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531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기획/연재] 나무의 마음
유월이다나뭇잎을 살랑이는 나무들어서 오라는 손짓 같다은하수처럼 반짝이며 콸콸콸 그늘을 흘려보낸다나무의 그늘에 들자 불화로 같던 열기가 식는다돌아서면 또 한 잎씩 별자리처럼 돋아난다무슨 마음이 그리도 지극할까세상의 어미들이 새끼들 밥 먹이듯이그늘을 키우
전숙   2016-06-18
[기획/연재] 공주 장선리유적지에서
장선리 푸른 언덕에 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저 구름 마한의 하늘에서도 저렇듯 하얗게 날개 쳤을 것이다수 천년동안 땅 밑에 봉인되어있던 내 과거가 풀려나온다초가지붕을 얹은 지하 3층의 흙방항아리에 기장을 담고 있는 내가 보인다지하에서 지상으로 사다리를
전숙   2016-06-10
[기획/연재] 동주에게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듯시가 죽어나가는 세상에서 시처럼 죽어나간 사내를 생각한다어쩌면 티끌,어쩌면 꽃잎,어쩌면 바람,죽지만 말아다오사무친 기도도 시처럼 사라지고주검으로 돌아온 사내주검으로 돌아온 시살아서 무엇이었든 죽어서 별이 된 사내살아서 아무도 간절하
전숙   2016-06-05
[기획/연재] 탑*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을 세우려고 떠난 남편이 보고 싶은 아내는아무도 몰래 남편을 찾아갔습니다차꽃이 단풍보다 서럽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향기도 감추고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다가바라다만 보다가차마 눈으로는 다가가지 못하고발끝을 내려다보며“여보”속말로 남
전숙   2016-05-28
[기획/연재]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 가격이 폭락하던 날 엄마는 팔푼이언니를 낳았다그날 밤 양식장에서 탈출한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엄마 심장으로 뛰어들었다. 팔푼이언니가 조각구름들에게 놀림 받은 날은 엄마심장에 들어앉은 황소개구리의 울음주머니가 소낙비를 부르듯이 부풀어 올랐다.
전숙   2016-05-21
[기획/연재] 태산목 꽃잎의 무게에 대하여
목련을 잃고 하염없을 때태산목이 전화도 없이 꽃을 들이밀었다향기와 후각세포가 손깍지를 끼고 재채기처럼 그리움을 쏟아냈다진료소에 월송양반이 급하게 들어섰다. “아이고 가슴이 절려죽겄당께라. 밤새 삼순이가 첫배로 암송아지를 낳구만이라. 나가 하도 이뻐서
전숙   2016-05-13
[기획/연재] 아버지의 사진관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에서오래된 사진관의 윈도우를 들여다본다먼지구름 이불삼아 꾸벅거리던 사진도 윈도우 밖의 나를 내다본다. 다섯 살 무렵 읍내 유일한 사진관에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었다. 아버지는 내 작은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불룩 솟은 푸른 힘줄이
전숙   2016-04-29
[기획/연재] 차꽃 지는 밤
돋아나는 아기별처럼 앳된 망울로 와서너를 홀로 피우고돌아가는 밤누구라도 그렁한 향기에 젖고 싶을 때가 있다노을이 지고차꽃이 지고너도 지는 밤아직 덜 덖인 시간에서는 풋내가 나는데그믐처럼 차꽃은 지고... 너를 몇 번이나 더 안을 수 있을까차꽃은 울음소
전숙   2016-04-17
[기획/연재] 돈노망이라고라?
우리 엄니가 어제는 요것이 필요하고오늘은 저것이 먹고잡다고 험시롱 날마다 전화를 해싸서처음에는 효녀딸내미노릇 한답시고엄니 참말로 전화 잘 했소돈부쳐드릴텡께 하고잪은 것 먹고잪은 것 엄니 맘대로 허소 했제그란디 점점 돈 액수가 높아가서나중에는 감당을 못
전숙   2016-04-03
[기획/연재] 봄명창 오동도
명창이 되려면 소리의 칼로 제 목울대를 찢어야한다붉디붉은 꽃송이가 댕강댕강 종을 울리듯 봄의 목울대에서 쏟아진다회초리질하는 바람을 견디며핏덩이를 토하는 소리꾼의 수련에오동도는 망막보다 고막이 먼저 글썽인다눈 어두운 일보다 귀 어두운 일이 더 외롭단다머
전숙   2016-03-27
[기획/연재] 돌탑 쌓기
엄마는 가사도우미, 우유배달, 구슬 꿰기, 곰인형의 눈알을 달며 날마다 돌탑을 쌓았지. 눈이 가물거리고 목디스크로 손가락이 저리고 무릎관절이 삐걱거려도 하루도 쉬지 않고 돌을 얹었지. 이 탑이 완성되는 날 하늘에 닿으면 첫째는 태양이 되고 둘째는 보름
전숙   2016-03-19
[기획/연재] 호미
1.완장 원죄는 완장에 있었다. 호미가 굽은 허리의 기형아로 태어났을 때 노예시장에서 실한 일손을 가리키듯 대장간 시렁에 걸려있던 그를 누군가 손짓했다. 그의 과업이 수십 줄의 직선으로 암호화되어 자물쇠 채워진 바코드완장에 보관되었다.2.명령어 바코드
전숙   2016-03-13
[기획/연재] 삼투압의 정신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공평하면 평화가 온다.)그렇다면 평화라는 것현세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신화 아닐까?지난 섣달그믐날, 운 좋게도나는 신화를 목격하게 되었다송년회 회식자리 깜짝쇼에서살빛과 체중이 다른 술끼리맞배지기로 붙여놓고어찌 싸우나 구경
전숙   2016-03-05
[기획/연재] 눈먼 사내의 바느질
사내가 바느질을 한다눈을 꼭 감고 산도를 빠져나온 그 눈망울, 아직 감감인 눈먼 사내가 바느질을 한다더듬더듬 바늘구멍을 찾아 실을 꿴다향기가 눈먼 것들을 불러들이듯이 바늘구멍이 실을 불러들인다한 땀 한 땀 세상이 꿰매진다하늘에 박음질로 떠있는 달큰두루
전숙   2016-02-21
[기획/연재] 새벽의 손금
아직 새벽의 눈꺼풀이 무겁다이런, 풀기가 없구나 어머니가 마포 속곳에 풀을 먹이듯새벽은 찹쌀풀 대빗자루로 졸음의 내리막길을 쓸어내린다마포 속곳처럼 빳빳해진 새벽이 희망불량 정씨의 희망회생 자격을 투시한다햇살에 부신, 원피스 속내처럼 감정선이 수줍게 들
전숙   2016-02-13
[기획/연재] 에미가 한 마디 하겄는디
정치야, 이 오살놈아에미가 정치는 안 된다고 그라고 당부항께 흑사리껍데기 맹키로 시커멓게 헝클어진 길바닥에 기어이 발을 떡 들여놔부렀냐이왕지사 그랬다는디 에미가 억장이 무너져도 자석 앞길 막겄냐 잉무식한 에미라도 정치란 것을 곰곰이 씹어봉께신새벽마다
전숙   2016-01-31
[기획/연재] 울돌목
망금산에 올라 한 사내를 본다혼자 달리는 일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심장이 터지도록 울고 가는 저 사내울음소리가 목숨의 무게인 저 사내큰칼 같은 멍에가 목울대를 짓누르는 저 사내들메끈 친친 옭아매고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저 사내달빛만이 친구인 저 사내바
전숙   2016-01-23
[기획/연재] 주름
개썰매를 몰아 방향을 찾는 이투이트들은눈의 주름을 보고 길을 찾는다고 한다설원을 쓸고 간 바람의 발자국이주름을 만든다는 것이다나는 머리카락을 추켜올리고이마의 주름을 활짝 드러내었다내가 걸어온 바람 같은 길이생의 설원에 석 줄 깊은 발자국을 찍어놓았다내
전숙   2016-01-10
[기획/연재] 새해에는 곡진한 주인이 되자
문 두드리는 소리 들린다새해 새 손님이 왔다하던 일을 멈추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주인을 기다리는 손님을 맞기 위해 대문을 열러 가는 길철새 같은 계약직일지라도구직에 지친 청년일지라도폐지 한 장에 목매는 할미꽃일지라도 손님이라면 버선발로 맞을 일이다손님은
전숙   2015-12-30
[기획/연재] 부부의 길
또.박.또.박. 편지를 쓰면편지는 우리를 끌고 가는 꽃길이 되지캄캄한 밤하늘을 밝히는 초롱한 별빛이 되지은행잎이 떨어지고,노란색이 사라지고, 내가 더 이상 당신의 당신이 아니어도 편지는 우리를 은행열매처럼 기억하지같이 걷는 게 참 행복했는데...종달이
전숙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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