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전체 531건) 제목보기제목+내용
[기획/연재] 버리다
나주향교대성전에서 600년을 견뎠다는 은행나무를 만났다시간의 앙금을 견디는 일은지치지 않고 받아먹은 상처를 흉터로 품는 일이다흉터의 기억을, 그 푸른 눈물을 식구로 받아들이는 일이다온몸이 흉터로 덥히면 흉터자국마다 금강석처럼 빛나는 비늘이 돋아나용이
전숙   2016-07-31
[기획/연재] 누나!
일곱 살 누나가 네 살배기 남동생 손잡고 오줌 누이러 간다남자화장실에 들여보내고 문밖에서 “탈탈 털고 나와.” 하니안에서 “응, 누나!” 한다.누나! ‘엄마’의 반열에 오른, 이토록 정겨움이 실타래처럼 풀리는 향기로운 꽃이름이 또 있으랴.
전숙   2016-07-23
[기획/연재] 꽃 한 송이 피워내는 일
갓길에 꽃길이 조성되어 있다누구 눈에 띌 새라 새벽에 모종을 심었을 것이다무심한 듯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보고 꽃을 심은 사람의 땀방울을 생각한다잔뜩 찌푸린 하늘같던 마음이 햇살 부시듯 환하게 갠다신문도 그런 꽃길이면 좋겠다꽃모종을 심듯 기사를 쓰면
전숙   2016-07-10
[기획/연재] 상사화
내가 오늘 아침 먼저 길을 나서는 일은그대가 대문에 들어설 때마음이 환하도록 마당을 정갈하게 쓸어두는 일개울을 건널 때 발이 젖지 않도록 징검돌을 놓는 일새순으로 눈뜰 때 허기지지 않도록낙엽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일다음 상차림을 위해 설거지를 하는
전숙   2016-07-01
[기획/연재] 도시의 불빛
나하고 아무 까닭 없는 일렁임일지라도저 별들의 일렁임 중에 하나이고 싶다그 불빛에 기대고 싶다네가 잠이 들 때 내가 깨어난다 해도네가 깊은 고뇌로 몸부림칠 때 나는 멍 때리고 있을지라도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단 한 번이라도 머리카락 한 올 스치지 못한다
전숙   2016-06-26
[기획/연재] 나무의 마음
유월이다나뭇잎을 살랑이는 나무들어서 오라는 손짓 같다은하수처럼 반짝이며 콸콸콸 그늘을 흘려보낸다나무의 그늘에 들자 불화로 같던 열기가 식는다돌아서면 또 한 잎씩 별자리처럼 돋아난다무슨 마음이 그리도 지극할까세상의 어미들이 새끼들 밥 먹이듯이그늘을 키우
전숙   2016-06-18
[기획/연재] 공주 장선리유적지에서
장선리 푸른 언덕에 서서 흘러가는 구름을 본다저 구름 마한의 하늘에서도 저렇듯 하얗게 날개 쳤을 것이다수 천년동안 땅 밑에 봉인되어있던 내 과거가 풀려나온다초가지붕을 얹은 지하 3층의 흙방항아리에 기장을 담고 있는 내가 보인다지하에서 지상으로 사다리를
전숙   2016-06-10
[기획/연재] 동주에게
전쟁터에서 죽어나가듯시가 죽어나가는 세상에서 시처럼 죽어나간 사내를 생각한다어쩌면 티끌,어쩌면 꽃잎,어쩌면 바람,죽지만 말아다오사무친 기도도 시처럼 사라지고주검으로 돌아온 사내주검으로 돌아온 시살아서 무엇이었든 죽어서 별이 된 사내살아서 아무도 간절하
전숙   2016-06-05
[기획/연재] 탑*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을 세우려고 떠난 남편이 보고 싶은 아내는아무도 몰래 남편을 찾아갔습니다차꽃이 단풍보다 서럽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향기도 감추고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다가바라다만 보다가차마 눈으로는 다가가지 못하고발끝을 내려다보며“여보”속말로 남
전숙   2016-05-28
[기획/연재] 황소개구리
황소개구리 가격이 폭락하던 날 엄마는 팔푼이언니를 낳았다그날 밤 양식장에서 탈출한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엄마 심장으로 뛰어들었다. 팔푼이언니가 조각구름들에게 놀림 받은 날은 엄마심장에 들어앉은 황소개구리의 울음주머니가 소낙비를 부르듯이 부풀어 올랐다.
전숙   2016-05-21
[기획/연재] 태산목 꽃잎의 무게에 대하여
목련을 잃고 하염없을 때태산목이 전화도 없이 꽃을 들이밀었다향기와 후각세포가 손깍지를 끼고 재채기처럼 그리움을 쏟아냈다진료소에 월송양반이 급하게 들어섰다. “아이고 가슴이 절려죽겄당께라. 밤새 삼순이가 첫배로 암송아지를 낳구만이라. 나가 하도 이뻐서
전숙   2016-05-13
[기획/연재] 아버지의 사진관
오랜만의 고향 나들이에서오래된 사진관의 윈도우를 들여다본다먼지구름 이불삼아 꾸벅거리던 사진도 윈도우 밖의 나를 내다본다. 다섯 살 무렵 읍내 유일한 사진관에서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었다. 아버지는 내 작은 손을 꼭 쥐고 있었다. 불룩 솟은 푸른 힘줄이
전숙   2016-04-29
[기획/연재] 차꽃 지는 밤
돋아나는 아기별처럼 앳된 망울로 와서너를 홀로 피우고돌아가는 밤누구라도 그렁한 향기에 젖고 싶을 때가 있다노을이 지고차꽃이 지고너도 지는 밤아직 덜 덖인 시간에서는 풋내가 나는데그믐처럼 차꽃은 지고... 너를 몇 번이나 더 안을 수 있을까차꽃은 울음소
전숙   2016-04-17
[기획/연재] 돈노망이라고라?
우리 엄니가 어제는 요것이 필요하고오늘은 저것이 먹고잡다고 험시롱 날마다 전화를 해싸서처음에는 효녀딸내미노릇 한답시고엄니 참말로 전화 잘 했소돈부쳐드릴텡께 하고잪은 것 먹고잪은 것 엄니 맘대로 허소 했제그란디 점점 돈 액수가 높아가서나중에는 감당을 못
전숙   2016-04-03
[기획/연재] 봄명창 오동도
명창이 되려면 소리의 칼로 제 목울대를 찢어야한다붉디붉은 꽃송이가 댕강댕강 종을 울리듯 봄의 목울대에서 쏟아진다회초리질하는 바람을 견디며핏덩이를 토하는 소리꾼의 수련에오동도는 망막보다 고막이 먼저 글썽인다눈 어두운 일보다 귀 어두운 일이 더 외롭단다머
전숙   2016-03-27
[기획/연재] 돌탑 쌓기
엄마는 가사도우미, 우유배달, 구슬 꿰기, 곰인형의 눈알을 달며 날마다 돌탑을 쌓았지. 눈이 가물거리고 목디스크로 손가락이 저리고 무릎관절이 삐걱거려도 하루도 쉬지 않고 돌을 얹었지. 이 탑이 완성되는 날 하늘에 닿으면 첫째는 태양이 되고 둘째는 보름
전숙   2016-03-19
[기획/연재] 호미
1.완장 원죄는 완장에 있었다. 호미가 굽은 허리의 기형아로 태어났을 때 노예시장에서 실한 일손을 가리키듯 대장간 시렁에 걸려있던 그를 누군가 손짓했다. 그의 과업이 수십 줄의 직선으로 암호화되어 자물쇠 채워진 바코드완장에 보관되었다.2.명령어 바코드
전숙   2016-03-13
[기획/연재] 삼투압의 정신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공평하면 평화가 온다.)그렇다면 평화라는 것현세에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신화 아닐까?지난 섣달그믐날, 운 좋게도나는 신화를 목격하게 되었다송년회 회식자리 깜짝쇼에서살빛과 체중이 다른 술끼리맞배지기로 붙여놓고어찌 싸우나 구경
전숙   2016-03-05
[기획/연재] 눈먼 사내의 바느질
사내가 바느질을 한다눈을 꼭 감고 산도를 빠져나온 그 눈망울, 아직 감감인 눈먼 사내가 바느질을 한다더듬더듬 바늘구멍을 찾아 실을 꿴다향기가 눈먼 것들을 불러들이듯이 바늘구멍이 실을 불러들인다한 땀 한 땀 세상이 꿰매진다하늘에 박음질로 떠있는 달큰두루
전숙   2016-02-21
[기획/연재] 새벽의 손금
아직 새벽의 눈꺼풀이 무겁다이런, 풀기가 없구나 어머니가 마포 속곳에 풀을 먹이듯새벽은 찹쌀풀 대빗자루로 졸음의 내리막길을 쓸어내린다마포 속곳처럼 빳빳해진 새벽이 희망불량 정씨의 희망회생 자격을 투시한다햇살에 부신, 원피스 속내처럼 감정선이 수줍게 들
전숙   201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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