 모르면 어떠랴진달래, 개나리, 무궁화 이름표 달고1층뿌리는 10층가지를 받치고 20층우듬지는 하늘을 받친다엘리베이터 체관을 타고 계단 물관을 흘러서30층은 무성한 잎을 내
전숙   2018-01-28
[기획/연재] 별은 무엇으로 빛나는가
도포자락 휘날리며 시간의 우주를 건너오는 역사의 별빛 빛으로 곁을 내준 지혜의 별이여, 대륙 팔천여리도 눈썹 한 올로 뒤덮은 호연지기굽이마다 낭떠러지 가시밭길 행로에도 강물 같은 애민(愛民)에 풀꽃도 춤을 추고백두산의 기개에 졸참나무도 절을 하였지요걸
전숙   2018-01-13
[기획/연재] 새해에는 우정으로 서로의 틈새를 채우자
우정이란 물 같은 것이다목마를 땐 목을 축여주고 추울 땐 얼음이 되어 더 강한 추위를 막아주고 헐벗을 땐 눈꽃이 되어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준다그렇듯 우정이란 어깨동무하고 체온을 나누며 길을 같이 걸어가는 일이다외로운 길에 바람 두 줄기 스쳐지나간다스쳤
전숙   2017-12-31
[기획/연재] 성탄카드 속으로
천사들 은총의 노래 별빛으로 내리면세상은 마술처럼 하얀 천국이 된다오래된 약속 같은 그리운 시간들 헐벗은 가지마다 포근하게 내려앉고얼어붙은 입김을 뜨거운 가슴으로 녹이는 가난한 연인들...성스러운 아기는 첫젖을 빨다가 쌔근쌔근 잠이 들고예언을 인도하던
전숙   2017-12-24
[기획/연재] 화룡점정
외진 산등성이의 노송 한 그루 쉼표 한 번 찍지 않고 툭툭 불거진 길이 손가락매듭에 들어앉아 보석반지의 입점을 거부한다팔순 기념으로 손부가 해온 반지를만지작거리다가 손수건 귀퉁이에 묶는다하늘말나리꽃잎 같은 등허리는 표준 치수가 들어맞지 않아 엉덩이는
전숙   2017-12-10
[기획/연재] 풍란은 살아있다
요양병원의 풍란 한 촉땅 위의 인연을 버리기로 작정한 듯 껍질뿐인 뿌리로 허공을 향해 한 걸을 내딛고 있다한때 거울 보며 활짝 피어났을 귀걸이도 버겁다는 듯 귓불이 늘어져있다두 눈 질끈 감고 수행하시는 풍란에게 여쭌다“귀걸이가 귀찮지 않으세요? 빼드릴
전숙   2017-12-01
[기획/연재] 택배로 배달되지 않는 것
남편이 사랑90kg에 단감10kg 얹어서아들에게 택배보냈다박스가 터졌다고일만 생겼다고고맙다는 말도 없이다시는 보내지 말라 한다사랑은 분실되고 으깨진 단감만 배달된 것이다남편한테 이를 수도 없고어릴 때처럼 종아리 때릴 수도 없고…무겁다고 사
전숙   2017-11-26
[기획/연재] 하피첩*
약천에서 길어온 찻물이 달아 방안 가득 슬픔이 끓어올랐다마음 붉은 하피는 붉디붉게 타오르고어두워진 만덕산은 사금 든 노을을 폈다노랑턱맷새 목울대에 일렁이던 보일 듯 말 듯 수줍던 화촉불도 스러져무릎 꿇고 쓸어보는 다섯 폭 스란치마족두리 쓴 연지 같은
전숙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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