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531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기획/연재] 회초리(回初理)가 되어
바지를 걷어 올리고 매를 맞는다매의 매듭이 살을 파고 든다철없는 살에서 피가 튄다회초리는 한 대도 빠짐없이 호령의 흔적을 남긴다밤새 끙끙댄다약을 바르고 문질러주는 손길 있다회초리 든 바로 그 손이다회초리란 그런 것이다 잘못 가든지 말든지 내버려두지 않
전숙   2015-07-05
[기획/연재] 유달산경전
유달산은 한 권의 경전이다손가락 몇 번의 조작으로 사뿐사뿐 걸어온 해발228m인 유달산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엄지손가락에 침을 넉넉히 묻히고 힘을 잔뜩 넣어 작은 거인의 역사를 한 쪽 한 쪽 넘기면사는 일이 제 몸을 깎아 부처를 조각해내는 일이라는 걸바
전숙   2015-06-28
[기획/연재] 건네주다
세상에서 가장 맑다는 강을 찾았네꿈길마다 나를 건네던 그 깊은 가슴한 생을 꿈꾸다 찾은 강의 낯빛은 흙빛이었네가슴이 얼마나 뜨거운지 마구잡이로 헝클어진 가슴이 보였네풀꽃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네칼자국보다 아린 눈물자국이었네나이든 풀꽃은 한숨만 내쉬다가
전숙   2015-06-21
[기획/연재] 기대다
사립문 너머로 등불이 가물거렸다아바이의 숨소리가 들렸다숨소리는 구들장처럼 집을 데우고 있었다후유,집에서만은 온기에 기대고 싶은 아들열네 살 아들에게, 배고픔보다 추위보다 더 배고프고 더 추운 것은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빈집이었다. 두만강을 헤엄쳐 가슴에
전숙   2015-06-07
[기획/연재] 흑장미의 노래
너, 너무 붉어 아픈 장미야너, 너무 향기로워 설운 장미야우지끈 뚝딱///////////// 모진 폭풍 몰아치니목숨 던져 서로 덮고마음 열고 서로 뭉쳐주먹처럼 한몸이네피보다 위로여라피보다 눈물져라피보다 뜨거워라피보다 어여뻐라피보다 쓰라려라피보다 정겨워
전숙   2015-05-22
[기획/연재] 꿰매다
강이 얼자 대동맥처럼 목구멍의 길이 열렸다넘어갈 게 없는 목구멍끼리 목구멍을 훔치는 밤하나, 둘, 셋, 넷 다섯, 목구멍이 강의 혈관으로 스며들었다운동화 찢어진 틈새로 겨울이 밀려들었다걸음을 뗄 때마다 언 발바닥은 돌 맞은 유리창처럼 실금이 가고통증은
전숙   2015-05-17
[기획/연재] 헌시-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님께 삼가 바칩니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한 꽃에게(아픈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우리는 태워도 태워도 되살아나는 꽃의 수치를 기억합니다이제, 그동안 너무 미안하고 아파서 차마 잡지 못했던 꽃의 손을 잡아봅니다)마르지 않는 아픔의 강에서 한평생을 허우적거리는 꽃이 있습니다팔
전숙   2015-04-25
[기획/연재] 빨래
셋째 고모는 오뚝한 바지랑대에 걸터앉아 바람과 햇살과 노닥거리는 걸 좋아했다방망이질 당한 빨래처럼 욱신욱신 스며든 생의 지극한 물기햇살과 바람이 말려주면마음까지 고실고실 하다는 고모기사식당을 하는 고모는 소위 ‘미친 여자’였다소년과부가 병인이라는 고모
전숙   2015-04-19
[기획/연재] 뼈대
뼈대 있게 살아라는 말못이 되어 귓구멍이 못구멍이 되었다그 말씀 경전처럼 지키느라골다공증으로 흐물거리는 뼈철사로 심을 박고턱을 하늘로 곧추 세우고팔자걸음으로 걸었다뼈에 좋다는 브로컬리 한 접시를 비우고밤새 치통으로 고생하였다살보다 강한 것은 모두 뼈구
전숙   2015-04-12
[기획/연재] 사월에는 슬픈 꽃길을 걷는다
꽃길을 걷는다타박타박 고달픈 길을죽어서도 아름다운 몸으로향그러운 꽃길로 만든 꽃잎들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아름답게 피어나 아리땁게 떨어진다눈물 한 방울을 닦아주듯 꽃잎을 손바닥에 받아 들여다본다밟힌 꽃잎 멍든 꽃잎 찢긴 꽃잎아직 핏자국이 남아있는 꽃잎온전
전숙   2015-04-04
[기획/연재] 절개지
길이 절단 났습니다뇌출혈로 막힌 뇌혈관에 길을 내려고 산을 자르듯 덥석 뇌를 잘랐다는데생의 지반이 붕괴된 엄니는 한평생 이끌어온 길의 발가락이 떨어져나가고 말았습니다한참 절룩거리다 돌아오십니다노루가 사라져버린 길을 찾듯 홀연한 길의 발가락을 찾다가 장
전숙   2015-03-29
[기획/연재] 꽃잎에 그림자 띄워
임자 없는 그림자 있으리라그 눈물 맛보지도 않고더러는 잘라내고 더러는 불질러가며휘적휘적 높새바람으로 날아올랐다나무들, 한 치씩 영혼을 상처에 헹굴 때마다뻐꾸기 음정도 한 치씩 높아갔다버겁게 등허리 내리누르던 눈물산마루 넘을 때마다 잘팍, 벗어두고 온
전숙   2015-03-22
[기획/연재] 시간의 식욕
강물이 강물이 흘러간다물결에 몸을 맡기면 시간의 식욕이 육질을 삼켜버린다지난봄에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진 기왓장의 송곳니 틈새로 스며들어온 달빛 아랫목을 기웃거리다가 내려앉은 구들장에 엉거주춤 굳어버린다대나무로 버틴 바람벽엔 허공이 숨구멍을 뚫고드나드
전숙   2015-03-08
[기획/연재] 꽃자리
네 꽃자리가 부럽다제 앉은 자리가 꽃자리라고귀에 못이 박히도록 무릎 꿇고 가르침을 받아도여전히 네 자리가 부럽다은근슬쩍 바꿔 앉아 본다아니, 또직전의 내 자리가 꽃자리로 보인다자리는 채울 수 없는 열망열망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펑하고 터진 뒤에도열망
전숙   2015-03-01
[기획/연재] 설날에는
무장 무장 뜨거워지는 것이다양팔에 출렁 그리움을 안고 오매불망 당신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곰팡이 하얗게 핀 메주냄새, 골방에 엎어져 후욱 들이키고정자나무 헐벗은 등짝도 투욱 건드려보고굴뚝에서 폴폴거리는 매콤한 연기와 샅바매고 엎어져 질금거리는 눈
전숙   2015-02-15
[기획/연재] 마침표에게
나이를 먹으면 아무것도 내 의지대로 마칠 수가 없다찬찬치 못하게 새지 말라고 조물주께서 구멍마다 괄약근을 만들어 주었다는데조물주께서 맞춰놓은 타이머를 넘어서 잉여의 타임을 사는나는 괄약근의 애프터서비스 기간이 지나버렸다눈물, 콧물, 위산, 오줌이 줄줄
전숙   2015-02-08
[기획/연재] 겨울 화지*에서
겨울화지는 한 폭의 추상화다화가는 겨울이고 재료는 고실라진 시간이다북풍한설 왕붓이 한 호흡으로 지나간 자리덧칠 없는 저 일필휘지의 선긋기도무지 풀길 없는 생의 비밀공식이다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다가어린아이처럼 우연의 선긋기로 꽃대를 올리고가슴에 스며들지
전숙   2015-02-01
[기획/연재] 공주 장선리유적지에서
장선리 푸른 언덕에 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저 구름 마한의 하늘에서도 저렇듯 하얗게 날개 쳤을 것이다수 천년동안 땅 밑에 봉인되어있던 내 과거가 풀려나온다초가지붕을 얹은 지하 3층의 흙방항아리에 기장을 담고 있는 내가 보인다지하에서 지상으로 사다리를
전숙   2015-01-25
[기획/연재] 꼭지에게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온다콸콸콸보시의 마음이 쏟아진다꼭지만 보면 눈물이 난다꼭지에서 방울방울 흘러나오는 것들은 모두가 사랑이다꼭지는 모두 밖으로 향한다꼭지는 제 몫을 챙기지 않는다저를 비틀고 짜서 뭇 생명을 먹여 살리는 것이 꼭지다젖꼭지를 빤 아기는 사
전숙   2015-01-18
[기획/연재] 어린양을 키우는 정성으로
바람이 분다 정수루에 바람이 분다나주의 신문고 정수루에 새 바람이 분다불평등의 역사를 깨치는 혁신의 새 바람이 분다장좌불와의 정신으로수천 년을 바위처럼 버틴 고도에서이웃을 품으며 평화를 사랑했던 마한의 바람들이 깨어나고 있다금동관과 금동신발, 옥구슬이
전숙   201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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