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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꽃, 재앙이 되다
협죽도가 길가에 무성하게 꽃을 피우고 있었다정말 예쁘다고 모두들 감탄을 하는데누군가 말했다저 꽃은 독이 있어보는 즉시 모두 뽑아버려야 해나는 반대했다저렇게 예쁜데…꽃을 피우기 위해 나무가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그 꽃을 만진 우리 아이들은
전숙   2017-02-05
[기획/연재] 겨울 화지에서
겨울화지는 한 폭의 추상화다화가는 겨울이고 재료는 고실라진 시간이다북풍한설 왕붓이 한 호흡으로 지나간 자리덧칠 없는 저 일필휘지의 선긋기도무지 풀길 없는 생의 비밀공식이다진흙탕에서 허우적거리다가어린아이처럼 우연의 선긋기로 꽃대를 올리고가슴에 스며들지
전숙   2017-01-21
[기획/연재] 탑의 전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탑을 세우려고 떠난 남편이 보고 싶은 아내는아무도 몰래 남편을 찾아갔습니다차꽃이 단풍보다 서럽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향기도 감추고먼발치에서 바라다만 보다가바라다만 보다가차마 눈으로는 다가가지 못하고발끝을 내려다보며“여보”속말로 남
전숙   2017-01-15
[기획/연재] 2017신년시-촛불
촛불은 죽지 않는다불 중에 가장 애틋한 불인 촛불은눈물의 몸내림이다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물인 눈물로 세상을 달구고희망으로 다시 부활한다효순이와 미순이의 촛불을 켜다 의문사한 제종철열사또 다른 눈물로 부활하여 또 다른 어둠을 밀어낸다정의의 고속도로를 물
전숙   2016-12-31
[기획/연재] 뿔이 돋아나는 저녁
저녁이 되면 이마에 뿔 하나씩 돋아난다세월의 책을 덮고 눈을 감으면시간의 머리 위로 모래바람이 휘몰아친다삶이란 그런 것이다시간의 눈금에 정직하게 다이얼을 맞추어야 그 눈금만의 답이 들린다 그 눈금만의 통증과 눈물이 만져진다그 눈금만의 텃밭에서 피어나는
전숙   2016-12-24
[기획/연재] 사랑한다!-암 환우님께
“암입니다” 의사의 한 마디는 원자탄 같았다붕 허공에 뜬 채로 머릿속이 하얘지더니문득, 내가 무슨 죄를 지었지? 내가 뭘 잘못했나?열심히 산 것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나는 아파죽겠는데...내 시간은 의사의 말 한 마디에 멈추어 버렸는데세상은
전숙   2016-12-17
[기획/연재] 비육우를 씹다
1.아침상에 오른 쇠고기를 씹는다노동이 사라진 휴식을 씹는다자유가 사라진 안전을 씹는다강제로 주입된 강물을 씹는다울에 갇혀서 한걸음의 자유도 얻지 못한 살들은바스티유의 저항처럼 하얀 창살을 새겨 넣었다 고문에 순종한 살들이 단말마처럼 저를 옭아맨 문자
전숙   2016-12-11
[기획/연재] 국민의 심장으로 켠 촛불은 바람의 방향을 바꾼다
조선의 테레사, 서서평을 아시나요?32세 꽃나이에 가난한 나라 조선에 선교사로 와서고아와 걸인과 나환우와 과부와 소박데기들의 어머니가 된 그이, 22년의 선교의 삶을 마치고 푸른 눈을 감은 뒤 그이가 남긴 유품은 강냉이가루 2홉, 담요 반 장, 현금
전숙   2016-11-26
[기획/연재] 요구르트 아줌마
나무그늘에 앉아 요구르트를 파는 엄마다섯 살 꼬마, 곁에 쭈그려 앉았다아이는 손을 꼬고 몸을 비틀고 엄마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긴다하늘이 하품을 하자 구름 몇 채 목구멍에서 기어나온다엄마는 철없는 하늘을 쳐다보다가 등을 토닥인다젊고 고운 엄마아파트 단지
전숙   2016-11-18
[기획/연재] 낙타의 눈물
낙타는 감동을 잘 받는단다새끼를 낳은 어미가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으면주인은 마두금 연주자를 불러구슬픈 가락을 연주하게 한단다단조의 긴 가락이 어미의 고막을 울리면기댈 것이라곤 입 다문 허공뿐이었던 아픈 시간이 지워지고,제 배를 부드럽게 차던 아기의
전숙   2016-11-13
[기획/연재] 나누다
아무 것도 나눌 것 없는 엄마어제 얻어먹은 요구르트 빚 갚아야하는데…밤새 궁리하다가재생산한 재료인 똥을 반죽한다쳐대고 주물러서 동글동글 사탕을 만든다정성 한 사발을 부으니 반질반질 윤이 난다달빛에 구워낸 똥사탕 양쪽주머니에 가득 담고요양원
전숙   2016-11-06
[기획/연재] 전학가다
(7년 전 사고로 양팔을 잃은 독일농부는 세계 최초로 양팔접합수술에 성공한 독일의료진에 의해서 익명의 제공자의 팔을 자신의 팔로 얻게 되었습니다.)농부는 환하게 웃으며 카메라 앞에서 이제는 자신의 팔이 된 익명의 제공자의 팔로 머리를 빗어보였습니다.
전숙   2016-10-30
[기획/연재] 산소호흡기
불운은 천식환자 발작처럼 돌연히그녀의 숨통을 조였다며느리 등 한번 토닥거려준 적 없는 시어머니 돌아간 날남편과 남은 밭뙈기 오순도순 붙여먹으리 했다시어머니가 돌아간 사흘 뒤에 남편도 갑자기지구의 밥으로 돌아가 버리자생의 기관지가 경련을 일으켰다달동네
전숙   2016-10-23
[기획/연재] 태극나비
나주는 날개가 삼백예순다섯인 태극나비일 년의 하루가 태어날 때마다 날개가 하나씩 돋아났네삼백예순다섯 장의 날개가 돋아나던 날나주는 모든 그리움의 성지가 되었네출렁이는 영산강이 붉은 해를 낳으면나주는 한 마리 태극나비날갯짓 한 번에 세상의 꽃들이 깨어나
전숙   2016-10-08
[기획/연재] 사도에서 온 편지
사도에서 편지가 왔다고백할 게 있으니 지정한 날에 꼭 오란다부랴부랴 기차를 타고 여객선을 갈아타고 사도에 내렸다나보다 먼저 다녀간 이가 있는지바닷가바위에는 발자국이 깊게 파여 있다발자국의 임자는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무릎을 꿇었나보다바위는 무릎의
전숙   2016-10-02
[기획/연재] 노을빛으로
그것은 사라지기 전 최후적 발언이다아름답게 돌아온다는 약속이다삶이란 노을로 시작하여 노을로 끝난다기도처럼 한 바퀴 돌아서 너에게로 다시 돌아오리노랑은 탄생이고 부활의 약속이다단풍들어 서러운 것들이여,얼마나 아름답게 물들지만 생각하자시간의 방망이질을 하
전숙   2016-09-25
[기획/연재] 꽃을 먹다
웰빙식품이라며 보기만도 탐스러운꽃들이 한바구니 웃고 있다그중 예쁜 것을 골라 맛을 보았다삼킨 꽃잎에서 갑자기비명 같은 수액이 흘러나왔다나는 누구의 꽃시절을 한입에 삼키려했던가편도가 부어오르듯 목구멍이 뜨겁게 차올랐다황금동 주점가에서 마주친붉은 형광빛
전숙   2016-09-10
[기획/연재] 진료소에서
어디론가 떠난 별빛 생각에 하늘이 먹먹해지는 날이다.훈이는 진료소에 걸린 가옥도 앞에 앉더니 한참이나 제 집을 찾는다. 이제 겨우 한글을 뗀 고사리 실력으로 골목을 헤집더니 드디어 제 집 앞에 당도한 모양이다. 한동안 집 앞에서 골똘하더니 가옥도에 적
전숙   2016-09-04
[기획/연재] 다음에 …
치매병동에 달이 뜨면 매화 한 송이 세월의 향기를 입으로 풀어낸다내 이름은 월춘매요, 우리 아들 이름은 양운기여라우리 아덜한테 전화해서 나 좀 집으로 데려가라고 말해주시씨요태양을 찾아 떠난 우리의 구름은 청상과부 모친을 진즉에 잊었는데엄마는 옛날 옛적
전숙   2016-08-27
[기획/연재] 모래내*
그 강에 발을 담그면 멜갑시 어머니를 생각하네사통팔달한다고 떵떵거리는 로터리도모래내에 오면“오메, 기죽어”온 식구 들랑거리며젖내 맡고밥 먹고빨랫감 던져놓고아침에 일어나면머리맡에 개안이 다려져있던재첩 같은 일상들어느 모래 하나 소홀함 없이발 씻기고 머리
전숙   201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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