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450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기획/연재] 벼랑 끝에 기대어
그 여자에게선 산벚꽃향기가 났어뒷산 그림자끼리 포개고 엎드릴수록행주치마폭에 감기어 숨바꼭질할 때처럼 작은 한 몸 숨길 가슴을 헤매었어기다리는 마음은 어디에 있는 걸까벼랑 끝에 기대어 흔들릴 때버찌 같은 눈물을 말리려 했나봐안간힘으로 버티다가생살이 파인
전숙   2017-06-24
[기획/연재] 아멘
유월의 노간주나무는 배부르다바늘잎이 날아올라 우거진다바늘도 힘을 합치면 그늘이 만들어진다따갑다고 핀잔주던 다람쥐도 그늘에 든다87세 된 한겨울 노간주나무는 사지마비환자다바늘잎은 떨어져 구멍마다 바람차지다새들이 앉으려다가 여윈 가지만 흔들고 사라진다뿌리
전숙   2017-06-18
[기획/연재] 꽃잎의 흉터
사립문에 널브러진 코고무신 한 켤레주인은 어디 갔나?주인은 어디 갔나?하늘가에 낭자한 붉디붉은 울음소리 각혈 같은 석류에 알알이 박혔네광풍들은 재미있는 놀이처럼 즐기며 울부짖는 꽃잎을 웃으며 학대했네버려진 버러지처럼 손가락으로 짓뭉갰네 찢어진 낙엽처럼
전숙   2017-06-03
[기획/연재] 시가 된 풍경
그냥 존재만으로 시가 되는 풍경이 있네요양병원 입원실아흔살 신랑이 아흔살 각시의 콧물을 닦아주네맞절하고 합환주 나누며 백 년 동안 같이 늙어가자는 약속가뭄과 태풍을 같이 견딘 푸른 관절엔어느덧 자갈 같은 옹이만 박히고비단 같던 꽃잎은 주름 주름 사금
전숙   2017-05-28
[기획/연재] 저물녘
백년해로하겠다는 언약요양병원에 입원해서까지 현재진행형이다한발 더 긴 햇발이 생의 길목에 먼저 주저앉은 그늘에게 밝음을 나눠준다자리를 좁혀 햇빛도 달빛도 나누던 시절엔혼자 숨어 지낼 골방 같은 숨 뱉을 간격을 내주는 게 사랑이었지저물녘은 간격 제로의 시
전숙   2017-05-21
[기획/연재] 촛불로 부활하신 님이여!
님이여, 5.18은 추억이 아니어요님이여, 5.18은 그리움이 아니어요‘뭇 생명이 곧 하늘’인 파천황이 열리는 광명이어요님들의 보혈이 태반이 되고님들의 함성이 수정란이 되고 님들의 고난이 탯줄이 되어세상의 모든 아픔을 위해세상의 모든 핍박을 위해세상의
전숙   2017-05-13
[기획/연재] 풍란
죽은 듯 시들어버린 풍란의 뿌리를 잘라본다하얀 실 같은 명줄이 아직 버티고 있다이끼로 감싸서 바위에 붙이니무게를 버린 풍난의 뿌리가 허공에 길을 낸다풍찬노숙이라고 함부로 말하지말라지상을 떠나 바위나 나무를 제 거처로 삼고자했을 때그는 알았을 것이다뼈를
전숙   2017-04-30
[기획/연재] 고담주머니
사람은 죽으면 이야기꽃이 된단다무덤이 봉그랑한* 이유는달빛 같은 사연들로 고담주머니의 뱃구레가 불룩하기 때문이란다울퉁불퉁한 생의 돌팍길에 폭삭 넘어져길동이를 낳은 좀녀*는 이어도처럼 손짓하는 전복 한 마리에 마지막 숨을 놓았단다등 한 번 두드려주지 않
전숙   2017-04-22
[기획/연재] 병病 친구
고목의 옹이를 보며 옹이의 시간을 더듬는다고목은 그의 평생의 아픔이었을 옹이를 소중히 품고 있다친구는 시간여행이다친구는 추억을 공유한다나의 옹이는 더듬을 것도 없이 내 기억의 회로를 순환한다옹이는 나와 어깨동무하고 아픔을 같이 건넜으니 조강지처 내치지
전숙   2017-04-16
[기획/연재] 벚꽃엔딩
엔딩이 꽃비로 내리는 일이면엔딩, 그것 지옥을 면할 수 있을까우리 사랑이 시들어서마른 가슴만 남아더 이상 눈물로도 껴안을 수 없을 때한 잎 한 잎 떨어져눈물로 내리는 날물기를 탈탈 털어 바지랑대에 널던 빨래처럼슬픔을 털어 살가운 바람에 말리면전쟁에 나
전숙   2017-04-09
[기획/연재] 사월
언어가 있기 전부터 이미 전설이었던 것들이 있다가령 손을 꼭 잡았다가 놓아버린 뒤에도 꽃잎처럼 뜨거웠던 네 체온은 남겨진 내 시간들을 무한대로 데울 것이고잠시 엉키었다가 풀린 눈길에도여전히 나의 망막에 일렁이는 너의 미소처럼마주 바라보던 우리의 겹쳐진
전숙   2017-04-02
[기획/연재] 소 잡는 날
암컷들은 아무리 가난해도몸속 은밀한 곳에 주머니 하나씩 숨겨둔다고 한다암컷들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것들은주머니 속에 알콩알콩 쌓여 젖별이 된다주머니를 뒤집어보면 은하수 같은 만경창파에 빨대들이 빼곡히 꽂혀있다빨대 끝에는 실팍한 젖별들이 남실거리고 초승
전숙   2017-03-19
[기획/연재] 봄명창 오동도
명창이 되려면 소리의 칼로 제 목울대를 찢어야한다붉디붉은 꽃송이가 댕강댕강 종을 울리듯 봄의 목울대에서 쏟아진다회초리질하는 바람을 견디며핏덩이를 토하는 소리꾼의 수련에오동도는 망막보다 고막이 먼저 글썽인다눈 어두운 일보다 귀 어두운 일이 더 외롭단다머
전숙   2017-03-12
[기획/연재] 40분
(9시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한 오십대 남자가 전동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 전동차가 들어오자 남자가 훌쩍 차선으로 뛰어들었다고 합니다. 이 사고로 1호선 전철이 약 40분간 정체되었습니다.)뉴스가 끝났는데도 찢어진 깃발이 울음을
전숙   2017-03-05
[기획/연재]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목욕을 시킨다운 좋게도 내 차지가 된 나이든 테라코타 한 점 조각의 제목이‘어머니’란다성긴 마마자국마다 세월의 앙금이 까맣게 내려앉았다때를 밀어줄 요량으로 박박 문지른다발톱에 낀 두터운 시간도 칫솔로 닦아내었다발톱의 때를 문질러주던 어머니몸 갚을 때가
전숙   2017-02-26
[기획/연재] 한 뼘 자란만큼
수수께끼입니다내가 한 뼘 자라면 그만큼 작아집니다하늘처럼 높아보였던 나무가어느 날 문득 한참 아래로 내려다보입니다바람처럼 높고 낮은 세월을 건너느라굽이굽이 휘어지고 굽은 등허리에는 셀 수 없는 아픈 옹이들이 숨어있습니다기쁨으로 올려다본 나무가어느 날
전숙   2017-02-19
[기획/연재] 이주
효자각은 동네의 자랑이었다입구에 떡 버티고 선 효자각 때문에 동네사람들은 모두가 맞춤형 효자가 되었다무성한 잎이 효자각의 효심을 가린다고낙엽이 동네 체면을 어지럽힌다고웅성거리는 잡음 때문에효자각에 살던 태산목은 이주대상이 되었다 아침부터 포크레인이 태
전숙   2017-02-11
[기획/연재] 꽃, 재앙이 되다
협죽도가 길가에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정말 예쁘다고 모두들 감탄을 하는데누군가 말했다저 꽃은 독이 있어보는 즉시 모두 뽑아버려야 해나는 반대했다저렇게 예쁜데…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가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그 꽃을 만진 우리 아이들은
전숙   2017-02-05
[기획/연재] 겨울 화지에서
겨울화지는 한 폭의 추상화다화가는 겨울이고 재료는 고실라진 시간이다북풍한설 왕붓이 한 호흡으로 지나간 자리덧칠 없는 저 일필휘지의 선긋기도무지 풀길 없는 생의 비밀공식이다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다가어린아이처럼 우연의 선긋기로 꽃대를 올리고가슴에 스며들지
전숙   2017-01-21
[기획/연재] 탑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을 세우려고 떠난 남편이 보고 싶은 아내는아무도 몰래 남편을 찾아갔습니다차꽃이 단풍보다 서럽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향기도 감추고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다가바라다만 보다가차마 눈으로는 다가가지 못하고발끝을 내려다보며“여보”속말로 남
전숙   2017-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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