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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꼭지의 시간
어머니는 지치지 않고 기도하는 강물이었다흘러간다는 것은 꼭지가 되는 일이다강변에서 달게 젖을 빠는 조둥이들자식 같은 논배미에 서서도 어머니는 나락을 쪼는 참새들을 한사코 쫓지 않으셨다빨아먹을 조둥이가 있는 것들은 참새새끼처럼 어머니에게 샛노란 조둥이를
전숙   2019-11-04
[기획/연재] 나주벌 어머니
나주벌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겨운시절이 있었다아흔아홉골 산골짜기가 친정이던 엄마는쌀밥은커녕 화전으로 일군 잡곡도 귀해서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이었다엄마는 시래기죽이 밥인 줄 알았다고모할머니 주선으로 나주벌로 시집온 엄마는 넓은 들녘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전숙   2019-10-20
[기획/연재] 꽃이 되어 볼까
우리 모두 꽃이 되고 싶다솔직 하자면 한 생 내내 꽃으로 피어있고 싶다화무십일홍이라는데운명이 꽃인 꽃도 열흘 내내 피어있기 어렵다는데꽃은 어림도 없는 가짜들이꽃이 되려고 아등바등 용을 쓴다뉴스를 보다보면상대를 짓밟아야 꽃이 되는 줄 아는 걸까나만 봐줘
전숙   2019-10-07
[기획/연재] 무월*에서는
달빛이 만물을 안아준다는무월에서는나뭇잎도 달빛과 살랑대지무엇하나 부러울 것 없는마음 부른 이곳에서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눈 맞추고 귀 맞추어첩첩한 달빛과사랑이라는 그 가늠할 수 없는 우주에 스며들면대숲도 귀가 열려 하르르하르르돌담과 속닥이지등줄기 서늘
전숙   2019-09-22
[기획/연재] 나이테 할아버지
절단된 한 생이 자서전을 펼친다무성했던 계절이 가부좌를 틀고 있다나이테는 한때 우주를 유영했다는 기억 또박또박 침 발라가며 빅뱅을 꿈꾸던 유년의 핵이 항성처럼 중심을 잡고 있다 한해로 타던 그해 여름과 귀향하지 못했던 그해 추석이 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전숙   2019-09-08
[기획/연재] 단체사진
옹기종기 봄날의 오름들이 모였다웃으면 무엇이든 꽃이 된다같은 파도에 휩쓸리고같은 햇살을 사모했던물수제비처럼 번지는 다정한 동심원공유했던 바람의 맛, 물결의 비릿한 무늬인연의 시간이 포즈를 취한다서로 배경이고 동시주연이다햇살이 모두의 어깨에 내려앉는다아
전숙   2019-09-01
[기획/연재] 독립의 꽃 2
꽃이 꽃인 것은 꽃의 눈물 때문이지어떤 풍상에도 꽃대 꺾이지 않고눈물로 아리따운 꽃을 피우기 때문이지 꽁꽁 언 발로 혹독한 겨울을 건너고벌겋게 얼음든 손 후후 불어가며 봉오리를 밀어 올리는 용기 때문이지정화수 같은 정성으로 의지를 불태워꽃잎 문드러지는
전숙   2019-08-25
[기획/연재] 스마트폰 우사
아침식탁,햇살 같은 마음살주지도 받지도 않는 스마트폰 우사의 비육우들씹어도 씹어도 냉담의 가족뿐이다초원을 질주하던 유전자가 지워진다근율질의 다리와 말言이 사라진다손가락과 눈동자만 살찌운 스마트폰 비육우들마블링 같은 SNS에 갇힌다집이 사라진다아무도 달
전숙   2019-08-11
[기획/연재] 하루살이
고비에 쏟아지는 은하수처럼하루살이 별들이 쏟아진다하루살이는 하루가 130억년이고은하수는 130억년이 하루다하루든 130억년이든목울대 쉬도록 안 울었으랴날갯죽지 삭아 내리도록 날갯짓 안 했으랴첫사랑에 천둥번개 안 쳤으랴다만 하루뿐일지라도사랑은 둥둥둥우주
전숙   2019-08-04
[기획/연재] 김씨치사사건
전숙   2019-07-26
[기획/연재] 잊히다
요양원에 남겨두고 자식들이 떠났다이제 다 잊고 편히잘~ 지내라고호박엿 같은 당부까지 하고 갔다잊어먹는다고 요양원에 가자더니다 잊으라 한다집에 가서 개밥도 주고죽은 영감 밥도 챙겨야 하는데보따리를 싸들고 나가려니 문이 없다문마다 벽처럼 잠겨있다아는 사람
전숙   2019-07-19
[기획/연재] 순간정지화면
어느 날 문득 멈춘 풍경이 있다화산재를 뒤집어쓴 채포옹하고 있는 폼페이의 남녀 한 쌍정지된 호흡이 듣고 있는 소음 같은 세월그들은 깊은 눈으로서로의 눈물을 안아주며 살았다일심동체의 꿈을 꾸다가운명 같은 찰나에찰칵, 찍힌온몸으로 껴안은 상형문자는역사의
전숙   2019-06-30
[기획/연재] 그대, 내 마음 받았는지
비 내리는 우울한 화요일쯤무작정 내 마음 기다려보았는지불현듯 배달되는 꽃다발처럼내 마음 다가갈 때점자처럼 꾹꾹 박힌 그리움손끝에 더듬으며봉숭아 꽃물처럼 발갛게 두근거렸는지보내는 순간의 떨림이받아보는 순간으로 흘림 없이 건너가서마음 깊은 풍경소리처럼기다
전숙   2019-06-23
[기획/연재] 11
11
전숙   2019-06-16
[기획/연재] 북망문으로부터
역사는 옹성처럼 단단하고사람의 일은 무지개처럼 꿈이어라마한의 말발굽소리 구름 위에 떠도네 폭풍과 격랑을 이겨낸 현무의 후예들이여푸른 호흡으로 역사의 새벽을 열었던 작은 영웅들이여정의의 성벽을 쌓아올린 함성들이여 칠흑 같은 어둠에도 불씨가 되어나라를 밝
전숙   2019-06-07
[기획/연재] 무명의 다리
묵상 중에 무릎께가 스멀거려 눈을 뜨니 생쥐만한 거미가 허공을 건너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 가책도 없이 파리채를 휘둘렀습니다.그런데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꼭 만삭의 어미일 것만 같은 거미의 불룩한 뱃구레가 떠올라 등골이 송연했습니다.기분을
전숙   2019-05-24
[기획/연재] 그대 없이 다시 오월입니다
오월의 눈물이여, 서늘한 뜨거움이여그대 없이 다시 오월입니다슬픔이 다하고 눈물도 말라꽃을 돌이키려는 향기마저 스러져우리의 사랑이 꽃잎처럼 이울던 날이름 없는 풀꽃들과 도란도란 노닐던푸른 나비 오월은 우두커니가 되고우리들 가슴에 서럽게 굳어버린무등은 이
전숙   2019-05-19
[기획/연재] 환생
백련사 오르는 샛길 작은 연못에수련들이 하얗게 꽃잎을 열고 있다노란꽃술이 나그네벌을 유혹하는데마치 제상에 올려진꽃잎모양으로 칼질된 달걀꽂이 같다캄캄한 연못 속을 들여다보니까만 올챙이들이 뒷발만 나온 채힘찬 꼬리헤엄을 치고 있다올챙이는 개구리로의 변태를
전숙   2019-04-26
[기획/연재] 희망은 립 서비스 중
'우리 모두 희망을 날립시다.'안내방송이 만국기처럼 나긋나긋 펄럭인다조신하게 날개를 접고 있던나는 희망을 나붓하게 펼치고 날아오른다삼라만상이 환호하던 그 순간맨땅에서 날개를 끌어올리던 환골탈태의 고통도희망을 날리는 이벤트를 위해플라스틱상자에 아무렇게나
전숙   2019-04-21
[기획/연재] 식구
식구란 무엇일까?한솥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이 식구라면 요양원에 사는 사람들 모두 식구다 식구는 울일, 웃을 일 맛있는 반찬처럼 나누고뜨거운 국그릇 엎듯이 한바탕 툭탁거리다가도시디신 김치국물 떠먹듯 눈 딱 감고 화를 삼킨다넘어진 궁시렁댁을 제 몸도 못
전숙   20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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