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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순간정지화면
어느 날 문득 멈춘 풍경이 있다화산재를 뒤집어쓴 채포옹하고 있는 폼페이의 남녀 한 쌍정지된 호흡이 듣고 있는 소음 같은 세월그들은 깊은 눈으로서로의 눈물을 안아주며 살았다일심동체의 꿈을 꾸다가운명 같은 찰나에찰칵, 찍힌온몸으로 껴안은 상형문자는역사의
전숙   2019-06-30
[기획/연재] 그대, 내 마음 받았는지
비 내리는 우울한 화요일쯤무작정 내 마음 기다려보았는지불현듯 배달되는 꽃다발처럼내 마음 다가갈 때점자처럼 꾹꾹 박힌 그리움손끝에 더듬으며봉숭아 꽃물처럼 발갛게 두근거렸는지보내는 순간의 떨림이받아보는 순간으로 흘림 없이 건너가서마음 깊은 풍경소리처럼기다
전숙   2019-06-23
[기획/연재] 11
11
전숙   2019-06-16
[기획/연재] 북망문으로부터
역사는 옹성처럼 단단하고사람의 일은 무지개처럼 꿈이어라마한의 말발굽소리 구름 위에 떠도네 폭풍과 격랑을 이겨낸 현무의 후예들이여푸른 호흡으로 역사의 새벽을 열었던 작은 영웅들이여정의의 성벽을 쌓아올린 함성들이여 칠흑 같은 어둠에도 불씨가 되어나라를 밝
전숙   2019-06-07
[기획/연재] 무명의 다리
묵상 중에 무릎께가 스멀거려 눈을 뜨니 생쥐만한 거미가 허공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 가책도 없이 파리채를 휘둘렀습니다.그런데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꼭 만삭의 어미일 것만 같은 거미의 불룩한 뱃구레가 떠올라 등골이 송연했습니다.기분을
전숙   2019-05-24
[기획/연재] 그대 없이 다시 오월입니다
오월의 눈물이여, 서늘한 뜨거움이여그대 없이 다시 오월입니다슬픔이 다하고 눈물도 말라꽃을 돌이키려는 향기마저 스러져우리의 사랑이 꽃잎처럼 이울던 날이름 없는 풀꽃들과 도란도란 노닐던푸른 나비 오월은 우두커니가 되고우리들 가슴에 서럽게 굳어버린무등은 이
전숙   2019-05-19
[기획/연재] 환생
백련사 오르는 샛길 작은 연못에수련들이 하얗게 꽃잎을 열고 있다노란꽃술이 나그네벌을 유혹하는데마치 제상에 올려진꽃잎모양으로 칼질된 달걀꽂이 같다캄캄한 연못 속을 들여다보니까만 올챙이들이 뒷발만 나온 채힘찬 꼬리헤엄을 치고 있다올챙이는 개구리로의 변태를
전숙   2019-04-26
[기획/연재] 희망은 립 서비스 중
'우리 모두 희망을 날립시다.'안내방송이 만국기처럼 나긋나긋 펄럭인다조신하게 날개를 접고 있던나는 희망을 나붓하게 펼치고 날아오른다삼라만상이 환호하던 그 순간맨땅에서 날개를 끌어올리던 환골탈태의 고통도희망을 날리는 이벤트를 위해플라스틱상자에 아무렇게나
전숙   2019-04-21
[기획/연재] 식구
식구란 무엇일까?한솥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식구라면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 모두 식구다 식구는 울일, 웃을 일 맛있는 반찬처럼 나누고뜨거운 국그릇 엎듯이 한바탕 툭탁거리다가도시디신 김치국물 떠먹듯 눈 딱 감고 화를 삼킨다넘어진 궁시렁댁을 제 몸도 못
전숙   2019-04-07
[기획/연재] 시누대
그 여자는 고아였단다부모에게 사기당한 거지드잡이남편에게는 폭력에 시달렸단다또 남편에게 사기당한 그 여자딸에게 기대보았단다사춘기 때 가출한 딸은 십년 째 소식이 없고자식에게도 사기당한 그 여자모퉁이마다 태풍이 아가리를 벌리고 그녀를 기다렸지. 태풍에 휩
전숙   2019-03-31
[기획/연재] 보름달에게
네가 어린 초승달일 때아마 두 살쯤이었을 거야죽은 엄마의 콧구멍을 후비며설움의 구멍을 파던칠흑의 밤이 네 울음소리에 업혀 지나고빛을 식별할 상현 무렵의붓엄마에게 쫓겨난너는 훌쩍 마을을 떠났지숨차게 언덕을 뛰어오르다가 헛디디고 굴러 떨어지는네 상처의 시
전숙   2019-03-21
[기획/연재] 몸갚음은 반려에게
반려라고똥 싸면 화장지 들고 쫓아가서 물티슈로 마감하고“쉬~”하라고 양탄자 깔아주고푹신히 주무시라고 양모방석 대령이다밤잠 헐어가며 기저귀 갈아주고새벽출근 야근해가며 도시락 서너 개씩 싸서 학교 보내고마이너스통장 바닥 치며 결혼시키니부모는 요양병원에 보
전숙   2019-03-15
[기획/연재] 말言 그늘
팔월의 노간주나무는 배부르다날아올라 바늘잎이 우거진다바늘도 힘을 합치면 그늘이 만들어진다따갑다고 핀잔주던 다람쥐도 그늘에 든다87세 한겨울 노간주나무는 사지마비환자다바늘잎은 우수수 떨어져 구멍마다 바람차지다새들이 앉으려다가 여윈 가지만 흔들고 사라진다
전숙   2019-03-10
[기획/연재] 말言
요양원에 출근하니 애운엄마가 토사곽란이 났단다여전히 토하고 설사를 한다역류되어 흘러내리는 어제의 흔적들오리탕이 맛있다고 두 사발을 먹었다는데중풍으로 사지가 마비된 애운엄마언어중추까지 마비 된 엄마는눈으로 말하고 나는 숨은 말을 찾는다얼굴은 창백하고 식
전숙   2019-03-01
[기획/연재] 독립의 꽃, 유관순
얼마나 아리따웠는지 잊은 꽃얼마나 향기로웠는지 잊은 꽃통곡하는 상처는 눈물강에 떠가는데허물어지는 조국을 눈물로 꽃 피운 이 꽃을 어이하리두 팔을 펼치면 한아름 안겨오는 독립의 꽃다발 만세의 향기삼천만의 촛불이 켜질 때까지 꺼지지 않는 성화로 타올라겨레
전숙   2019-02-22
[기획/연재] 힘줄
“참외 한 봉지에 삼천 원”스피커는 한 옥타브씩 볼륨을 높이다가 목울대에 피가 맺히는지 목쉰 잡소리를 내더니기어이 “두 봉지에 오천 원”으로 가격 조정을 한다횡재한 기분으로 봉지를 연다참외들은 뇌성마비에 걸린 것처럼 손 따로 발 따로 제대로 서 있는
전숙   2019-02-15
[기획/연재] 사람, 사람이 문화다
좀들이 같은 기도의 시간이 그렁그렁 쌓여넘어진 사람에게 향기처럼 내미는 손길이 문화다옳은 길을 가고자 고난을 택하는 것이 문화다서로의 눈물과 서로의 아픔을 핥아주고 위로해주고상처를 싸매주는 것이 문화다쌀을 씻으며 함부로 섞인 쌀뉘를 고르듯촛불을 밝히고
전숙   2019-01-28
[기획/연재] 당기다
근무력증에 걸린 화심이가 걸어간다한 걸음 뗄 때마다 우주가 젖혀진다바람은 받침대가 된다무릎을 잡아주고 허리를 지탱하고어깨를 안아준다한 걸음을 위해 온 우주를 뒤틀어야 겨우 채송화의 키를 넘는다불은 국수가닥처럼 흐물거리는 근육들이 수십 미터 크레인에 매
전숙   2019-01-18
[기획/연재] 우리 서로 섬기자
물난리가 나서 돼지들이 모두 떠내려갔다주인들은 자기 돼지를 못 알아보고 우왕좌왕하는데돼지들이 주인을 찾아왔다나의 주인은 누구일까?내 삶의 주인은 누구일까?주인을 찾기 위해 우물에 마음을 비추어본다천사가 보이다가괴물이 보이다가야누스처럼 변한다어느 것이
전숙   2018-12-28
[기획/연재] 햇밤을 삶다
햇밤을 삶는다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 날것의 시간을 익힌다냄비 뚜껑을 여니 밤의 일생이 색인표처럼 빛깔로 정돈되었다선명한 밤색, 검은색, 누르스름한 색, 검다가 희다가 밤색이다가 한 밤제 타고난 빛깔을 잃은 것은 벌레에게 점령당했거나 병든 밤이다이토록
전숙   2018-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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